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언어 번역기, 직장인을 위한 직장 속 부조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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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통이 되지 않는 직장에서 누구나 한 번은 겪을 직장 이야기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모두가 인정하는 성과를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회식 자리에서 스스로 고기를 뒤집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직장 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직 한 번도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동생이나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소통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성과를 만드는 능력이 있고, 회식 자리에서 솔선수범해서 고기를 뒤집는 센스를 갖추고 있더라도, 평소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똑같은 목표를 세우고 똑같은 과정을 거쳐도 일은 엉뚱하게 진행되어버린다. 중요한 일이 뒤로 미루어져 마감 당일에 당황하기도 하고, 서로 불신하거나 뒷담화를 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하기도 한다. 직장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수직적 수평적 시스템과 관계없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상명하복 문화가 짙은 한국 직장에서는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와 부장의 눈치를 보느라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분명히 '혁신'이라는 말을 하고 있어도 기획서는 지난해 기획서의 순서와 단어 몇 개만 바꾼 기획서를 승인할 때도 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회사 언어 번역기>는 바로 우리가 직장에서 겪는 그 모순적인 상황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 <회사 언어 번역기>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는 직장인들이 공유하는 직장 내에서 통하는 특정 언어를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내용은 직장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쓰인 <회사 언어 번역기>는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회사 언어 번역기>의 주인공이 입사한 회사는 직원들끼리 영어 이름을 부르면서 수직적 문화를 깨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은 '겉'은 좋아 보여도 '안'은 우스울 정도로 반영되지 못했다. 회사 운영은 팀장과 대표에 의향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운영되었고, <회사 언어 번역기> 주인공 피터는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품는다. 피터가 의문을 품으면서 마주하는 직장 생활의 언행을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래의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보자.


인사팀장은 현실 파악이 안 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피터 씨, 그냥 대충 봐요. 현장직 직원들 이야기 다 들어주면 회사 날라가요. 그 사람들이 본사 사정이나 직원들 생각하는 줄 아세요? 그냥 돈만 많이 받고 다른 데 가면 끝인 사람들이에요. 대표님 생각처럼 충정을 갖고 현장 이야기하는 사람은 몇 명 없어요.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인사팀장은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제인 씨, 팀장님 계실 때 현장직 직원들 관리에 대해 들은 이야기 없어요?"

제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요, 그런 주제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요?"

"아니, 인사팀장님을 만났는데 현장직에 대해 너무 안 좋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무슨 일 있었나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글쎄요, 아마 인사팀도 일 더 만들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관리직만 관리하는 것도 벅찬데, 노무 문제만으로도 머리 아픈 현장직 직원들 장래와 처우, 불만 사항까지 관리하려면 힘들어지니까요. 그냥 지금 하던 대로 하겠다는 뭐. 그런 것 같은데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심심치 않게 말한느 팀장들도 현장직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듯했다. (본문 318)


 원래 사람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직장만큼 말과 행동이 다른 곳은 보기 드물다. 혁신과 창조를 입으로 말해도 고위층은 늘 획기적인 변화보다 겉보기 좋은 말을 좋아한다. 덕분에 기획서는 작년의 재탕이 되고, 이룰 수 없는 허망한 목표만 세우고, 결과가 따르지 않으면 질책한다.


 블랙 기업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블랙 기업인 기업은 무수히 많다. <회사 언어 번역기>는 지금 당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혹은 아직 모르는 당신이 다닐 회사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회사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체념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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