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이 산뜻해지는 에세이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매일 기운이 넘치는 사람과 매일 기운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매일 기운이 넘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운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다. ‘소시민’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딱 적당한 선에서 대학, 집, 글쓰기, 야구 시청 등의 일상을 평범하게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상태를 ‘완전한 상태’라고 말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한결같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어떤 때는 기운이 없어 나 혼자 스트레스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엉뚱한데 화풀이를 해버리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후회만 하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10월 둘째 주는 ‘후회’라는 단어가 반복된 한 주였다.


 조금만 더 일찍 오늘 소개할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책을 만났다면, 나는 후회하는 일 없이 완전한 상태로 한 주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인연이 닿아 읽은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작가가 가진 굉장히 멋진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책이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펼치면 제일 먼저 짧은 만화를 한 편 읽을 수 있다. 인삼밭에 끼인 고구마가 ‘나는 누구일까?’ 고민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인삼이라 ‘나는 인삼이다!’라고 행복해하지만, 인삼이 “너는 고구마야.”라며 진실을 가르쳐줘도 ‘나는 고구마다!’라며 행복해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다. 고구마는 처음에 인삼이라고 생각하면서 행복해했지만, 자신이 고구마라는 진실을 알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멋진 일이지 않은가? 이 한 편의 짧은 만화를 통해서 나는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어떤 느낌의 작품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한 개의 에피소드가 무척 짧은 글 혹은 한 컷 만화로 채워져 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데에 힘이 크게 들지 않았고, 작가가 보여주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런 멋진 유머 감각으로 글을 쓸 수 있었을까!’라며 적잖게 감탄했다.


 ‘사회생활4’라는 소제목에 적힌 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사회생활이란 또 무엇인가. 부장님이 직원 A에게 어떤 일을 전담하게 하며 “난 널 믿는다. 내가 너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니?”라고 할 때 옆에서 “그때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생각이 곧 엄청난 사건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이라고 내레이션을 넣고 싶지만 참는 것이다. (본문 38)


 짧은 글인데도 머릿속에서 작가가 묘사한 장면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도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한다. 상사의 믿음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알고 보니 그냥 자신에게 미뤄졌을 뿐이거나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말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무심코 '풉.'’이라는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나도 모르게 혼자 숨죽여 웃을 때가 많았다. 약간은 자학적인 유머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고, 억지로 힘내라고 말하는 게 아님에도 무언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아래에서 한 장면을 더 함께 읽어보자.


일을 잘 미루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놀랍게도 ‘시간 계획을 잘 세운다’일 것이다. 그들은 때로 완벽해 보이는 시간표를 짜놓는다.

‘오후 7시가 약속 시간이니까 집에서 6시에 나가면 충분해. 좋아, 그렇다면 시간 계획을 세운다!’


1:00-2:00 식사

2:00-3:30 일 A를 한다

3:30-4:00 일 B를 한다

4:00-5:00 일 C를 한다

5:00-6:00 샤워, 옷 입기, 화장하기


완벽하다. 그대로 지키지 못할 뿐이다.

어느 날도 내가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까 그때 마침 놀러 와 있던 친구가 말했다.

“시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지금 바로 해라….”

그때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왜 매번 그렇게 시간 계획을 세운 것일까? 그냥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는 것을! 그날부터 나는 ‘시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지금 바로 하자’를 생활신조로 삼았다.

지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본문 74)


 이 장면을 읽으면서 가슴 언저리가 따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계획은 항상 완벽한 일 처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계획대로 실천한 것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어떤 때는 하루 한 개의 계획만 실천해도 ‘잘 했어!’라는 칭찬을 자신할 때가 있지 않을까? 결국, 계획은 그런 거였다.


 나 또한 매일 프랭클린 플래너에 오늘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계획을 세운다. 살짝 자랑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계획으로 세운 모든 일을 대체로 다 실천한다. 하지만 일의 우선도대로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급한 일을 하느라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았다.


 아마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저자의 이야기에 무척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모두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면마다 실소를 터트릴 정도는 아니지만, 각각의 장면들이 살며시 미소짓게 하면서 책에 빠져들게 했다.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역시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혼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최고다. 나는 이 책을 오늘이 힘들어 재미있는 일을 찾는 사람과 오늘 하루 정도도 나를 잘 보살피지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혼자 끙끙대며 참다가 자신에게 화풀이하거나 엉뚱한 짓을 벌여 후회하기 전에 이 책을 얼른 읽어보는 거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우리가 익숙하게 들은 말로 위로하는 에세이도 아니고, 저자의 특별한 성공 이야기로 ‘희망을 품자’라며 희망 고문을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저자가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과거 <1박 2일>에 출연한 이연복 셰프는 “정말 대중적인 맛을 맞춰야 장사가 잘 된다.”라고 말했다. 이연복 셰프가 말한 ‘정말 대중적인 맛’에 맞춘 에세이가 오늘 읽은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고 생각한다.


 부디 오늘도 나를 위해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 책을 읽으면서 ‘왜 이제야 이 책을 만났을까!?’라며 잿빛으로 물든 일상 속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글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한 장면을 남기고 싶다.


'나 자신이 싫은 날'


나 자신이 너무 싫은 날은 세상도 다 못마땅해 보이기 때문에, 뭐든 자세히 보지 말아야 한다. 하다못해 비뚤게 찍힌 스테이플러를 보고서도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감이 바닥인 날엔 인생이 실패한 증거를 열심히 찾게 된다. 증거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열심히 찾고 있으니까 계속 나올 수밖에.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쏟고 있던 열띤 관심을 잠시 접는 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본문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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