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스타크래프트를 한 나에게 벌어진 일

10년 만에 즐긴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오락일 때만 즐거움이다.


 얼마 전부터 다시 게임 스타 크래프트를 조금씩 즐기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한때 범국민적 인기 게임이었던 스타 크래프트가 디지털화가 이루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금 관심이 생긴 게 계기였다. 블리자드에서 3월 31일에 기존 스타크래프트를 무료로 배포했고, 이 소식은 90년대의 게임을 즐긴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나 또한 그 향수에 취해 정말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를 해보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정말 열심히 했고, 중학교 시절에도 다른 RPG 게임과 함께 했고, 고등학교 때는 컴퓨터 수업 시간마다 반 아이들끼리 하거나 심지어 수학 선생님도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전략 이야기를 나누었던 잊고 지낸 추억이 하나둘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약 10년 만에 다시 손을 댄 스타크래프트에서 나는 '한심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엉망이었다. 운영 전략이 가장 중요한 게임 속에서 나는 운영과 전략이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미네랄과 가스를 캐서 열심히 자원을 모아도 유닛이 나오지 않았고, 어떤 시점에서 테크닉을 올려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게임을 조금씩 하면서 차차 익숙해지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승리보다 패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전히 1:1 플레이를 하면 상대방이 넘사벽의 수준이었지만, 10년 만에 한 스타크래프트에 그냥 끄는 일이 쉽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다. 책을 읽거나 대학 과제물이 급한 걸 알고 있어도 뒤로 미룰 정도로.



 게임이 오락일 때는 즐거움이지만, 게임이 중독이 되면 괴로움이 된다. 나는 그 사실을 오랜만에 뼈저리게 느꼇다. '딱 두 판만 하고 꺼야지!'라며 시작한 스타크래프트는 두 판이 두 시간이 되기가 다반사였고, 나는 우선수위가 더 높은 일을 해야 함에도 토요일 오후 시간을 게임만 하면서 보내버리고 말았다.


 '딱 한 판 만 더'라는 욕구도 오랜만이었다. 보통 플레이가 10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스타크래프트는 1시간 정도 꾸준히 플레이하는 RPG 게임과 달리 시간이 짧다. 하지만 10분~20분 사이에서 시간이 종료되는 게임은 얼마 안 걸린다고 생각해서 한 판을 더 해버린다. 그렇게 시간은 눈 깜짝할 새 2시간이 된다.


 이렇게 게임을 하는 2시간 동안 나는 다음 주까지 내야 할 레포트 과제에 전혀 손도 대지 못했고, 중간고사를 맞아 복습을 하기로 한 일본어 수업 자료도 한번 읽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플래너에 적은 우선순위 A등급으로 기록한 책을 읽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쓰는 일과 피아노 오후 연습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한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반가웠고, 게임을 즐기면서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약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나는 더 큰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 일을 뒤로 미루는 참사를 겪고 말았다. 시간을 써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느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하루의 스케줄과 지키지 못한 나와의 약속.



 역시 게임은 최대한 절제를 하면서 정해진 시간만 하는 게 중요했다. 대학 개강 이후 게임은 손도 대지 않고 있었는데, 스타크래프트 디지털화 소식 이후 손을 대면서 중독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중독이라는 말은 살짝 과장이 섞였을지도 모르지만, 진짜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시점에서 이미 심상치 않은 수준이었다.


 이번 일주일 동안 무분별하게 하는 게임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게임을 하고 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서 게임을 하는 것. 만약 이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는 게임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디 오늘 이후로 다시는 게임이 해야 할 일을 밀어내는 일이 없기를!!


 게임은 오락일 때는 즐겁지만, 중독이 되면 괴로움이다. 게임을 통해서 꿈을 꾸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예외겠지만,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우리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다. 게임이 오락의 범주를 넘어 우리의 인생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게임은 해야 할 일은 한 이후에 조금만 하도록…!


 (스타크래프트 디지털 작업이 이루어지는 여름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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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2017.04.11 03:08 신고

    게임에도 전혀 소질 없고 한번 무언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영혼이 피폐해져 가면서 우선순위는 뒷전이기 마련이니..... 저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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