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와 유시민이 말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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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손석희 앵커와 유시민 작가가 만나다


 어제 금요일은 우리의 역사에 있어서 어떤 수식어를 지금 사용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정말 중요한 날이었다. 국회에서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소로 넘어가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날이었다. 마지막 날까지도 많은 시민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촛불을 밝히며 그 뜻을 분명히 정했다.


 많은 사람이 탄핵이 가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 속에서 금요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 234표로 가결되었습니다.'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이에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시민이 환호하는 모습을 실시간 중계를 통해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무심코 손을 번쩍 들었다.


 이번 탄핵소추안 의결에서는 새누리당에서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은 찬성표가 나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친박은 이제 완전히 힘을 잃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당초 아슬아슬하게 가결되거나 부결될 확률이 높다고 한 탄핵소추안은 가결 쪽에 무게가 실린 채로 마무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소주 공짜!' 등의 문구를 단 여러 식당은 어제 불금을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았을까? 나는 다음 주로 다가온 대학 기말고사 때문에 TV만 켜놓은 채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동생은 PC방에서 탄핵안 소추안 가결로 1시간 더 보너스를 받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많은 시민이 그동안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다소 풀 수 있는 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주 토요일에서 매일로 바뀐 성난 민심은 '국민이 곧 국가다.'라는 사실을 강하게 보여주었고, 새누리당 내에서 갈팡질팡하던 박쥐 같은 사람들의 '가' 선택을 끌어냈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제 직무대리에 나서게 되었는데, 아직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말도 많은 상태라 앞으로 국정이 편안하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두고 어제 JTBC 뉴스룸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유시민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내 시험공부를 하다가 다소 지쳐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방송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공정한 언론을 대표하는 '손석희 앵커'와 차분하고 냉철한 정치적 시선을 보여주는 '유시민 작가'의 만남은 이미 그 존재감만으로 듣고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유시민 작가는 앞으로 정국에 대해 짧게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도 함께 나와 새누리당 내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새누리당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트에 필기하면서 적은 내용을 일부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손석희(이하 손) : 헌재소 결과가 특검보다 먼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재 헌재소와 특검의 결과 발표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시민(이하 유) :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야당이 소추하고, 선관위는 오로지 한 죄목밖에 없었기에 헌재소는 '위법에 해당하다 사안이 크지 않다.'고 판단을 했다. 그래서 헌재소는 형사 재판이 아니라 대통령의 가치와 자격을 보기 때문에 특검보다 먼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 :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유 : 저도 듣기만 했다. 주로 청와대 내에서 생활하시면서 독서를 하거나 글을 좀 쓰신 거로 알고 있다. 총리실에서 상황 보고 정도만 받았다.

손 :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하는 황교안 총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역할은? 단순한 정보 제공만으로 끝날 것인가?

유 : 황교안 총리가 상식선에서 행동할 것으로 생각한다. 권한 대행인 대통령에서 지시를 받는다면 문제이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황교안 총리 양심에 맡겨야 한다.

손 : 유신체제 마무리라는 평가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50% 득표에는 일종의 동정(연민)이 강하게 작용했다. 현실에 있으면서 겪은 불행한 사건이 '박정희 대통령이 잘했다'고 말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것을 투영해보고 있었지만, 이번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 중에서 박정희 시절 강조한 이념적 행위나 국가안보, 부국강병에 빠진 사람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손 : 이번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영철(이하 황) : 새누리당 내에서 많은 찬성표가 나온 것은 국민의 의견에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 차원에서 뜻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많이 있었고, 의사 과정에서 고민한 분이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손 : 지난주 촛불 집회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황 : 많았다고 생각한다.

손 : 새누리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비박은 뜨고, 친박은 소멸한다는 말까지 있다.

황 : 소멸 이야기를 하기에는 당내 의원들이 불쾌할 수도 있다. 나는 이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는 새로운 쇄신을 위해 비박은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쇄신에 저항하면 또 과열한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소멸할 것으로 본다.

손 : 비상시국 체제는 계속할 것인가?

황 : 이번에 논의하려고 한다.

손: 유시민 작가는 앞으로 새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 판단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 대통령 간담회를 보면 탄핵이 기각되어 대통령직 복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것이 없다면 새누래당 혁신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잔존한 박근혜 친박 세력이 대통령의 복귀를 버리지 않아 수용이 어렵다는 느낌이다.

유 : 황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 : 대통령 영향이 없다고 본다. 이제 대선이 주요 현안인데, 새 지도체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재 영입을 통해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유시민 선배가 말한 것과 달리 대통령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 (중략)



손 :  황교안 체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유 : 그렇다.

손 : 왜?

유 : 대통령이 탄핵 당한 마당에 국민의 시선을 안 살필 수가 없다. 그리고 황교안 성격상 치고 나가거나 자신만의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국민의 요구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손 : 추미애 대표는 황교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유 : 적절치 못한 말이죠. 마음은 내각 사퇴를 했다고 임해야 한다. 하지만 권한 대행마저 나가라고 하면 절차가 없다. 그 기분은 알지만 그런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 (중략)

손 : 이 시점에서 개헌론이 실질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보는가?

유 : 개헌은 필요하지만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마무리하며)

손 : 썰전에서 뵙겠습니다.

유 : 썰전에서 저 안 보시잖아요~ (웃음)

손 : ......... 봅니다. (웃음)


 막 열심히 필기했지만, 막상 다시 읽어보려고 하니 뭐라고 적은지 알 수 없는 말이 있었다. 이 필기는 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다음 주에 치를 순차 통역 시험에서 얼마나 내가 잘 기억해서 다시 적을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기도 했다. 좀, 문제가 많았다.


 아무튼, 다시 손석희 앵커와 유시민 작가, 황영철 의원이 나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세 사림이 나눈 이야기는 '새누리는 앞으로 친박이 조용해지지 않는 한 새누리 혁신은 힘들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아직 미지수다.', '헌재소 결정에 따라 아직은 모르는 변수가 많다.'로 요약할 수 있다.


 탄핵 소추안은 가결되었지만, 우리는 그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특검은 과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사건에 대해서 얼마나 파헤쳐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제 우리는 가장 중요한 특검과 헌재소 발표 두 가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 발표가 난 이후에야 손석희 앵커와 유시민 작가가 나눈 차후 대선에 대한 이야기도 수면 위로 점점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야당은 이미 많은 유력한 대선 후보를 가지고 있지만, 새누리는 완전히 밑바닥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데다가 친박과 비박의 갈등도 여전해 앞이 너무나 엉망진창이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과연 '장을 지질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정현 대표는 자신이 직접 말한 이후에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지만, 평소 행동으로 보면 실천하는 대범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이번 탄핵안이 결정되었다.


 아직 많은 사안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어떤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오기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국민의 뜻이 얼마나 우리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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