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본 겐카이정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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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카이정 홈스테이 1일 차,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시작


 사람의 일 중에서는 '아, 괜히 했다.'라며 후회하는 일이 있고, '아, 하길 정말 잘했다!'라며 즐거워하는 일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후회하는 일이 좀 더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후회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일을 선택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나는 상당히 큰 모험을 한 가지 선택했다. 낯선 외국 사람과 부분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홈스테이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적은 금액을 부담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라 약간은 망설이면서도 신청했다. (배 교수님의 권유가 컸다.)


 솔직히 홈스테이 신청을 하고, 프로그램에 선정된 소식을 들은 이후에 홈스테이 일정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해야 했고, 대학에 다니면서 점점 쌓여가던 책들을 읽으면서 정리를 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홈스테이 출발일이 가까워졌다.


 분명히 한 번은 해보고 싶어서 신청했지만, 어느 사이에 '괜히, 신청을 했다.'는 후회가 조금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곳에서 잘 적응해서 지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고, 해야 할 일이 제법 쌓여있었고, 방학을 하고 다시 즐기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의 이벤트가 열리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물쩍저물쩍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출발 하루 전날 오리엔테이션 날이 다가왔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당일에도 두근거리는 마음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돌이킬 수는 없을까? 타임머신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대학에 들어와 전혀 안면이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조를 짜는 것부터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아무리 같은 조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아서 또 한 번 조절하지 못하는 화를 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어머니 또한 "제발 단디 해라. 5초만 참아라."라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해 당부하셨다. 이번 홈스테이 출발은 처음부터 낯선 만남의 연속이고, 마음은 '괜히 했다.'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 설레는 기분보다 어정쩡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 빠질 틈도 없이 이미 출발하는 시각은 금세 눈앞으로 다가왔다.


 뭘 가져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간략히 짐을 꾸린 나는 거짓 생애 처음으로 부산항에 가서 쾌속선을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배를 타는 일은 2010년 일본에서 타고나서 처음이라 뱃멀미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배를 타는 동안 책(장유정의 장편소설 28)을 읽었더니 뱃멀미 증상은 전혀 없었다.
















 배를 탄 약 3시간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책을 2/3가량 읽었을 때쯤에 후쿠오카 하카타 여객선 선착장에 내릴 수 있었다. 그곳에서 입국 수속을 밟으면서 '아, 내가 일본에 드디어 왔구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드디어 걱정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는 기대와 두근거림이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입국 수속을 하는 동안 에어앤비를 통해서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오신다는 분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가방의 짐을 확인하는 관리인과 일본어로 간략히 이야기를 나누며 절차를 거치는 동안 웃음이 얼굴에 저절로 맺혔다. 걱정과 달리 나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들기 시작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 겐카이정에서 마중을 나온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모두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점심을 먹기 위한 우동집이었는데, 그곳에서 맛본 우동은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우동보다 푸짐해서 좋았다. 특히 곁들어진 고로케는 맛을 더욱 깊이 있게 해주었다.


 아래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당시 내가 먹은 고로케 우동으로, 처음 우동을 먹었을 때 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시에 나는 옆에 썰어진 파(?)를 넣어서 간을 조절하는 걸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함께 나온 고로케를 조금씩 잘라 함께 먹으면서 '아, 이렇게 먹어야 맛이 갖춰지는구나'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한국의 대형마트 비슷한 곳에 들려서 짧게 장을 보았다. 나는 해물이 연속해서 나올 수 있으니, 빵을 조금만 사서 준비해두려고 했는데, 역시 생각대로 저녁은 전형적인 일본 음식인 회가 풀코스로 나왔다. 거의 먹지 못하는 음식이 대부분이라 좀처럼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인 그 회 정식 사진인데, 아마 회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대박이다!'라고 말하며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너는 전혀 먹지 못하는 음식이라 간간이 먹을 수 있는 계란찜 비슷한 음식이나 케이크 등을 먹어야 했고, 역시 익숙하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 위축되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고립되어 있다는 걸 느낄 때만큼 후회라는 감정이 크게 느껴지는 때는 없다. 그래도 옆에 앉은 같은 곳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학생 덕분에 편하게 있을 수 있었고, 긴 시간 동안 부족한 일본어로 조금씩 말하면서 그나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이렇게 일본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파레아의 작은 환영회가 끝나고 나와 다른 한 명의 홈스테이를 맡은 마에카와 상의 집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서도 함께한 홈스테이 집단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그 학생은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해 옆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간간이 반응하는 게 전부였다.


 평소라면 집에서 글을 정리하고 잘 준비를 할 때이지만, 인터넷이 전혀되지 않는 데다가 역시 부족한 일본어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서 홈스테이 학생을 받아주시는 마에카와 상의 초면 인상이 상당히 좋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왠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은 겐카이쵸의 세이쇼 고등학교라는 곳에서 몇 명의 학생과 교류회를 가진다고 하는데, 작은 걱정을 안은 채로 나는 잠이 들었다. 여기에 오기 전의 출발 전날보다 부담을 덜고 잠을 잤지만, 내일부터 시작할 살인적인 더위와 일정은 조금씩 에너지를 갉아먹기 시작하는 최초의 하루였다.


*여행 가방은 쌤소나이트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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