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고서와 인연의 이야기

가을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읽기 좋은 소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내가 전혀 알지 못한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른바 책 속에서 책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 알지 못한 책을 만나 그 이야기를 읽는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어려운 고전이라고 생각해서 전혀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은 책에 흥미를 두게 되는 그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오래전에 읽은 <전쟁의 기술>이라는 책에는 마이카 밸리의 <군주론>을 비롯해서 공자의 <논어>, < >을 포함한 다양한 인문학 고전의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었다. 나는 <전쟁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에 대학에서 고전 수업을 통해 <군주론>을 만났고, 홀로 <논어>를 해석한 책을 찾아 읽었다.


 이렇게 책을 통해서 책을 만나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을 통해서도 나는 새로운 책의 이름과 내용 일부를 알게 되었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면서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등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오늘 소개할 책 또한 내가 알지 못한 여러 책의 이름을 알게 해준 책이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는 터라 일본 문학 시간을 통해 종종 이름만 얼핏 들은 일본 작가와 문학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소개할 소설은 그 공백에 무척 도움이 되었다.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1권부터 시작해서 7권까지 이어지는 제법 긴 장편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권마다 최소 2~3개의 책을 소재로 하여 각 책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책의 자세한 이야기도 부족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의 마지막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의 주요 소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아무리 문학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세익스피어' 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얼핏 일부 내용을 아는 게 어떤 사람이 살 한 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렸지만, 재판에서 상인이 피는 계약서에 적지 않았으므로,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살 한 파운드를 떼서 가져가라는 이야기가 적힌 <베니스의 상인>이 대표적이다.


 그 이외에는 정작 셰익스피어의 작품인지는 몰랐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이름만 아는 <햄릿>이 있다. 내가 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고작 이 정도였는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을 읽으면서 그가 쓴 희극인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를 비롯하여 <리어왕>도 알게 되었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은 모르는 게 참 부끄럽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읽거나 밖으로 나가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좁은 세계의 하늘만 바라보다 그것이 이 넓은 세계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게 되니까.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뭐,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도 있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배워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무척 즐거웠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는 그 즐거움에 딱 알맞았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에서 사용된 작품은 과거 셰익스피어의 글이 처음 책으로 만들어진 퍼스트 폴리오다. 이 퍼스트 폴리오를 둘러싸고, 시노카와 지에코의 아버지이자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할아버지인 구가야마 쇼다이와 쇼다이를 곁에서 섬긴 요시와다와의 치열한 수 싸움이 주요 내용이다.


 진본이라면 한 권에 6억 엔에 낙찰된 적도 있다고 하는 퍼스트 폴리오를 손에 넣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은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4대 비극을 이름만 알고 있거나 이름조차 똑바로 알지 못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짧게나마 알아가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읽는 게 즐거웠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은 '셰익스피어'라는 작가를 소재로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베니스의 상인>을 시작으로 하여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등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했고, 중요한 부분을 정리하기도 했다.


"황야를 떠돌던 리어 왕은 어떻게 됩니까?"

"리어의 분노로 의절당한 막내딸, 충실한 코델리아는 남편인 프랑스 왕에게 간청해 얻은 원군을 이끌고 아버지를 구출하지. 하지만 두 살마은 고네릴의 남편이 이끄는 브리튼 군에 포로로 잡히게 돼. 코델리아는 처형당하고, 절망한 리어도 숨을 거두지."

"……완벽한 비극이군요."

"맞아. 너무 음울한 결말이라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결말을 행복하게 바꾼 버전이 만들어졌고, 150년 동안이나 원작 <리어 왕>은 사영되지 못했을 정도였어."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작가에게는 더없는 비극이다. 시오리코 씨와 비슷한 목소리라 그런지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리어 왕이 그만큼 걸출하고 비범한 극이라는 반증이지. 아무도 구원받지 못하는 완벽한 비극이기 떄문에, 효심 지극한 코델리아를 잃은 리어의 통곡이 관객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거야. 'My poor fool is hang'd'. 내 가엾은 바보가 목 졸려 죽었다……."

"Fool은 분명……."

"광대라는 뜻도 있지. 리어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에게 충실했던 광재와 코델리아의 존재가 맞물려 있었느지도 몰라. 실은 이 두 배역을 한 배우가 연기했다는 설도 있어. 두 사람은 동시에 등장하지 않고, 엘리자베스 시대의 배우는 혼자서 여러 역을 맡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요시와라 씨는 자신을 늙은 주인의 충실한 광대이자, 효심 지극한 자식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 자식이라면 당연히 본인이 재산을 물려받으려 하겠지."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추측이 맞다면 요시와라는 아버지를 배신한 시노카와 지에코를 적이라 여길 것이다. 세 권의 폴리오를 경매에 내놓아 감정하게 하려는 것도, 지에코를 향한 악의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닐까. (본문 25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의 하이라이트는 요시와다가 과거 구가야마 쇼다이가 소장했던 셰익스피어 퍼스트 폴리오의 진본이 섞인 세 권의 책을 두고, 경매를 통해 시노카와 지에코와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겨루는 이야기다. 오로지 돈과 허영에 물든 요시와다가 패하는 장면은 무척 통쾌했다.


 그는 지에코가 말한 대로 어리석은 광대에 불과했고,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분통해하는 모습 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한 구절을 인용해 묘사된다. 내가 읽은 책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단 한 권이었지만, 이 한 권을 통해서 셰익스피어의 몇 개나 되는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셰익스피어의 글도 정식으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대학 학기 중에서는 길게 시간을 잡고 책을 읽은 시간을 좀처럼 만들 수 없지만, 겨울 방학이 되면 분명히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까. 역시 책을 통해 책을 만나고, 책으로 책을 읽는 일은 어떤 일보다 즐거웠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추천하고 싶다. 총 7권으로 구성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긴 추석 연휴 가을밤에 읽기 딱 좋은 시리즈 소설이다. 하루에 한 권씩 읽으면 10일 중 7일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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