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하기,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소통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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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을 쓰기 전에, 말하기 전에 내가 가진 전략과 철학을 물어본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을 6년 넘게 이어오면서 나름 글 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글이라도 글을 읽은 사람들이 종종 잘 썼다며 칭찬해주고, 우연히 어느 사이트나 잡지에 글을 기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래도 내가 좀 쓰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웃음)


 하지만 아직 내가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 20대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글에 담을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고, 내 의견과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어휘력 또한 부족하다. 늘 책을 읽으면서 감동하고, 명료하게 저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글은 꼭 체크를 해두고 다시 읽어본다.


 책을 읽으면서 문장과 어휘를 수집하고, 바깥에서 조금씩 경험을 늘려가는 일을 통해서 글은 더욱 이야기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자주 읽었는데, 오늘은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대통령의 말하기>라는 책을 소개하게 되었다. 이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으로 몇 번이나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고, 그의 연설 중에서 일부 맥락과 상관없는 단어만 가지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연설은 대체로 '명연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유체이탈 화법을 쓰는 어느 사람과 곧잘 비교자료로 SNS상에서 떠돈다.


 <대통령의 말하기> 책을 읽으면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기에 가졌던 철학에 새삼스럽게 반하는 동시에 '왜 나는 김해에 살면서도 봉하마을에 계신 대통령을 생전에 찾아뵙지 않았을까?'는 한탄을 하기도 했다. 직접 봉하마을을 방문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더라면, 분명히 큰 경험이 되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을 삼키면서 읽은 <대통령의 말하기>는 책을 읽는 내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서 '솔직함은 어떻게 전략이 되는가' 등의 제목으로 대통이 한 말하기와 글쓰기의 핵심을 설명하고, 독자가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해주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을 그리는 동시에 말에는 말의 인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떻게 말하기를 구사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이 중요하다'가 확 눈에 들어왔는데, 이 부분을 설명하는 저자의 말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훌륭한 글은 결국 글쓰기 고수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가 생산하는 것이다. 만일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노 대통령에게서 보듯이 정책 내용을 꿰뚫고 있으면 말과 글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할 콘텐츠가 많아진다. 말이나 글의 표현은 다소 매끄럽지 않아도 좋다. 얼마나 정확한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을 설득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대지 위의 태양', '시대의 아픔' 등 수사나 미사여구가 많이 들어간다 해서 좋은 글이 되고 훌륭한 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또 오바마의 이야기처럼, '은미아파트를 팔면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하고, '조시 부시 시절에는 소득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p92)


 저자는 이를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하지만, 참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글을 쓰다 보면 화려한 미사여구를 통해 글을 꾸며서 쓸데없이 글이 길어지는 일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팩트(FACT)를 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단어로 문장을 만들면 충분히 의사가 전달되는 법이다.


 나는 말하기와 글을 쓸 때마다 늘 글이 길어지지 않게 하려고 조심한다. 글을 잘 쓰지 못하거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괜히 화려한 미사여구를 덧붙이려고 한다. 알맹이는 없어도 포장지만 화려하면 왠지 있는 것처럼 보여 기세등등하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포장지만 화려한 과자는 질소 과자가 많듯, 미사여구만 화려한 글은 철학이 담겨 있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글과 말하기는 절대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우리가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주에 녹화한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만난 정유정 작가도 "쓰고 싶은 문장을 쓸 때 아름다운 글을 추구하기보다 정확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같은 말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이라고 말했다. 원칙이 정확히 일치했다.




 <대통령의 말하기>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책에 매료된 책이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좋은 연설가가 되려는 방법이 적혀있는 동시에 지금은 떠나고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통해서 그를 떠올릴 수 있었다. 글과 말에 나타난 낮은 자세로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모습이 대단했다.


 우리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화려한 말솜씨가 필요하다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우선 최소한의 '공감'을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공감을 얻는데 필요한 자세가 말솜씨보다 낮고 열린 자세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글을 쓰고, 말하는 데에 있어 내가 가진 가치와 전략, 철학을 담아서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거짓말 없이 솔직하게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자 애쓴 적도 있지만, 적당히 화려한 단어를 통해서 작은 글을 큰 글로 보이게 질소를 넣어서 과대포장을 한 경우도 적잖았다.


 미사여구가 명문장의 요건이 아니듯이, 명연설을 만드는 바탕도 멋진 표현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본은 이해하기 쉬운 언어이다.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어야 명연설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얼마나 쉬운 언어를 사용해서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청중들 앞에서 강의하는 나를 상상하며 '나는 어떻게 내 이야기를 할 것인가?'는 질문을 하며 저자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머리와 마음에 새겼다. 작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내가 무대에 서는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또한 내가 꿈꾸는 일 중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하지만 과연 그 말이 살아 숨 쉬면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법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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