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기 개강을 시작하며 적는 일기

대학교는 두근거림이 아니라 지루하고 피곤하다


 지난 8월 29일에 대학 2학기 개강을 했다. 수강신청을 하고 나서 수강정정 기간을 통해서 2학기에 들을 과목을 총정리했다. 어떤 과목은 난이도가 높은 동시에 조별과제가 꾸준히 나온다는 말에 취소했고, 어떤 과목은 생각보다 너무 교수님이 까칠해 보여 취소하려고 하다가 포기했다.


 나는 이번에 대학 2학기 수강신청을 하면서 머리가 너무 아팠다. 도대체 왜 이렇게 수강 과목이 정리되지 않는지 궁금했다. 1학기에서 이어지는 강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이름을 바꾸거나 새롭게 생긴 강의가 많았다. 연계해서 듣고 싶은 강의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무엇보다 2학년 1학기 과목에서 '입문' 수업을 들었다면, 2학기에는 밸런스를 생각한 심화 과목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는 그런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3학년 과목에서 다음 과목이 있었지만, 그 강의는 난이도가 갑작스레 3~5단계 이상 올라갔다. 그래서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다.


 다른 대학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지방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는 학교라서 이럴 수도 있다. 몇 년 단위로 툭하면 학생 운영 방식이 바뀌고, 매달 과목이 바뀌고, 등록금도 올랐다가 내렸다가 제멋대로다. 마치 왜 삼류 대학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이번 강의 시간표는 내가 가까스로 최선의 형태로 갖춘 완성체다. 통학을 하는 탓에 최대한 금요일은 빼려고 했고, 듣고 싶은 과목 중에서 시간이 겹치지 않는 과목만 선택했다. 예외 변수로 금요일도 생각하고 처음에는 계획했지만, '듣고 싶은 과목'과 '채워야 하는 학점'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대학에 올라오면 누구나 자유롭게 듣고 싶은 과목을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은 착각이다. 막상 대학교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으로 접어들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졸업 전까지 전공 학점을 얼마나 채워야 하고, 교양과목을 또 일정수준 채워야 하고, 졸업을 위한 시험과 자격증까지 거쳐야 한다.


 도대체 누가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교에 가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을까? 나는 그 사람을 찾아서 따지고 묻고 싶다. 이게 자유냐? 도대체 어디에 학생의 의견이 존중받고, 어디에 배움이 있는가? 그저 취업을 위한 명분으로 여러 제도를 만들어 요구하고, 강의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6년 만에 복학한 나는 이 시스템이 너무 낯설었다. 변화된 환경에 신속한 적응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도대체 대학생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최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수강 시간표를 세웠다. 자유는 개뿔, 있는 건 제약뿐이었다.


자유는 다른 곳에 있다, ⓒ노지


 그래도 그나마 이번 2학기 수강과목 중에서는 듣고 싶은 3과목이 있어 다행이다. 한 과목은 부동산 법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고, 한 과목은 일본인 유학생과 파트너가 되어 스스로 진행하는 과목이고, 한 과목은 부족한 일본어 문법을 배우기 위한 과목이다. 이 세 과목은 그나마 좋은 과목이다.


 다른 건 솔직히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들어야 하는 과목이니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정말 듣고 싶어서 듣는 과목이 아니더라도 낭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대한 강의 시간에 집중하여 별개의 시험 대비 공부 없이 딱 그 시간의 양으로 끝낼 계획을 생각이다.


 지난 1학기도 그렇게 해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내가 뛰어난 게 아니라 주변에서 너무 안 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 않으면 자신만 손해다. 일본인 유학생과 하는 수업은 조금 난항을 겪을 듯하지만, 그래도 그 어려움이 나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드러내고 싶은 불평불만은 많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아직도 나는 시스템 전체를 잘 모른다. 시스템 전체를 다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허구한 날 창조와 창의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취업을 강조하는 대학. 이미 대학은 비싼 돈 내고 다니는 졸업장 학원이다.


 대학을 탓하려면 결국 나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는 쓴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내 잘못이다. 얼른 이 대학이라는 교도소에서 졸업이라는 석방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정부의 특별 사면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도 그저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 같은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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