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촛불 집회,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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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하야하라!" 외친 중학생부터 60대 시민까지 어울린 김해 촛불 집회


 지난 토요일(19일) 전국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서울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각 지역에서도 각각 사람들이 모여 뜻을 함께했다. 내가 사는 김해도 거북 공원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는데,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공연이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다.


 거북 공원에서 오후 5시에 촛불 집회가 시작하기에 나는 조금 일찍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나섰다. 5시가 되기 전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오늘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걸까?!'는 걱정을 했지만, 이 걱정은 정말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5시가 조금 넘어서기 시작하자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서는 준비한 촛불 1,100개가 모두 동이 났다고 말하면서 오늘 이곳에 어림짐작 1,200명 정도 넘게 이곳 거북 공원에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정말 공원이 다 채워질 정도로 사람이 올까 싶었지만, 이제는 공원의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모였다.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다.


 전에 촛불집회에 참여했을 때도 '역사는 이렇게 서서히 새로운 흐름을 향해 발을 내디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감이 흘렀는데,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기분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무겁지만 않고, 오히려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번 거북 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하여 간간이 주최 측에서 준비한 다양한 공연이 함께 했다. 주최 측 담당자는 "우리가 즐거워야 지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할 때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우리가 먼저 지쳐서 포기하면 절대로 안 된다.


 나는 이 자리에서 자유발언을 위해서 마이크를 잡았다. 거북 공원으로 향하기 전에 집에서 잠시 짧게 원고를 적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시민 자유발언 접수를 하려고 하니 상당히 망설여졌다. '내가 하더라도 정말 괜찮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왕 준비했으니 한 번 해보자고 생각해서 과감히 신청했다.


 순서가 두 번째라서 긴장하며 오랜만에 고교 친구들과 '넌 집회 안 오냐?'며 카톡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자유발언 때문에 긴장된다고 하니 '어차피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들이다. 내보다는 잘 할 거다. 위안삼아라 ㅋㅋ'면서 응원을 해주었다. 여전히 머리가 복잡했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 나가 발언을 했다.


 그 당시에 내가 스마트폰에 적어간 자유발언의 내용은 이렇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종종 우리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종종 제 글을 읽어보시곤 '조심해라. 니 계속 그런 글을 쓰면 나중에 정치도 못 하고, 어디에 취직도 못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어머니가 저 때문에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우리 정치와 사회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렇게 나라가 엉망일 때 '저놈은 당장 내려와야 돼!', '저놈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런 말을 하면 나중에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대체 왜 누가 보더라도 "아, 저 사람은 못된 사람이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 쓴소리했다고, 나중에 정치도 못 하고, 취직도 못 하게 된다는 말입니까?


참, 슬픕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겨우 우리나라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의 주권은 누구에게 있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오래전부터 선진국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입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치와 경제의 부패는 후진국에서도 밑바닥을 향해 내달리고 있습니다.


부끄러운지 알아야죠! 지금 이 상황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잘사는 겁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집니까? 절대 가려지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저는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바를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저 사람은 28색크레스파스같은 녀석이라고 욕을 할 것입니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얼마 전에 어떤 모임을 갔다 오시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 엄마가 참여한 모임에서 모두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난리더라. 도대체 대통령이 뭘 잘못했냐고 하대?"


저는 그 말씀을 듣고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근혜가 불쌍한 게 아니라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을 믿는 그 사람들이 불쌍합니다. 저 파란색 지붕 아래에 앉아서 우리 국민을 위해 무엇하나 하지 않고, 오로지 선무당 최씨 일가를 위해서 나라의 돈을 갖다 퍼부은, 저 대통령을 아직도 믿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대통령을 믿다가 그게 허깨비라는 걸 알게 될까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하루라도 더 일찍 진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한 일가를 위해서 썼고, 그 일가의 눈 밖에 난 사람은 모두 쫓겨났다는 사실을, 우리가 피땀 흘러가면서 돈 벌어서 낸 세금을, 모두 지 마음대로 썼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게 지성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우리의 할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여객선 사고라고 말하며 제 밥그릇을 고민한 문고리 권력들! 그런 문고리들에게 명령한 대통령, 그리고 그 대통령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비선 실세! 오늘 우리는 상식이 무너진 세상에서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여기 있습니다. 만약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나섰다는 이유로 차후 차별을 받는다면, 깨끗하게 무시하십시오. 적어도 우리는 비겁하게 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뛰쳐나오십시오.


잘못한 사람이 당당하고, 잘못을 지적한 사람이 숨어야 하는 세상. 어디에도 이런 세상은 없습니다. 자, 모두 함께 외칩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새누리는 해체하라!


 김제동처럼 좀 더 명확하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무대 앞에 서니 다소 긴장이 되어서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발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이 박수를 쳐주면서 힘을 주신 덕분에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짧은 발언을 마친 이후에 한 아주머니가 올라와서 노동자의 삶과 서민의 삶을 대변하는 발언을 하셨고, 이후에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올라와서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모두의 이야기를 옮길 수 없어 다소 아쉽지만, 이날(19일) 거북 공원에 모인 모든 사람이 가슴에 품고 있는 건 한 가지였다.


 우리나라가 좀 더 상식적인 사회가 되는 것. 한 중학생 소녀가 올라와서 "저희 중학생도 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 반 아이들 모두가 이건 잘못됐다는 걸 알아요!"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학생도 아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그 대통령의 측근들만 모르고 있다. 참으로 가슴을 치며 통곡할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자유발언을 통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모두 함께 거리를 행진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 외치더라도 어쩌면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은 "뭐? 광화문 100만? 나머지 4,900만은 전부 지지자야!"라는 착각을 하면서….







 나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촛불집회가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한 명의 청소년 발언 이후 다른 청소년도 용기를 얻어서 자유발언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부모님은 손을 잡은 아이에게 "중학생이 저렇게 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엄청 용기 있는 행동이다. 꼭 배워야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된 촛불집회. 서울에서는 많은 중·고등학생이 모여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은 이런 중·고등학생 뒤에 나라를 뒤흔들려고 하는 불순한 세력이 있다는 막말을 했다. 진짜 불순한 세력은 청와대 뒤에 있지 않을까?


 이미 많은 시민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청와대 뒤에 숨은 최순실을 비롯한 최 씨 일가라는 비선 실세. 그들이야말로 나라를 뒤흔드는 불순한 세력이다. 그들을 빼면 도대체 누가 나라를 뒤흔흔드는 불순한 세력이겠는가? 제발 그런 막말을 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상식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나는 오늘도 많은 대학 과제와 해야 할 일을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이 집회에 참여해서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목소리를 더했다. 달라질 가능성이 적다고- 잠자코 있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고, 쪽팔리는 일이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보다 여기서 하는 공부가 먼저였다.


 이와 같은 일이 몇 번이나 있다고 해도 나는 선택지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말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현장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인터넷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그것이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변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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