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라! 유포니엄, 꿈을 쫓는 아름다운 선율을 그린 청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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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방영 화제작인 <울려라! 유포니엄>을 지금 다시 소설로 만나다


 저는 종종 일본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보내는 일상에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학교생활은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느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부활동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체험을 하고, 그 체험을 통해 공부 이상의 많은 것을 얻거든요.


 제가 중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작은 부활동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부활동을 선택해서 한 달에 몇 번 그 시간에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했었는데, 제가 중학교 3학년이 될 때부터 부활동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아쉽습니다.


 오늘날에는 다시 아이들에게 체육 시간과 부활동 시간을 돌려주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 유치원 때부터 경쟁주의 파도에 휩쓸리는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학교가 아닌, 대안 학교를 통해서 좀 더 자유롭게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님과 학생도 늘고 있습니다.


 부활동. 만약 이런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소극적인 제가 참여했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지금도 다니는 대학에도 여러 동아리가 있지만, 저는 제 일을 핑계로 하나도 참여하지 않고 있거든요. 더욱이 대학에 늦게 복학한 터라 나이 차이도 제법 있어 괜히 참여하면 더 어수선할 뿐이죠.


 그래도 혼자서 하는 피아노 연습이나 책 읽기, 애니메이션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일본 고등학교의 '부활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애니메이션화를 하며 엄청난 인기를 한 번에 몰고 온 <울려라! 유포니엄>입니다.



 여러분은 '유포니엄'이라는 악기를 아시나요? 유포니엄은 취주악단에서 저음 파트를 내는 악기로 낮은음에서 나오는 음색이 아름다운 악기입니다. 작품의 제목이 <울려라! 유포니엄>인 이유는 주인공 오마에 쿠미코가 담당하는 악기가 유포니엄이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제목이 단순하지 않나요? :D


 주인공 오마에 쿠미코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유포니엄을 연주한 소녀입니다.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쿠미코는 취주악부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새롭게 만난 친구 카와시마 사파이어와 카토 하즈키를 통해서 취주악부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죠!


 쿠미코가 들어간 키타우지 취주악부는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모두 실력이 엉망진창이라 도저히 전국 대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에 2학년과 3학년 사이에 큰 트러블이 있어 분위기도 어수선했습니다. 마치 그곳은 발을 들여선 안 될 곳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키타우지에 새로 부임한 '타키 노보루' 선생님이 새로운 취주악부 고문을 맡게 되면서 확 달라지게 됩니다. 그는 처음 부원들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키타우지 취주악부의 목표를 정하자고 말합니다. 다수결로 정한 취주악부의 목표는 '전국대회'가 되지만, 부원들 상당수는 코웃음 쳤죠.


 그도 그럴 것이 한때 취주악부 강호였다고 해도 만년 예선 탈락에다가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키타우지가 전국대회에 가는 건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안일한 키타우지 취주악부 부원들에게 타키 선생님은 가차 없이 냉정한 평가를 합니다. 그 장면을 짧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 이 합주는 무엇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나요?"

고문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불길한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트롬본 쪽을 가리켰다.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 저요?"

지명을 받은 학생에게서 동요하는 기척이 전해졌다. 이 귀에 익은 목소리는 틀림없이 슈이치다.

"그건, 그러니까, 실제 연주할 때를 위해 다 같이 맞춰서 연습하려고……."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타키에게서 동의를 얻었다는 데 안도했는지 슈이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실의 공기는 풀리지 않았다. 위장이 시큰거리는 무거운 공기에 쿠미코는 입술을 질끈 꺠물었다,

"하지만 이래선 합주는 불가능하지요. 여러분의 파트는 각각 결함을 가지고 있어요. 다소의 실수라면 연주를 계속할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하면 연주 자체가 파탄이 납니다. 이 정도 연주로 합주를 하다니, 부끄럽지 않나요?"

노골적인 매도에 학생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타키가 과장된 몸짓으로 한숨을 쉬었다.

"여러분의 능력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한심하군요." 


(중략)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여러분이 파트 연습을 하는 교실을 보고 돌아다녔어요. 다들 정말 즐거운 것 같더군요. 잡담하는 목소리가 복도에까지 울려 퍼졌으니까요. 악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교실도 있었어요."

정곡을 찔렸는지 주위 파트의 학생들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쿠미코는 문득 며칠 전 슈이치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역시 이 학교의 취주악부는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저는 말이죠, 딱히 연습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여러분이 처음에 결정했잖아요? 전국대회에 가고 싶다고. 그런데 이래서는 곤란해요. 파트 연습을 하는 동안 최소한의 연주 실력은 갖춰야죠."

참 짜증이 나네요. 그는 웃음을 지은 채 그렇게 내뱉었다.

"무슨 착각들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러분과 놀려고 휴일에 일부러 학교에 나온 게 아니에요. 지도를 하기 위해서 왔지요. 그런데 어떤가요? 이 연주는 지도 이전의 문제 아닌가요? 제 귀중한 휴일을 낭비하지 마세요."

교실 구석 쪽에서 여학생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렷다. 그래도 타키는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웃음의 모양을 띤 눈의 안쪽은 이쪽이 움츠러들어 버릴 정도로 싸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본문 68)


 우리는 타키 선생님의 모습을 '팩트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연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주를 하니 제대로 맞춰질 리가 없지요. 파트는 모두 제각각 따로 놀고, 개별로 시켜도 메트로놈에 맞추는 일조차 어려운 연주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타키 선생님의 지적에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타키는 취주악부가 연주다운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상당히 하드한 연습 스케줄을 실천하게 합니다. 타키 선생님께 한소리를 들은 부원들은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열심히 연습에 참여하죠. 그 덕분에 키타우지 취주악부는 타키 선생님으로부터 합격점을 받고, 썬 페스티벌에도 출전하게 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이 장면에서 들은 합주는 정말 좋았습니다. 음악도 좋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의 이야기나 무척 좋았죠. <울려라! 유포니엄>은 애니메이션화가 되어도 모두 시나리오 중심으로 전개될 정도로 시나리오가 굉장히 탄탄한 작품입니다. 취주악부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죠!



 저는 <울려라! 유포니엄> 이야기를 보면서 노력하는 일의 가치가 얼마나 멋진지,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에는 주인공쿠미코와 그녀의 친구 코사카 레니아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부러울 정도로 빛났습니다.


 레이나는 같은 1학년 중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트럼펫 연주자입니다. 그녀는 교토 대회를 향해 순풍 만난 돛단배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키타우지 취주악부에 돌연히 닥친 태풍의 눈에 서게 됩니다. 그녀는 교토 대회 참가 멤버 오디션에서 솔로로 선택되었지만, 2학년 선배가 반기를 들었던 것이죠.


"전 이해가 안 가요!"

귀를 찢을 듯 높은 고함소리. 쿠미코는 자신도 모르게 낯을 찡그렸다.

"왜 카오리 선배가 아니고 코사카예요?!"

그렇게 역성을 터뜨리고 있던 살마은 트럼펫 담당 유우코였다. 그 옆에서 카오리가 난처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니, 하지만 오디션에서 레이나로 결정된 거니까......"

"전 그런 거 수긍 못 해요!"

유우코가 발을 쾅쾅 굴렀다. 주위의 선배들도 얼굴을 마주 보며 소곤고렸다. 하기야 1학년이 솔로라니 이상하지 않아? 보통 카오리가 솔로를 해야 하지 않아? 분위기 파악하고 냉큼 사퇴할 것이지. 또렷하지 못한 속삼임의 칼날은 똑바로 레니아에게 향했다. 그래도 그녀는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자신의 파일만 정리했다.  (본문 197)


 여러분이라면 어떤 게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3학년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학년에 상관없이 잘 하는 사람이 부는 게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문제로 인해 키타우지 취주악부는 잠시 갈등을 빚게 되지만, 타키 선생님이 모두 앞에서 재 오디션을 치르겠다고 말하며 일단락됩니다.


 당연히 재 오디션에서도 레이나는 멋진 연주를 합니다. 이 장면은 솔직히 영상으로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이지만, 책에 적힌 묘사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그러면 다음은 코사가 차례군요. 준비는 됐나요?"

"네."

레이나가 코넷을 들었다. 쭉 뻗은 등. 똑바로 앞을 바라보는 시선. 타키의 지휘봉이 움직이고, 레이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첫 음이 나팔에서 뿜어져 나간 순간 무미코의 귀는 명확하게 조금 전 연주와의 차이를 느꼈다. 뇌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 고음이 공기를 진동시키며 쿠미코의 귀에 박혔다. 음색은 박력이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울림을 유지한 채 똑바로 홀을 휩쓸어 나갔다. 같은 악보를 보고 같은 소리를 재현했을 텐데도 어떻게 두 살마의 연주가 이렇게나 다를까. 저릿저릿해지는 듯한 그 소리에 쿠미코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심장이 떨리고 소름이 돋았다. 이음매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멜로디. 그 소리에 달라붙는, 열기를 머금은 여운.

연주가 끝났는데도 홀은 정적에 잠겼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연주의 잔재가 아직도 공기 중에 남아 있다.

이런 건. 쿠미코는 생각했다. 이런 건, 반칙이야. 이런 게 동급생이라니. (본문 231)



 이 장면을 통해서 오디션 논란은 완전히 종료되게 됩니다. 누구나 코사카 레이나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레이나는 그런 압박감 속에서도 너무나 멋진 연주를 했죠. 키타우지는 이후 전국 대회에 나가기 위한 첫 대회를 향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금상과 함께 교토 대회 진출권을 손에 얻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1권>은 여기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교토 대회 진출권을 확정 짓고, 모두가 함께 웃는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좀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 쿠미코와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연주를 하는 레이나의 위풍당당함은 너무나 멋졌어요!


 <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는 현재 한국에 3권까지 발매되어 있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다른 라이트 노벨처럼 일러스트가 듬성듬성 나오지 않고, 일러스트가 없는(그래서 아쉽습니다.) 일반 소설로 나와 있습니다. 음악과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분께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D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키타우지 취주악부가 교토 대회를 넘어 전국 대회까지 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주악부 모두 함께 노력하고, 때로는 살짝 엇갈리면서도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전국 대회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하나의 선율이 되는 이야기. 다음 곡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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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팟캐스트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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