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가 기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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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팬이 본 엔씨의 천적은 상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진 가운데 한국 KBO 프로 야구는 분기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7월 올스타전이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순위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후반전이 시작한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기아가 압도적으로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엔씨가 바짝 추격하는 태세다.


 한때 엔씨는 기아와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두면서 공동 1위를 했고, 한동안 무너지지 않는 공동 1위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하지만 엔씨가 롯데를 만나 연거푸 패배한 뒤에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동안 기아는 여유롭게 엔씨를 따돌리고 말았다. 지금(9일 오후) 5.5경기 차로 벌어져 있다.


 왜 엔씨는 잘 나가는 선두팀인 기아와 달리 이렇게 갑작스럽게 뒤처지고 말았을까?




 엔씨 팬이라면 아마 4번 타자 스크럭스의 부재와 다승 선두였던 맨쉽의 부재를 대표적인 이유로 꼽을 것이다. 엔씨의 팬인 나 또한 스크럭스와 맨쉽의 빈자리가 무척 아쉽다. 스크럭스와 맨쉽의 존재 여부는 단순한 선발 투수와 4번 타자가 아니라 팀 내부와 외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때 엔씨는 이빨 없이 잇몸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부상으로 선발 멤버가 대거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엔씨는 그 상황 속에서도 긴 연패를 하지 않으면서 2위 자리를 당당히 지켰고, 구창모와 장현식 등의 젊은 투수와 이상호 타자의 활약으로 절호의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바로 이 젊은 투수들이 엔씨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구창모, 장현식, 이민호 등의 투수는 벤치가 위급할 때마다 잘 던져주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호투가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한 번 호투하면 3~4경기는 이어서 부진하다는 게 문제다.


 어떤 사람은 이들을 가리켜 '운빨 투수'라고 말할 정도로 그들의 경기력은 너무나 들쑥날쑥 했다. 젊은 투수라서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경험 부족으로 판단하기에 경기력이 너무나 형편없었다. 마치 기분이 좋을 때는 잘 던지고, 나쁠 때는 엉망으로 던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엔씨의 큰 부진 이유 중 하나는 올라오지 않는 이재학 투수의 컨디션이다. 아니, 나는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이재학 투수의 밑바닥이 이제 다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재학 투수는 모두가 알다시피 빠른 볼과 체인지업을 위주로 하는 투 피치 투수인데, 공략당하기 시작하면 속절없이 무너진다.


 이재학은 지난 몇 년 동안 상대전적으로 약한 팀을 상대로 해서 승리를 거두어 오고 있지만, 이제는 완벽히 약점이 노출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그 자신이 스스로 피칭에 불만스러울 정도로 피칭이 엉망이다. 원정으로 지친 팀이 아닌 이상 승리를 거두기가 사실상 어려운 투수다.


 많은 엔씨 팬이 초기 이재학의 활약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재 이재학은 타자 가까이서 변화하는 커트 볼이나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 혹은 커브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4선발로도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수준이다. 구속이 150을 넘지 않아도 구질로 승부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승리를 거두면 기사로 '이재학 이제 부활하나?' 같은 기사가 올라오지만, 아직 이재학은 3선발 내의 투수로 활약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조금 더 구속을 올리거나 새로운 변화구를 익히지 않는 이상 타고투저가 강한 한국 리그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본다.



 엔씨가 선반 투수들의 부진으로 실점을 하면 타자들도 따라 최악의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기아는 선발 투수와 타자들의 동반 활약으로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다소 주춤해도 주요 전력이 일탈하지 않으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것이 1위 기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차, 포, 마 다 뗀 상태에서 겹겹이 승리를 챙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엔씨이지만, 지금의 선발 투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후반기에 들어서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후반기에는 맨쉽과 스크럭스의 동반 출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공수 양면에 활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맨쉽이 든든하게 한 자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인해 김경문 감독은 경기력이 들쑥날쑥한 젊은 투수를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교체할 수 있고, 조금 더 경기력이 좋은 투수를 시합에 내보낼 수 있다. 비록 선발 투수 중 상당수가 흔들리지만, 여전히 불펜 자책점은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다음을 맡겨도 된다.


 내일부터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기아와 엔씨의 시합이 시작한다. 지난번 맞대결에서는 엔씨가 기적적으로 스윕승을 거두었지만, 과연 이번 맞대결에서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게 될까? 부디 스윕승을 했던 때처럼 어린 투수들의 경기력이 좋기를 바란다. 어린 투수가 성장해야 엔씨의 미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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