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름만 되면 일회용 컵 쓰레기가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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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라는 그림자 속에 숨어버린 우리의 양심이라는 작은 빛


 최근 뉴스를 보면 음료를 마신 일회용 컵을 계단이나 버스 정류장에 버리는 일이 늘어 관리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는데, 유독 여름이 되면 쓰레기 무단 투기가 늘어나는 것 같다. 도대체 왜 여름에 이런 일이 증가하는 걸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음료를 구매하더라도 빨리 마시지 않고, 천천히 컵에 담긴 음료의 온기를 느끼면서 집이나 사무실까지 가지고 갈 때가 많다. 하지만 여름은 금세 미지근해지지므로 빨리 컵의 음료를 마셔버린다.


 결국, 우리 손에 남는 것은 거치적거리기만 하고, 심지어 종종 찝찝한 느낌까지 드는 빈 일회용 음료 컵밖에 없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다 무심코 쓰레기가 한두 개 떨어져 있으면 그곳에 일회용 음료 컵을 버린다. 마치 '나만 하나?' '나 하나쯤이야' 같은 사고 방식으로 일회용 음료컵을 버리는 거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버스 정류장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하철 계단에서는 종종 계단마다 일회용 컵이 하나씩 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명의 비양심이 두 명의 비양심을 만들고, 두 명의 비양심이 네 명의 비양심을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참, 우리 사회의 어쩔 수 없는 모습이다.


[각주:1]


 우리는 자주 일본을 비겁하다면서 비판하지만,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렇게 대중이라는 그림자에 숨어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비겁함은 잘 볼 수 없다. 지하철에 물이 밀려 들어와 홍수가 나더라도 마치 수영장 같은 깨끗한 물이 만들어질 정도의 청결함은 우리나라가 두고두고 배워야 하는 과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지극히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이자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한여름 쓰레기 무단 투기 사건은 단순히 일회용 컵이 지하철, 버스정류장에 쌓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여름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가면 열대야가 한반도를 덮치게 된다. 열대야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로를 찾아 치맥을 즐기거나 산책을 핑계 삼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이 많다. 음주가 금지된 곳에서 술을 마시고, 여가를 즐긴 사람끼리 쓰레기는 뒷전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비양심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다. 집으로 가지고 갈 쓰레기 봉지를 미리 챙겨와서 친구와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다가 쓰레기 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종종 어떤 사람은 "쓰레기통이 없다." 혹은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쓰레기를 가져가는 게 정상 아닐까?



 어린아이도 그런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아이가 어른보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종종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가 "저기에 몰래 버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혀를 찰 때가 있다. 최소한의 양심은 유전되는 것인데 말이다.


 여름을 맞아 일회용 컵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생활쓰레기 무단 투기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게 안타깝다. 우리가 조금 더 선진적인 시민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타인에게 책임을 운운하기보다 자신부터 쓰레기를 몰래 투기하는 일은 멈추는 것은 어떨까?


 겨울은 추워서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줄어들지만, 여름은 누구나 쉽게 야외활동을 즐긴다. 즐겁게 노는 것도 무척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즐긴 자리에 대한 책임은 똑바로 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름만 되면 증가하는 비양심. 그 원인은 날씨와 환경을 변명 삼는 낮은 시민 의식에 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생각해보자. 오늘 내가 들린 지하철, 버스정류장, 공원, 계곡, 바닷가 등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길가에 버려진 걸 보았는가? 담배꽁초가 떨어진 길과 일회용 컵의 음료가 쏟여 끈적끈적 해진 길. 차라리 카페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쉬는 게 최선의 피서일지도 모른다.


  1. 헤럴드 경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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