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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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 떨어지는 벤치 아래에서 읽기 좋은 소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따뜻한 봄날은 혼자 낮잠을 자기 좋은 계절이라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확실히 그렇더라고요. 저도 대학에서 오후 수업을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의식이 멀어질 때가 있습니다.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도, 졸리는 건 봄이기 때문일까요? (웃음) 따뜻한 햇볕에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봄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오늘은 봄을 맞아 읽기 좋은 소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이라는 작품을 짧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은 아주 소박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로, 일본에서 제6회 덴류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전체 37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화과자와 함께 그려지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무척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아마 책을 읽어 보시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으실 거에요.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화과자'에 대해 짧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화과자는 일본의 전통 과자입니다. 보통 차와 함께 내오는 경우가 많고, 찹쌀과 팥, 밀가루, 설탕, 한천 등을 주재료로 사용합니다. 다도에서 차를 마실 때 함께 곁들어 먹기 때문에 단 것이 많고, 기름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화과자는 첫 맛은 눈으로, 끝 맛은 혀로 즐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각적 즐거움도 추구하여 모양이 화려한 것이 많습니다.

(위키 백과)


 화과자는 정말 모양이 화려하고 맛있는 게 많습니다. 일본 친구한테 물어보면 "화려하지만, 맛은 수수한 화과자도 많다."고 말하는데, 제가 일본에서 먹어본 화과자는 전부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단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소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에도 관심이 갔었습니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은 한국에 1권부터 4권까지 발매되었습니다. 각 소설의 시작은 모두 구리마루당을 소개하는 짧은 프롤로그입니다. 그 프롤로그를 옮겨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쿄 아사쿠사.

변두리 동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오렌지 거리 어딘가에 고즈넉하니 자리한 화과자점이 있다.

다갈색 포렴에 달필로 적힌 가게 이름은 '과자점 구리마루당'.

메이지 시대때부터 4대째 이어오는 노포로, 소규모 찻집도 겸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진열장에 정갈하게 좋인 각양각색의 화과자가 당신을 반긴다.

소박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와 고급스러운 색감을 보면 당신의 입가에도 분명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 가게의 상품은 그것만이 안디ㅏ.

이따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들어올 때가 있다.

당신은 이 가게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한때를 보낼 수도 있고 놀라운 사건과도 만날 수 있다.


 짧은 이 프롤로그는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소설이 어떤 작품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화과자를 만드는 장인 구리타의 이야기가 아니라 화과자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거든요. 그 이야기는 잊었던 추억이기도 하고, 서투른 마음이기도 합니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1권>을 읽으면 주인공 구리타가 어떻게 화과자점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구리타는 한때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화과점의 간판의 무게가 무거워 약간 일탈에 가까운 시기를 보냈었는데,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됩니다.


 한동안 구리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가슴에 뻥 뚫린 감각을 맛보며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다가 겨우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가게를 닫을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화과자의 길로 돌아와 구리마루당의 4대째 주인이 되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구리타는 구리마루당의 주인이 되었죠.


 하지만 구리타는 자신이 만드는 화과자 중 일부가 부모님이 만든 맛과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게 됩니다. 그 사실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준 사건은 20년 전에 구리마루당에서 마메다이 후쿠를 먹었다는 사람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구리타의 마메다이후쿠를 먹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그때 먹었던 마메다이후쿠가 아닙니다. 달라요."


 구리타는 그 사람 덕분에 계속 마음 한구석에 걸렸던 문제와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맛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지 골똘히 고민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단골 카페의 마스터가 소개해준 아오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과자에 상당한 지식과 센스가 있었습니다.


 아오이는 구리타가 팥소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무엇인 잘못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구리타는 어떻게 맛을 보지 않고도 뭐가 다른지 아느냐고 추궁하는데, 아오이는 10년 전쯤에 아사쿠사 구리마루당의 마메다이후쿠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와 구리타의 이야기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좀 옛날이지만요. 아사쿠사 구리마루당의 마메다이후쿠는 워낙 유명하니까요. 10년 전쯤일걸요? 제가 아직 꽃보다 아름답던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가 사다 주신 마메다이후쿠를 정말 맛있게 먹은 적이 있어요. 저는 한번 먹은 화과자 맛은 절대로 잊지 않으니까요."

아오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 진짜냐?"

"진짜죠!"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구리타는 약간 기가 죽었다.

"그렇지만 아오이 씨……. 그 맛의 기억과 지금 내 작업 과정이 어떻게 연결되는데?"

"그게 말이죠. 단것에 한해서지만, 저는 먹기만 해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대략 알 수 있거든요."

절규했다.

설마 싶었지만 아예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라면 그런 흉내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남다른 미각과 지식이 있다면 절대 불가능은 아니다. (본문 56)


 이렇게 아오이 덕분에 구리타는 부모님이 만든 마메다이후쿠의 맛을 재현할 힌트를 얻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20년 전에 구리마루당의 마메다이후쿠를 먹은 사람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마메다이후쿠를 건넵니다. 그 사람은 천천히 마메다이후쿠를 먹더니 바로 이 맛이라며 극찬을 하죠!


 그 사람에게는 20년 전에 단순히 마메다이후쿠를 구매해서 먹은 게 아니라 조금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폭한에게 당해 아픈 몸과 주린 배를 안고 겨울 거리를 헤맬 때, 구리마루당의주인이 말을 걸어 마메다이후쿠를 건넸던 것이죠. 당시 그 사람에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형씨, 오늘은 참 재난이었지만 세상에 나쁜 놈만 있는 건 아니야. 일본인의 자랑거리는 의리와 인정이지. 이 팥소처럼 그걸 가슴 가득히 채우고 외국에서도 힘내쇼!"


 그 사람은 구리마루당 주인의 따듯한 격려가 있었기에 브라질에서도 노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을 절절히 실감할 수 있었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마메다이후쿠를 소중히 먹는 모습을 보며 구리타는 그의 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정말 따뜻한 한 편의 이야기이지 않나요?



▲ 마메다이 후쿠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어떤 음식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우리는 졸업식 때 짜장면을 먹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적의 부모님 세대는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짜장면이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축하하는 날은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었죠.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던 그 시절의 추억은 분명히 많은 사람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음식이라는 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멋진 존재입니다. 우리가 힘들 때마다 부모님과 친구는 맛있는 밥 한 끼를 함께 먹으면서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니까요.


 <변두리 화과저점 구리마루당>에서 그 소중한 음식은 바로 화과자입니다. 단순해 보여도 뜻밖에 깊이가 있는, 단순하지만 사실 굉장히 심오한 화과자를 닮은 이야기.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무언가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으신가요?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2권>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쿠라모찌(벚꽃떡)'가 소재로 등장합니다. 대입에 실패한 구리타의 친구의 여동생 가에데를 위해서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쿠라모찌. 저도 대입에 한번 실패한 적이 있어 이 이야기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가에데는 대입 실패 후 좌절감 속에서 거식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가에데의 오빠 아시바는 구리타에게 부탁을 했고, 구리타는 아오이의 도움을 받아 홍백 사쿠라모찌를 만들었습니다. 그 홍백 사쿠라모찌를 먹으면서 가에데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무척 감동적이었죠.


그 이야기를 짧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자 안에는 하얀색과 연분홍색 사쿠라모찌가 있었다. 왠지 그것이 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벚꽃의 향긋한 냄새가 물씬 풍겨서 더는 저항할 수 없었다.....

하얀 사쿠라모찌를 소네에 들고, 가에데는 겉을 싼 잎을 풀어 살짝 깨물었다.

"엇……."

그 순간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벚꽃 풍미가 향긋하네 부풀어 코에서부터 머리까지 시원시원하게 통과했다.

벗겨낸 벚나무 잎에서 침투한 은은한 짠맛을 먼저 혀가 느꼈다. 촉촉한 반죽 피의 표면을 이로 깨물자, 통통한 탄력과 함께 안을 채운 팥소의 단맛이 느껴졌다.

으깬 팥의 은근한 단맛이 쫄깃쫄깃한 식감인 구운 피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부드럽고 기분 좋게 씹히는 감촉 안에서, 우아하고 산뜻한 팥소의 단맛과 벚나루 잎에서 스며든 짠맛, 꽃의 달콤한 향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사뿐사뿐 춤을 추었다.

'맛있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맛있는 사쿠라모찌는 처음이었다.

이어서 두 입, 세 입 가득 베어 물었다.

먹을 수 있었다. 토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못 먹은 것을 회복할 셈인지 식욕이 쑥쑥 샘솟았다. 옆 탁자에 놓인 손도 대지 않은 점심까지 전부 먹어치우고 싶었다.

내 안에서 살아갈 힘이 눈을 떴다……. 그렇게 느꼈다. (254)



곤란할 때,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다정한 사람이 옆에 있어준다.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일본에, 이 변두리 동네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가에데는 온 마음을 다해 생각했다.

구리타가 불쑥 말했다.

"홍백은 예전부터 축복의 색이라고 하지. 나, 내년 이 시기에도 너한테 홍백 사쿠라모찌를 선물할 예정이니까."

구리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가에데는 금방 알아차렸다.

이제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올 한 해,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는 꼭 합격해야지.

반드시 벚꽃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또 모두 함께 축복의 홍백 사쿠라모찌를 먹고 싶다.

자신이라면 그럴 수 있다. (본문 261)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해준 화자가 홍백 사쿠라모찌. 벚꽃 피는 계절에 이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 사쿠라모찌가 먹고 싶어집니다. 저도 재수를 통해 대학에 들어왔지만, 대학에서의 일과와 하고 싶은 일과 병행하며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는 저를 응원하고 싶었거든요. (웃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달래주는 커다랗고 놀라운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을 살아가는 저의 나지막한 소원 중 하나는 이연복 셰프님의 가게를 방문해 직접 음식을 먹어보는 일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볼 때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이연복 셰프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음식이 가장 먹고 싶으신가요?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에서 등장한 화과자를 먹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한국적 정서에 맞게 김밥과 유부초밥을 넣은 도시락과 돗자리를 챙겨 봄 소풍을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죠. 만약 봄 소풍을 가시게 된다면, 이 책을 함께 가져가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벚꽃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벚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건 너무나 멋진 일이죠!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에는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마음의 맛이 있고, 행복은 과자 한 조각에서 시작된다는 걸 천천히 음미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4월 말, 한 걸음 물러나기 시작할 봄을 맞아 오늘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부디 이 책을 함께 이야기한 이 시간이 따뜻한 봄날의 멋진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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