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돌파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본 솔직한 소감

지식에서 역사로 바뀐 광주 민주화 운동


 지난 토요일(26일) 나는 영화관을 찾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덕분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봤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는 가슴이 뻥 뚫린 듯한 허전함만 남았다.


 내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때는 아마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중학교 때 들은 정치 수업을 통해서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의 대표적인 운동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이 있었다. 당시 수업 때 배운 건 날짜와 운동이 가진 의미가 전부였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군부독재를 이기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 중요한 사건은 시험에서 반드시 나오는 내용이었고, 시험에서 객관식으로 '민주화 운동으로 올바른 것은?' 같은 형식의 문제에 답을 선택했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 광주 민주화 운동은 고작 그런 일에 불과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중학생이던 나에게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논하는 일은 어려웠고, 그저 시험에 100% 나오는 문제로 개념을 외웠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대학생이 되어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그 사건의 무게를 잊고 지냈다.



 하지만 영화 <택시 운전사>는 어쩌면 무개념 대학생으로 지냈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있는 것은 이토록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택시 운전사>는 영화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각색된 부분은 있겠지만, 모두 사실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 보기에 <택시운전사>가 가진 의미는 무거웠고, 군부 독재를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 중 하나로 암기한 지식으로 알고 있기에 광주 민주화 운동은 너무나 비참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저 택시 기사와 독일 기자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당시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이후 재판이 열리던 시점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광주에 무슨 일이 있나 보다.'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 걸고 취재한 독일 기자와 그 독일 기자와 함께 광주에 들어갔다 나온 택시 기사 김사복이 있었기에 이 끔찍한 사실은 모두 보도될 수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누구나 분명히 알 수 있는 슬픈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하는 정치인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한참 동안 일베에서 터지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일은 줄었지만, 과거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일베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가리켜 '택배'라고 말하거나 '홍어'라는 말을 붙이며 비하하는 일이 잦았다. 그에 동참한 사람들은 솔직히 사람도 아니었다.


 물론, 그들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북한이 개입한 빨갱이 사건으로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억지 주장일 뿐, 독일 기자의 카메라에 담긴 증거와 아직도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가지 진실만 가리키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독일은 과거 전쟁 속에서 일어난 나치 범죄를 지금까지도 처벌하고, 과거에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역사 기념관을 세워 후세에 전하고 있다. 이미 종영된 방송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본 다니엘과 함께 방문한 독일의 모습(링크)은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다니엘은 "부끄러움만 남아있습니다. 반성할 수밖에 없어요. 반성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다니엘이 한 이 말을 자서전을 통해 변명으로 일관한 어떤 인물에게 들려주고 싶다. 도대체 반성하지 않는 당신은 진정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가 그래도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기본적인 사람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는 이유는 광주 민주화 운동처럼 불의와 부정의에 저항한 사람들 덕분이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고작해야 제2의 북한 같은 군부독재 아래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나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을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지식이 아닌, 우리가 겪은 슬픈 역사로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진 사람을 먼저 챙기는 사람의 모습은 무척 눈부셨다. 오늘날 우리가 겪은 촛불 집회와 그림이 너무나 묘하게 겹쳐졌다.


 아직 우리는 과거를 다 청산하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과거를 청산하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친일파로 득세한 인물들이 대를 이어가며 군부독재를 거치며 부와 권력을 세습했고, 그들은 여전히 중요한 요직에 앉아 자신들의 만행을 거짓으로 날조하고 있으니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생존의 문제 앞에서 역사를 망각해버린다. 과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눈앞에 놓인 진실과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누구나 쉽게 '진실'을 선택한다고 말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오지 않으면 사람은 모르는 법이다.


 하지만 적어도 <택시 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택시 운전사 김사복 씨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펜터는 과감히 진실을 선택했다. 아무리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이 희망이 없다고 말해도, 이런 인물이 여전히 주변에 존재하기에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 작은 촛불 같은 희망이 세상을 밝히는 법이니까.


 혹시 아직 <택시 운전사>를 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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