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박준영 변호사 특강에서 들은 재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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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재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연대다."

 

 대학에 다니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대학에서 개최하는 특강을 통해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명사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학기에는 대학을 통해서 강원국 선생님을 뵙게 되어 명함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올해에는 <말하는 대로>와 <차이나는 클라스>를 통해 뵌 박준영 변호사님을 뵙게 되엇다.

 

 글의 편의를 위해서 글에서는 '박준영 변호사'로 표기하고자 한다. 박준영 변호사는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역을 맡은 정우(이준영 역)의 실제 모델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재심을 도맡아 하면서 무죄를 받아낸 인물로 유명하다. 아마 언론을 통해서 한두 번쯤 이름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내가 다니는 부산 외국어 대학교에 박준영 변호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재빨리 박준영 변호사의 특강 시간을 확인했다. 불행히도 내가 듣는 전공 수업 두 개와 수업 시간이 겹쳐 결석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강의를 들을 수가 없었다. 무려 며칠 동안 '어떻게 하지?' 하다가 과감히 결석을 결심했다.

 

 대학 전공과목에서 한두 시간 정도 결석하는 것으로 점수를 조금 깎이겠지만, 박준영 변호사를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한두 시간 정도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명사를 만날 기회는 <말하는 대로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지방에서 버스킹을 여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전공과목 2시간 결석을 결심하고 들은 박준영 변호사의 특강은 기대한 만큼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박준영 변호사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가벼운 분위기였는데, 이야기의 타이틀로 내건 '여럿이 함께'라는 주제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정의는 정해진 질서에 순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정해진 질서를 깨는 것이 정의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하는 재심에 관해 이야기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제일 먼저 17년 전 2000년 8월 익산에서 일어난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재심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당시 누명을 쓴 피해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목격자의 진술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박준영 변호사가 목격자를 찾아갔을 때 목격자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보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의 모습에 공감하면서 목격자 진술을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를 통한 대중의 공감이 정말 영향력이 크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실제로 영화를 통해서 알려진 사건이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면서 재수사가 들어간 일이 종종 있었다. 역시 대중 매체를 통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멋진 일이면서도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영화 같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를 통해 조작하려는 시도도 정부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뒤늦게 조사가 들어가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의 박원순 죽이기 계획이나 댓글과 어버이 연합 등의 보수 단체를 활용한 여론 조작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박준영 변호사가 들려준 두 번째 이야기도 그러한 사례에 해당했다. 두 번째 사건은 완주 삼례 나라 슈퍼 3인조 강도 살인 사건이다. 이 당시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된 세 사람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경찰은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강압 수사를 통해 자백을 강요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부산 지검으로 들어왔고, 부산 지검이 조사 과정과 결과를 전주 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당시 사건에서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결정지은 검사가 또다시 사건을 맡게 되면서 진범은 자수까지 했음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잘못을 덮으려고 했던 거다.

 

 박준영 변호사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다행히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 진범이 다시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3인조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세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 유가족이 진범의 용서를 받아들여 준 관용이 있었던 덕분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관용의 힘'을 강조했다. 언론에는 마치 박준영 변호사가 혼자 열심히 노력해서 재심으로 무죄를 끌어냈다고 보도가 되었지만, 사실 재심 과정에서 진범의 자백을 하거나 목격자가 진술을 해주기로 하는 등 모두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준영 변호사는 지금은 부산에서 일어난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을 위해 재심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벌써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엄궁동 2인조 살인 사건은 과거 문재인이 맡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박준영 변호사는 강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뷰를 한 장면도 직접 보여주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 사람은 무죄라는 걸 강하게 믿었고, 변호사 시절에 가장 한이 남은 사건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엄궁동 사건은 경찰이 물고문과 폭력을 가하면서 허위자백을 강요한 심각한 사건이었다.

 

 이제야 이 사건의 진실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박준영 변호사는 모두의 노력 덕분에 지금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강의 자리에서는 이 사건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홍경천 씨가 직접 강의 무대로 올라와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부산 엄궁동 사건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 보도된 사건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홍경천 씨 곁으로 다시 올라와 우리 세상이 이런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상기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억울한 사건은 특정한 사람만 아니라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

 

 

 불과 며칠 전에 희대의 거짓말 꾼으로 몰린 홍가혜 씨가 스포츠 서울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그동안 억울하게 명예훼손 등 희대의 거짓말 꾼으로 손가락질받은 홍가혜 씨가 무죄가 증명된 순간이었다. 과연 이런 일이 특정 사람에게만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직접 들은 박준영 변호사는 강의는 그동안 TV를 통해서 본 것과 또 다른 메시지가 있었다. 부디 그가 이번에 받은 부산 엄궁동 사건이 진실이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박준영 변호사가 말했던 대로 문 대통령이 한을 가진 사건을 풀어 청와대에서 밥 한 끼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비록 대학 전공 수업 2시간 결석을 각오하고 들은 특강이지만, 그만큼의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대학이라는 곳은 단순히 전공 공부를 하면서 취업을 노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내가 보는 세상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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