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너무 당연해서 잊고 지낸 민주주의를 말한 영화

오늘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대통령 직선제, 민주주의의 과정을 담은 영화 1987


 오늘 수요일(27일) 영화 <1987>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가까운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았다. 영화 <1987>은 1987년에 있었던 고문을 받다 사망한 서울대 박종철 학생의 사건을 다룬다. 박종철 학생의 사망 사건은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전두환 정부의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


 아마 6월 민주 항쟁에 대해 정확히는 알지 모르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들은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통해 4·19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세 개의 민주주의 운동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정치를 배우거나 사회를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바쁘게 살다 보면 점차 외웠던 지식을 잊어버린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사건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채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잊은 건지도 모른다.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운동 이야기를 교과서 속에서나 읽었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고통을 겪었는지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나는 그동안 '지식'으로 알고 있던 민주주의 운동은 희생 위에 적힌 글이라는 걸 알았다.


 영화 <1987>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이후 터진 6월 민주항쟁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영화다. 학교에서 다닐 때 들은 "책상을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말하는 박종철 학생의 사건을 소재로 독재를 연장하려는 자들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들의 대립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 <1987>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종북 세력 빨갱이를 잡아 권력을 유지하는 경찰청장, 청와대에서 명령을 받아 전달하는 안기부, 미심쩍은 시체 화장에 동의하지 않는 검사, 진실을 취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자 등의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시나리오가 굉장히 풍부하게 잘 표현이 되었다.


 덕분에 금세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는데,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하는 세력과 탄압하려고 하는 세력의 충돌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미 <택시운전사>를 통해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을 어떻게 경찰과 군인이 제압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역시 이 부분은 알고 보더라도 끔찍했다. 영화라는 걸 알더라도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날 시위에서 저런 일을 정부에서 벌이면 바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기 전까지 영화 <1987>의 정부와 준하는 정부와 시민이 대립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최루탄이 날아다니거나 폭동이 없더라도 곳곳에서 시민과 정부가 부딪히며 마찰을 겪었다.


 비록 우리가 촛불시위를 통해 또 하나의 독재 정권인 박근혜 정권을 헌법 심판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물러나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그 후유증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1987>의 배경이 된 시대부터 권력과 부를 지닌 사람들은 여전히 강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힘을 키워 한국 사회에서 절대 물리칠 수 없는 괴물이 되었다. 영화 <1987>을 보면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서 싸우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신문사의 노력이 눈부셨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는 이 두 언론과 조선일보를 합쳐 '조중동'이라 쓰고 '기레기'라고 부를 정도로 믿지 못하는 언론이다.


 왜냐하면, 그 시절 전부터 정부와 결탁해 사실을 왜곡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고, 기득권의 이익을 침해하는 후보가 나오거나 대통령으로 뽑히면 똥개처럼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는 몇 언론을 제외한 메이저 마이너 언론으로부터 비판 아닌 비난을 받으면서 정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참,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래서 영화 <1987>을 보면 마음속의 응어리가 더욱 커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야당 대표는 KBS를 방문했을 때 "파업 그만하라!"라고 말하는 등 여전히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뒤가 구린 사람들은 여전히 손에 너무나 많은 힘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1987>을 보면 유해진의 조카는 "데모한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가족들 생각은 안 해요?"라고 묻는다. 확실히 지금도 그녀의 말을 완강하게 부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촛불 시위를 할 때도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그따위 촛불 든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말부터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등 많은 말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어땠는가? 우리 시민이 모인 목소리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데에 기여했다. 비록 아직 진행형이지만, 우리는 우리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 촛불 시위에 나선 세대들은 과거 민주항쟁을 경험한 세대와 민주항쟁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졌다.


 촛불 시위는 과거 민주항쟁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또 한 번 자식 세대를 위한 싸움'이었고, 민주항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국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예로부터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이건 잘못되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가 엉망이라면, 이미 그 나라의 정치는 밑바닥 중 밑바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1987>의 배경이 된 1987년. 겨우 내가 산 세월보다 3년이 더 과거일 뿐이다. 그 3년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를 확립했고,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시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불과 9년 동안 우리는 그 민주주의를 위협받았고, 또 한 번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시시비비를 따지기 위한 싸움에 휘말려야 했다.



 오랜 과거에도 그랬고, 불과 1년 전에도 그랬듯이, 우리는 또 언제 이와 같은 일을 겪을지 모른다. 그저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으로 기억하기에, 아직 한국 사회는 그 정도로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열정,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열정을 지니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자는 얘기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고? 물론,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정의를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은 좀 더 잘 살기 위해서, 유지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 손에 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단지, 우리는 각자의 이기심으로 움직일 뿐이다.


 비록 우리가 행동하는 원인이 그 이기심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과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시발!"이라고 외치지 못하더라도 "이런 신발끈 같은!"이라며 남몰래 외칠 수 있는 당당함 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영화 <1987>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지낸 걸 일깨워주는 영화다. 그저 한 줄의 역사로 암기하기에 너무나 많은 희생이 필요로 했던 그 시절. 나는 겨우 3년 늦게 태어났을 뿐인 민주주의를 누린 세대다. 지금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관심을 꾸준히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영화 <1987>을 보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의 입소문에 따라 흥미로 보더라도 괜찮은 영화다. 우리가 그동안 말로만 전해 들은, 그저 근현대사 교과서와 요약집의 한 줄 지문으로 외운 그 시절의 사건을 생생한 느낌으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 가족과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 <1987>을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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