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촛불대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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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다


 얼마 전에 김해 외동 사거리를 지나가다가 11월 5일 오후 6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대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11월 5일은 대학에서 반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통역대회 탓에 시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최대한 시간에 맞춰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다행히 통역 대회는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 더 일찍 끝나 부산에서 김해로 넘어올 수 있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곧장 촛불 대회가 열릴 예정인 장소에 도착하니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6시까지 8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피켓과 촛불을 받아서 6시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더욱 가까워지자 점점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청소년도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친구들과 만나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로 "너도 왔냐?"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저절로 웃음을 짓게 했고, 한편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에는 기성세대와 함께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나와 같은 20대도 책임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20대가 조금 더 저 청소년들처럼 시국의 중요성을 통감하며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상식적인 선택'을 했다면, 오늘은 달랐을 수도 있었다.


 대선만 아니라 20대는 번번이 투표율에서 최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고, 괴롭다고 몸부림치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자 무관심했던 20대가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화여대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최순실 딸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특혜 사건은 우리나라가 최순실 사건을 파헤치는 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화여대의 시위 이후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대학가에서는 과거 독재 정부에 저항한 학생운동 같은 파도가 일어나며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에 내가 참여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대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더는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고, 어른들의 잘못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학생들이 목소리를 함께 냈다. 비록 여전히 제 갈 길만 가는 사람도 많았지만 말이다.


 나는 이곳에 서 있으면서 새롭게 쓰이는 역사 한 페이지에 서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목소리는 내는 일이 비록 힘을 지니지 못하더라도 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많은 사람이 할 일이 없어서 이 장소에 모이지는 않았다. 모두 사정을 젖혀두고 모인 거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약 15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상식이 바로 서는 사회가 되기 바라는 마음. 그러는 데 것은 필요한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사과와 자진 사퇴를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 그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오늘 나는 지나가면 과거일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몇 번이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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