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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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야 하는 건 의무인데, 놀아야 하는 건 권리인가요?


 대학교는 방학이 길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나는 언제 방학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이번 달 말에 다가온 수강신청일을 신경 쓰고 있다. 이번에도 김해에서 부산까지 통학할 예정이라 금요일은 최대한 수업을 제외하고, 점심을 먹지 않더라도 다닥다닥 붙여서 수강 시간표를 작성할 생각이다.


 수능시험이 다 끝나고 큰 관문은 취업 하나만 남은 대학생인 내가 이렇게 별것 아닌 것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아직 수능시험을 치지 않은 청소년들은 얼마나 더 고민하고 있을까? 아니, 애초에 고민할 시간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오로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느라 생각할 겨를도 없으니까.


 얼마 전에 우연히 아이들이 스스로 놀 권리를 주장하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서울 지역 초등학생들이 서울 교육감을 만나는 자리에서 놀 권리 8가지를 주장한 기사인데, 기사를 읽는 동안 마음 한구석이 편치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놀 권리를 말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공부에 집착하지 않았다. 주변 어른이 성적으로 아이를 판단하고, 성적에 따라 차별을 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자유시간을 주면서 하고 싶은 일과 자신에게 질문할 시간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모든 시간이 허튼 시간으로 취급을 받고, 모두가 하는 대로 좋은 대학과 좋은 기업 취업을 노리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대우받으며 차별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교육은 어른의 입장에서 계획되어 효율성을 강요하고, 본연의 인간성마저 서서히 죽이고 있다.


ⓒ비정상회담


 자유롭게 놀지 못하면서 스트레스는 점점 속에 쌓여가고, 그것은 일순간에 터져 나오면서 이상한 아이로 취급을 받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으로 욕구를 풀기도 한다. 예전과 달리 지금 세대에서 유독 심각한 수위의 학교 폭력이 곧잘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특정 서울 지역 초등학생들이 서울시 교육감에게 주장한 놀 권리를 단순히 소수의 아이들이 재미있는 해프닝을 정도로 해석하는 데에 그쳐선 안 된다. '왜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할까?', '내 아이는 자유롭게 놀고 있을까?'는 질문을 해보면서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떤지 똑바로 보려고 해야 한다.


 나는 지난 22일~26일에 일본을 다녀오면서 우리 한국과 다른 일본 학생들의 모습을 부럽게 보았다. 일본도 성적 경쟁이 심하다고 하지만, 누구나 다 대학을 가는 우리와 달리 진학률이 50% 되지도 않는 일본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을 선택 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아이에게 있었다.


 특히 일본의 방과 후 부활동은 방과 후 보충수업과 야자를 거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한국과 크게 달랐다. 내가 있었던 지역에서 개최된 불꽃축제에서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밴드가 무대에 올라서 공연을 했는데, 그 학생들 모두 부활동으로 밴드 연습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학생들이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 놀 권리를 잃어버린 우리 한국과 너무 달라 보였다. 마지막 후쿠오카에서 머무른 호텔에서도 전국대회에 참여한 일본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엘리트 위주인 한국와 달리 부활동의 일환으로 대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단순히 음악과 운동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 후 부활동은 대체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되어있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함께 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일종의 교육으로서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문제집만 풀어야 하는 우리와 너무 달랐다.


 아이들의 놀 권리. 우리는 단순히 아이가 놀 권리를 주장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 싫어서 변명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아이는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권리를 지켜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아이들이 요구하는 놀 권리는 어른이 제멋대로 뺏어간 아이들 본연의 시간이다. 친구들과 어울러서 놀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해보고, 때로는 실수를 해보는 시간. 어른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데에 취업해서 좋은 배우자 만나야 한다.'고 뺏어버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어린이 행복도가 꼴찌인 우리나라가 앞으로 조금씩 바뀌어 나갔으면 좋겠다.


 대학생으로 지내면서 내 삶을 살고자 하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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