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재미는 놓쳤지만 정치는 있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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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 있다면, 대선을 앞두고 꼭 한번 볼만한 영화 '특별시민'


 지난 토요일(29일)에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영화<특별시민>을 봤다. 대선을 앞두고 선전하는 영화의 홍보 영상이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거는 단순히 인기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무엇을 믿게 하고, 시민들이 어디를 바라보게 하여 얼마나 표를 받는지 가르는 진검승부다.


 오는 9일에 치러지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은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상대방을 향한 흑색선전부터 시작해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며 난처하게 하는 건 기본이고, 후보의 자질과 품격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차악을 뽑는 게 선거다.'는 말이 이해된다.


 이번에 극장에서 본 <특별시민>은 오늘 우리가 보는 선거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였다.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멀리는 대선 후보까지 바라보는 여당 후보와 여성으로 정치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선택을 꿈꾸는 야당 후보의 대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싸움이었다.


 그 탓에 다소 지루하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의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함께 영화를 본 어머니께서는 "와 이렇게 재미가 없노?"라며 쓴소리를 하셨다. 나는 그 이유가 <특별시민> 영화가 지니고 있는 '극적인 긴장을 부추기는 갈등을 넣기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그린 탓'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특별 시민>은 과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나 관객의 입장에서 아드레날린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거전에 초점을 맞춰 간접적인 대결을 펼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자연히 극적인 요소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보통 선거전은 다른 말로 정보전이라고 말한다. <특별시민>에서는 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후배에게 접근하는 기자,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도청 전화를 준비한 의원, 한 후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미리 토론회 질문을 전달하는 아나운서 등 다양한 인물이 정보전에 이용된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철저하게 앞으로 나서는 싸움이었다면, <특별시민>은 철저하게 뒤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다소 극적인 요소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수밖에 없는 전개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 작중의 긴장감은 높아졌어도 그게 전부였다.


 더욱이 작품의 결말은 우리가 흔히 원하는 권선징악의 결말도 아니고,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개과천선한 결말도 아니다. <특별시민> 결말은 치열한 난투전에서 마지막까지 버틴 사람의 승리였다. 우리의 의식을 대변하는 광고인 역할을 맡은 박경(심은경)은 유권자의 역할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현재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는 영화의 평점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원하는 과정과 결말이 없다. 작품 변종구(최민식 역) 후보는 "과정이 아니라 결말만 본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우리가 정치를 보는 자세이기도 했고, 영화를 본 독자들의 평가이기도 했다.


 나는 <특별시민>이 보여준 건 긴장과 스릴이 오가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진지하게 선거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인물의 뜻밖의 퇴장은 한숨을 내쉬게 했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는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영화의 결말을 끝까지 지켜보게 했다.


 분명히 <특별시민>은 재미가 없다. 우리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아찔한 장면도 없었고, 치열하게 갈등을 빚으며 서로의 목숨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장면도 없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오로지 정보 싸움과 개인의 이익을 위한 선택과 그 사이에서 '진짜 정치'를 고민하는 장면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고민거리를 던진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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