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부 여섯 번째 이야기,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가을비와 어울리는 소시민 소설 <고전부> 여섯 번째 이야기,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는 가을이 되었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 아침과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더 책을 읽고 싶어진다. 바깥에서 노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맥주와 사람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겠지만 나는 역시 책이 가장 좋았다.


 책 읽기 좋은 가을을 맞아 오늘 내가 읽은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인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고전부 문집 사건을 다룬 <빙과>를 시작점으로 하여 벌써 여기까지 연재가 되었다.


 <고전부> 시리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에서 유명한 '소시민 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일상 추리 소설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주인공의 일상을 다룬다고 말하기에는 작품이 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추리 소설이라고 말하기에 일상의 모습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오늘 읽은 <고전부>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인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도 무척 좋았다. 여섯 번째 시리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총 여섯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된 <이제 와서 날개라도 해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빙과>에서 본 에피소드와 함께 새로운 에피소드가 다섯 개 실려있었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의 첫 번째 이야기는 '상자 속의 결락'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사토시가 학생회의 선거에서 부정 선거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호타로에게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사토시는 부정 선거 자체보다 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1학년 한 명에게 떠넘긴 걸 문제로 봤다.


 사토시는 가장 열심히 했던 1학년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떠넘긴 선거위원장에게 한 방 먹여주기 위해서 호타로에게 사건을 설명했다. 총 1049명의 유권자가 있는 학교의 선거에서 집계 결과 총 1000표하고 86표가 나온 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도대체 추가로 나온 37표는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걸까?


 오레키는 사토시에게 선거 당일의 자세한 정황을 들으면서 너무나 쉽게 부정 선거의 트릭을 발견해낸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렇게 생각하니 쉽다고 생각했는데, 사토시는 사건의 내막을 들은 이후 "너무 상자 속만 들여다봤나 봐. ……뭔가 모자랐네."라고 말한다. 사건의 비밀은 상자 밖에 있었던 거다.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는 굳이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 힌트는 작가가 사토시의 입을 통해 '총 1049명의 학교에서 1000표하고 86표가 나왔다.'는 말을 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더 나온 표의 숫자의 의미를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그 숫자는 우리가 아는 어느 평균 숫자와 무척 가깝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시 이 작가는 아주 사소한 소재를 통해서 교묘히 트릭을 쓰는 데에 능수능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렵지 않은 소재와 누구나 쉽게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게 무척 즐거웠다. '상자 속의 결탁'은 여섯 번째 이야기 시작으로 제격이었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두 번째 이야기는 '거울에 비치지 않아'라는 제목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아야카가 중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 오레키의 어떤 일화를 들은 이후, 왜 중학교 시절에 오레키가그런 행동을 했는지 추리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잘 나오지 않은 오레키의 과거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중학교 시절에도 오레키는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주의라고 해서, 오레키는 자신이 맡은 일을 대충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독 중학교 학년 공동 졸업 작품 때 오레키는 누가 봐도 대충한 결과물을 만들었었다.


 아야카는 오레키의 이야기에 숨은 진실을 좇다 조금 껄끄러운 사건을 알게 된다. 커다란 거울의 틀의 디자인을 주도한 다카스라는 인물이 조금 좋지 않은 일을 계획하고 있었건 거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교묘한 수법도 쓰는구나!'라며 내심 감탄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제법 흥미로웠다.


 영웅, 아니, 반영웅으로 남은 오레키 호타로가 일부러 한 행위의 의미를 통해 아마 <고전부> 시리즈에서 '오레키 호타로'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욱 '오레키 호타로'라는 캐릭터에 호감을 가지지 않을까? 참, 호타로라는 녀석은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매력 만점의 캐릭터다. (웃음)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세 번째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빙과>에서도 다루어진 헬기를 좋아하는 오가 선생님의 이야기다. 이야기 제목은 '첩첩 산봉우리는 맑은가'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목을 곱씹으면서 오레키가 말하는 사건과 오가 선생님의 전설담을 읽어보면 금방 진실의 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이야기를 이제서야 책으로 읽는 건 꽤 즐거웠다. 오레키가 "신경 쓰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사토시와 이바라가 호들갑을 떠는 모습도 그렇고, 치탄다가 "오레키 씨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그게 뭔지…. 저, 신경 쓰여요!"하고 말하는 모습도 재밌었다.


애니메이션 빙과 캡처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본 내용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싶다. 그리고 읽은 네 번째 이야기는 이바라가 관련된 만화 동아리의 이야기로, 이바라가 만화 동아리를 나와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는 이야기다. 사실, 이바라의 이야기보다 오레키의 독후감이 네 번째 이야기에서 잊을 수 없었다.


 물론, 책의 저자가 쓴 글이지만, 오레키 호타로라는 시점에서 쓴 독후감은 개인적으호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책 서평을 늘 적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오, 이렇게 글을 써도 정말 재미있는 글이 되는구나!'는 것을 느꼈다. 오레키의 독후감 덕분에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스타일의 서평이 생겼다. (웃음)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다섯 번째 이야기는 오레키가 왜 에너지 절약주의, '안 해도 될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를 추구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제목은 '긴 휴일'로, 무척 맑은 날에 상쾌한 기분을 느낀 오레키가 산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산책하면서 평소라면 절대로 올라가지 않을 돌계단을 올라 아데쿠스 신사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치탄다를 만나게 되어 함께 청소를 돕게 된다. 그러다 치탄다가 왜 에너지 절약주의를 추구하게 되었는지 묻게 되고, 오레키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초등학교 때 겪은 경험을 말해준다.


 '단지 주위에서 나를 편하게 부려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라는 이 한 문장은 오레키가 에너지 절약주의가 된 시작점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도 오레키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에서는 오레키의 이야기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여섯 번째 이야기는 <고전부> 여섯 번째 이야기책의 제목이 된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라는 제목의 이야기다. 솔직히 제목만 보고 어떤 인물이 주인공이고,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을 겪게 되는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지금 글을 읽는 사람도 크게 같지 않을까?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의 주인공은 바로 치탄다 에루다. 그동안 <고전부> 이야기에서 치탄다는 치탄다 가문의 가업을 잇기 위해서 여러 일을 하고,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치탄다는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된다.


 그동안 정해진 앞을 바라보며 주어진 제한적인 자유를 보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가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해도 어떻게 금방 다른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치탄다가 고민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에서는 고민하는 치탄다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치탄다는 합창단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참여하지 않은 자신을 찾은 오레키에게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고민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치탄다가 겪는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용한 작가가 소재로 활용한 일본 동요도 인상적이었다.


 그 동요의 한 구절을 치탄다가 합창 대회에서 솔로로 부르게 되어 있었는데, 그 구절은 "아아 바라건대 나 또한 자유로운 하늘에서 살고파"이라는 구절이다. 마치 과거 치탄다가 마음에 품고 있었던 날개를 묘사한 것 같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고전부> 시리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는 사실상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의 가장 핵심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치탄다의 이야기는 이번에 마무리되지 않았다. 합창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참여하지 않은 치탄다를 오레키가 찾아내고, 치탄다의 고민을 들으면서 합창 대회장으로 가는 버스가 4분 남은 상태에서 끝난다.


 치탄다가 답을 찾는 이야기는 다음 권이 되어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확 눈에 띄는 장면이 없어도 한 장면, 한 장면이 잊을 수 없는 그림처럼 그려진 <고전부>의 여섯 번째 이야기 <이제 와서 날개라도 해도>. 가을을 맞아 소박해도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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