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때

흘러가는 시간 속 변해가는 도시에서 느끼는 것들


 대학의 한 수업에서 20년 후를 생각하며 변한 환경과 우리가 겪을 문제, 그리고 거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일본어로 적는 작문 시험을 기말고사 시험 과제로 치렀다. 평소 그러한 주제로 자주 고민을 하면서 글을 적었지만, 막상 기말고사 시험 과제로 맞닥뜨리니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다행히 지금 블로그를 하면서 겪는 유튜브 영상 시대를 비롯해 더욱 빠르게 잃어가는 자연을 주제로 좋은 글을 적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적은 일본어 문법과 한자 표기에 실수가 없었는지는 자신 없지만,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다시 한번 그 일을 고민해보고 싶다.


 굳이 20년 후를 상상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 풍경은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길에 있는 가게들은 알아차릴 틈도 없이 간판이 바뀌기도 하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 새로운 건물이 세워져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가 되기도 한다.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서울에 살지 않아서 서울의 변화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사는 김해의 변화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논밭이 가득했던 곳은 아파트 단지와 대형마트와 영화관이 들어서 논밭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오랜 시장이 있던 곳에는 고층 빌딩이 세워지는 중이다.




 이렇게 변해가는 도시 속에서 나는 문득 ‘과연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라는 의문이 싹텄다. 오래전과 비교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불과 1~3년 전과 비교해 너무나 달라진 도시 풍경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도시가 이렇게 발전하고 변해가는 동안 나만 멈춘 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논밭이 있던 곳에는 대형 마트와 영화관, 그리고 BMW 수입차를 판매하는 전시관이 2층 규모로 새로 생겼다. 하지만 건물이 세워지는 동안 나의 소득 수준은 늘지 못했고(당연하다. 아직은 대학생이니까.), 앞은 아직도 깜깜하기만 하다. 과연 나는 언젠가 땅에 건물을 세우거나 BMW 차를 살 수 있을까?


 꼭 땅에 건물을 세워야 한다거나 BMW 자동차를 사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무리 살더라도 절대 그 정도의 소득 수준을 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 글을 쓰면서 사는 일은 앞날이 굉장히 불투명할뿐더러 도무지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불확실한 미래인가 싶다.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간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이렇게 작아지는 걸까? 그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있으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언제나 나약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과연 나는 얼마나 더 흔들리고, 방황하고, 고민하고, 망설여야 나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을 맞이했지만, 아직은 ‘오늘’을 살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록 지금 당장 20년 후를 모르더라도 내일도 오늘처럼 해야 할 일을 하면 충분하다.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라는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쇠렌 키르케고르가 이 현상을 어떻게 서술했는지 한번 보자. “부조리란 무엇인가? 이는 쉽게 볼 수 있듯이 이성적 존재인 내가 이성, 곧 생각의 힘이 스스로에게 시키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어떤 일과 마찬가지로, 말하자면 내 이성과 생각이 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행동할 수 없지만, 지금 이곳이 바로 내가 행동해야 하는 곳이다.” (본문 132)


 비록 눈앞에 대학교 4학년을 맞이해 준비해야 할 취업 문제를 비롯해 토익 점수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지금 내가 행동해야 할 곳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일이나 20년 후가 아니라 지금 이곳이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일을 통해 결과를 내도록 시도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새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면, 고민은 하더라도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고작 한 번 해봤을 뿐이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듯이, 우리는 고작 한 번 해본 일을 통해서 어쩌면 가장 즐거운 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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