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슬픔도 웃음으로 바꾸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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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베테랑 작가의 이야기


 오늘 하루도 우리가 아무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흘러가고 있다. 대학 시험 기간을 맞아 공부를 하지 않고 책을 읽어도 하루는 지나가고, 시험 기간을 맞아 공부를 하더라도 하루는 지나간다. 늘 그렇듯이 지나가 버릴 이 하루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고, 좀 더 유익하게 우리는 보낼 수 있을까?


 우리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항상 있다고 믿는다. 오늘 밤에 바닥에 이불을 깔고, 깊은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뜨면 내일 아침 해를 맞이하며 당연한 일상이 온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심신 건강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당연한 일상을 보낸다.


 만약 우리에게 그 내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지금 당장 내일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내일이 불과 180일 정도만 남아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몸에 걸린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찾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들처럼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시간의 끝을 알게 된다는 건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 과연 나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늘은 췌장암으로 180일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베테랑 방송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소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라는 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작품이지만,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작가 히구치 타쿠지가 그리는 희로애락은 소설에 깊은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최고였다!



 방송작가를 시작한 지 22년이 되는 주인공 미무라 슈지는 버라이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을 신념으로 하여 항상 웃으며 지내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받게 된다. 미무라 슈지는 뭘 해야 할지 깊이 고민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계속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광고판을 올려 보다 그는 자신이 죽고 난 이후 아내와 결혼해줄 사람을 찾기로 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 기획은 소설의 끝에 이르러 무심코 가슴이 크게 흔들리는 결말로 매듭지어진다. '희로애락을 담았다.'는 말이 무척 잘 어울렸다.


 소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는 미무라 슈지가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기로 한 이후 빠르게 장면이 흘러간다. 차츰 줄어드는 남은 날의 카운트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미무라 슈지'라는 인물을 우리는 자세히 알게 된다. 미무라 슈지가 직접 나서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그를 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이러한 묘사가 굉자히 인상적이었다. 한 명의 주인공을 설명하는 데에 사람과 사람이 얽혀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무척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미무라 슈지'라는 주인공과 그의 아내 '아야코'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야기에 빠진 건지도 모르겠다.


 또한,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슈지가 걷는 유쾌함 속에서 독자가 발견할 수 있는 건 뜻밖에 상당히 많았다. 삶을 사는 태도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읽기도 했고,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해도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결혼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나도 벌써 나이가 28살이니까. (웃음)


 아래의 글은 한 예능인이자 <결혼의 신>이라는 책을 쓴 작가를 만나서 나눈 이야기다.


"재미는 주변 사람들이 판단하는 거예요. 미무라 씨가 늘 말했잖아요. '재능'이라는 말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게 아니라 제삼자가 하는 말이라고."

에구치는 결혼 활동에 대한 강의가 아니라, 분석만 계속했다.

"'상대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타입'도 바로 나였어요. 인기 프로그램에 나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나도 태도를 바꿨어요. 동경하던 프로그램에서는 상당히 열정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은 어딘지 모르게 수박 겉핥기식이었어요. 이것도 미무라 씨가 한 말이었어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나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도, 관객이 한 명이라도 긴장감은 똑같이 가져야만 한다고요. 일에 순위를 매기는 놈은 최저라고 말이죠."

에구치는 고층 맨션에서 볼 수 있는 경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결혼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타입'도 그래요. 내가 잘나가지 못하는 것을 늘 다른 이유 탓으로만 생각해왔어요. 나와 상대하는 보케가 약해서라거나, 사회자가 못해서라거나, 연출이 구식이라거나, 편집이 서툴다거나, 끝까지 남 탓만 해왔어요."

"그걸 눈치 챈 것만으로도 대단해."

"아뇨, 예능만 계속했다면 절대 눈치 채지 못했을 거예요. 어느 날, 결혼 못하는 것을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지 못한 채 불평만 해대는 여자가 나처럼 보였어요."

만담이 재미있거나, 유머 센스가 좋다, 이 모든 건 예능인에게는 필요한 재능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p 68)


 어쩌면 우리 삶 속에서도 우리는 이런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미무라 슈지는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로 사람과 일, 그리고 가족을 대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더 주인공에게 끌렸던 건지도 모른다. 슈지에게 좀 더 좋은 결말이 있기를 바라면서….


 이야기 결말에 대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미무라 슈지와 아내 아야코 모두에게 최상의 결말이었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의 작가 히구치 타쿠지의 독특한 결말. 희로애락을 우리가 느끼는 동시에 슬픔을 웃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마지막 장면은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게 된다. (웃음)


 주인공 미무라 슈지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많은 걸 느꼈다. 오늘, 어떤 책을 통해 여운이 길게 남을 감동과 웃음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를 추천하고 싶다. 시한부의 인생을 그린 뻔한 소설,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는 무척 특별했다.


 만약 내가 언젠가 결혼할 날이 온다면, 나는 미무라 슈지와 같은 가족을 만들고 싶다. 가정만 아니라 내 일에서도 미무라 슈지처럼 늘 웃으면서 일상 속의 글을 써나가고 싶다. 그는 "힘든 것을 즐거운 것으로 변환시키는 일을 하자"라고 말한다. 그 말을 되새기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오늘 나는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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