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일본 문학을 즐겨 읽게 되었을까

책을 읽는 데에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읽을 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의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제법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골고루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항상 내 손에는 일본 작가의 책이 손에 쥐어져 있다. 가벼운 재미로 읽는 라이트 노벨이 아니라 평범한 추리 소설, 에세이, 공부방법 등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아직 중학교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부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해리포터>와 <셜록홈즈>라는 외국 판타지 추리 소설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힘들게 시간을 보낼 때는 <연탄길>이라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위로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다양한 번역서와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한국 문학을 읽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는 일본 소설과 에세이 등 일본 문학을 주로 읽게 되었다. 솔직히 어쩌다 내가 일본 소설을 자주 읽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에 분명히 떠오르는 일본 작가는 이사카 코타로다.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와 <마왕>은 그동안 접한 한국 문학과 다른 재미가 있었다.


 아마 한국 작품에 점점 흥미를 잃어버린 까닭은 시험 공부를 하면서 '암기'가 목적이 되어버린 탓이 아닐까 싶다. 종종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문학 교과서에서 따로 표시를 해두고, 책을 구매해서 읽거나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적은 있다. 하지만 점점 나는 이상하게 한국 문학과 점점 먼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라이트 노벨을 즐겨 읽으면서 평소 관심을 둔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사막>,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등의 작품을 읽은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판단하기에 이상할 정도로 일본 문학 작품이 책장에 많이 꽂혀 있다. 블로그를 통한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으면 좀처럼 다른 책을 읽지 못했을 거다.


 한국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장강명 작기의 <한국이 싫어서>를 비롯해서 <표백>, <댓글부대>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이라는 에세이를 비롯하여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런데도 내 주변에는 일본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참 묘했다. 지나치게 나의 책 취향이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생각해, 나는 조금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 위해서 노력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비롯하여 때때로 유명해진 인문학 도서를 찾아 읽기도 했고, 매해 인터넷 서점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책 중에서 흥미가 생기는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재미있는 책도 만났고, 유익한 책도 만났지만, 솔직히 재미없는 책도 적지 않게 만났다. 지금 내 책장에 꽂힌 많은 책 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질리지 않고 읽은 책은 대부분 일본 도서가 많다. 지금도 5월에 읽으려고 구매한 책 세 권 모두가 일본 작가의 책이라는 게 신기하다.


 한 권은 애니메이션 <빙과>를 만난 이후 원작 소설을 통해 읽게 된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이고, 또 다른 한 권은 <만약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기획자가 집필한 <억남>이라는 소설이고, 또 다른 한 권은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이라는 일본 경제서다.


 절대 의도하고 책을 구매한 게 아님에도 자연스럽게 일본 작가의 책이 쌓였다. 내가 이렇게 일본 문학을 즐겨 읽게 된 이유는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감정적인 이야기는 일본 소설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매번 눈이 가는 책도 일본 소설이 많았다.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책이 생산되고, 많은 책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일본 도서 시장은 해외로 번역되어 판매되는 작품도 많았다. 게다가 일본 도서는 라이트 노벨과 일반 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거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해서 책에 손을 대는 일이 무척 쉬웠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 <골든 슬럼버> 두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이고,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한 작품이다. 모두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나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를 접할 일도 많은 데다가 기존 라이트 노벨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경향도 짙어 점점 일본 문학이 더 손에 타게 된 듯하다. 무엇보다 일본 문학이 한국 도서 시장 내에서도 상위권에 자주 오르며 눈에 들어오는 일이 많기도 하고.


 이렇게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는 일부러 한국 문학 작품을 읽으려고 하기도 한다. 현재는 문학동네에서 발매한 2017년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 읽는 한국 젊은 작가의 이야기는 확실히 한국 사회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느낌이다.


 빨리 읽고 싶은 요네자와 호노부 <가을헐 한정 구리칸톤 사건> 소설과 다른 느낌이지만, 한국 사회와 정서를 엿볼 수 있는 한국 문학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역시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은 한국보다 일본 문학을 닮지 않을까 싶다.


 대학에서 일본 문학의 특징을 공부하면서 일본 문학이 서정적이고, 소박하면서도 사람의 감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내가 읽은 일본 소설 대다수가 그랬고, 올해 극장을 찾아가 본 <너의이름은>과 <목소리의 형태> 두 애니메이션 또한 그랬다. 어디에나 그 특징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 만화를 넘어 일본 문학 전체를 즐겨서 읽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 문학도 절대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지만, 역시 늘 손에 두는 것은 자연스럽게 일본 소설인 것 같다. 역시 어릴 때 힘이 되어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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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 있죠 2017.05.15 15:57 신고

    저도 일본 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첫번째 사진에서도 4권정도 읽은 책이 보이네요.
    히가시노게이고가 일본소설을 접하게된 계기이고, 이후 우타노쇼고,미나토가나에,미치오슈스케,미쓰다신조...등등
    유명 작가들의 소설에 빠지게 되었네요.
    일본소설은 최대한 스토리와 관련되지 않은부분들을 배제하고 조금은 자극적이어서
    몰입감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 지나가던이 2017.05.15 18:48 신고

    동감이에요 저는 국문과를 나와서 그런지 더 한국문학을 보면 갑갑하고 어려운 느낌이 들어요 아는 작가와 작품은 많은데도요 학교와 학원 등지에서 항상 어려운 문제적 작품만 가져다 해석을 강요하고 하다보니 한국문학은 지나치게 주제가 무겁거나 이해하기 어렵고 골치아프다는 선입견이 생겨버린 것 같아 슬픕니다 (선입견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흐름일지 모른다고도 생각합니다) 문장의 유려함 단어 선택의 미학 이런 문학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한국문학이 훨씬 좋은데도 말이지요 반면 일본문학은 단순명료하면서도 감각적이라 상상하기 좋고 가볍게 읽기에 편해서 참 좋아요

    • 노지 2017.05.16 21:11 신고

      지금도 한국 문학 수상집을 읽고 있는데...전부 상당히 무겁습니다. 반면 일본 소설은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유쾌함이 느껴지고, 사람이 느껴지는 게 매력적입니다.

  • 2017.05.16 00:15 신고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차이가 크죠.
    그래서 일본문학이 좀 더 예술성이 있다고 봅니다

    • 노지 2017.05.16 21:11 신고

      아직 한국은 문학상이 나오려면 조금 더 먼 것 같습니다.

  • 일문과졸업생 2017.05.16 11:45 신고

    일문과 졸업했고, 일문과 가기 전에도 일본 문학 좋아했었는데, 일본 문학 읽으면 우리들의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의 깊은 사색과 일상적인것들을 색다르게 보는 시선같은 것들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문학 본래의 교훈적인 기능을 잘 드러내는것 같아서 좋았네요. 일본 문학 관련 글 올라오니까 좋네요. 일문관데도 과에서 책 좋아하는 사람 저밖에 없어서 어디서든 일본문학 이야기 나오면 반갑네요.^^

    • 노지 2017.05.16 21:11 신고

      저도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ㅎㅎ ㅎ 멋진 인연이네요~

  • 권가모 2017.05.16 16:44 신고

    우연히 글을 보게 됐는데, 저와 상당히 비슷하시네요. 제 시작도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와 사신치바 였거든요. 반갑네요, 이사카 코타로는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서도 좋아하고 미미여사의 것들도 좋아해요. 읽으셨을 것도 같은데 혹시 안읽어보셨음 미우라 시온 저,마호로역의 다다심부름집 추천요,혹 재미없으실지도 모르지만요. 행복한 나날 되세요~~

    • 노지 2017.05.16 21:12 신고

      오, 미미여사는 몰랐습니다. 다른 책도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2017.05.17 03:50 신고

    저도 예전엔 일본문학과 불어권(?) 문학들 위주로 책을 읽다가 한국문학은 너무 안읽는거 같아서 큰맘먹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샀던 기억이있네요. 그랬다가 도리어 한국문학을 더 멀리했었죠...문체라던지 이러저러한 느낌이 너무 무거워서 쉽게, 즐겁게 읽히는 느낌이 아니였던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한동안 한국문학은 쳐다도안보다가 어떤 계기였는진 기억안나지만 정이현이라던지 김애란 같은 젊은 여류작가분들 책 몇권을 접했었는데 한국문학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깨졌었네요. 어떤 의미론 일본문학에서 느꼈던 쑥쑥 읽기는 가벼움이 느껴지면서도 일본문학과는 다른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이후 한국문학도 지속적으로 읽고있네요.
    아 왜이런 긴 얘기를하게 됐냐면 문학상마다 다르지만 문학상이란게 추구하는바가 있다보니 수상작들이 그 기준에 맞쳐 다소 무거울수도 있다 생각해요. 그러니 꼭 문학상수상작이 아닌 재미를 느낄수있는 책을 접하셨으면 좋겠네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남성작가들이 거기다 연세가 있으신분들이 대체적으로 문체라던지 무거운느낌(내용의 깊이를 의미하는건 아닙니다)이 강하고, 여성작가 특히 젊은 측이 좀더 읽기편한 책이 많은거 같아요. 거기다 추가로 청소년성장 소설도 재밌는것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쉽게 읽기고요. 대표적으로 영화되었던 완득이라던지 말이죠.

    • 노지 2017.05.17 22:35 신고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말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5.17 04:03

    비밀댓글입니다

    • 노지 2017.05.17 22:36 신고

      글이 발행되고 오래되서 수정은 어렵겠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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