28년 내 인생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대학 생활 최악의 성적표, 왜 출결이 중요한지 배운 한 학기


 3년 간 대학에 다니면서 코피가 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논다고 공부를 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 그래서 성적은 항상 대다수가 ‘B~B+’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평소 개인적인 흥미가 있는 과목은 ‘A~A+’를 받기도 했다. 정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난생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무척 실망스러운, 도저히 머리로 어느 정도 이해해도 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을 받았다.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 “형님, 이러면 내년 국가 장학금도 못 탈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이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종종 인터넷에서 대학 성적 입력 기간이 되면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C+를 뿌리고 다닌다'는 풍자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대학에서 어쩌다 한 학기마다 ‘C+’를 받은 과목이 하나 있었지만, 그렇게 자주 ‘C+’를 받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상대평가라고 해도 C+ 천지인 건 이상하니까.


 그런데 그 이상한 일을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겪었다. 솔직히 내심 ‘이번에는 C+ 점수가 두세 개는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중간고사 때 녹음 미스로 순차 통역 시험은 최저 점수를 받았고, 일한 전문 번역 시험은 생각지도 못한 최저 점수를 받았으니까. 그래서 각오는 하고 있었다.


 비록 각오는 하고 있을지언정, 막상 눈앞에 현실로 C+ 성적표가 들어오니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평소 흥미가 가지고 들었던 자신 있는 과목은 이변 없이 A+ 성적을 받았지만, 이번 학기에 들은 나머지 과목은 전부 ‘C+’가 되어 있었던 거다.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았던 적은 중학교 시절 실수로 OMR 카드 답을 밀려 쓰는 바람에 국어 성적이 60점 밑으로 떨어진 이후 처음이다. 물론, 기타 예체능 과목에서는 70점이 되지 못하거나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 점수가 60점을 넘지 못 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건 ‘포기’한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를 다소 늦게 시작했어도 번역과 통역 시험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면 적어도 ‘B’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자만이 가득한 생각을 비웃듯이 성적은 밑바닥을 돌고 말았다. 후배의 말대로 C 학점이 도배가 되면서(그것도 전공과목들이) 내년 국가 장학금 신청도 어려워졌다.


 몇 과목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 교수님께 사정을 물었더니 역시 ‘결석’이 가장 큰 요인을 차지했다. 전부 실력이 높은 클래스에서 한두 번의 결석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때까지 대학에 다니면서 결석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 학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3번 정도 결석을 했었다.


 아파서 결석한 것도 아니고, 노느라 결석한 것도 아니다. 어느 결석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특강에서 재심 박준영 변호사와 한국화 김현정 작가의 특강을 위해서 4시간을 결석했고(공문X), 또 다른 결석은 청와대에 견학을 가느라 하루 통째로 결석을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출결 점수가 영향을 받은 거다.


 한 교수님께서는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이 많아 출석에서 차이가 나면 2칸 정도 내려가 버린다.”라고 성적의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나는 이번 점수를 계기로 정말 대학에서 출석을 잘하는 게 이렇게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결석할 일이 없어 미처 생각지 못한 출결이 이렇게 클 줄이야.



 이미 엎지른 물은 어쩔 수가 없다. 더욱이 상대성평가라 개인의 사정으로 성적을 올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처럼 재단에 힘을 행사해서 성적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생각해야 할 것은 내년 국가 장학금을 정말 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이다.


 국가 장학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후배의 말을 들은 이후 ‘C 학점 경고제’라는 제도를 찾아보았는데, 네이버 지식인 답변이나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공지를 참고하면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알쏭달쏭하다. 지난 학기 12학점 이상 듣고, 백분율이 70점이 넘으면 1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기초~소득 2분위까지 된다고 하여 나는 받지 못할 것 같다. 정말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번 학기 성적은 피치 못할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복권 판매점에 가서 ‘이번 주에 당첨될 로또 번호’를 운 좋게 찍는 일 정도밖에 없다. (쓴웃음)


 그동안 국가 장학금 덕분에 소소한 블로그 수익과 어머니의 지원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렇게 완전 생으로 등록금을 내야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더욱이 내년에는 대학 4학년이 되기 때문에 안팎으로 고민이 무척 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블로그 녹음을 위한 UFO 마이크도 사지 않는 건데….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 다시는 대학 수업에서 결석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평소라면 결단코 결석할 일이 없었겠지만, 이번 학기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내년에는 아무리 듣고 싶은 강사의 특강이 있더라도 출석을 해야 할 것 같다. 수업마다 단 두 번, 세 번의 결석이 C 학점을 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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