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돼지가 아닌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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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돼지다.'라고 말한 고위부 관료에 우리는 또 짧은 화를 내는 건 아닐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대중이 가지는 영향력은 상당히 가치 절하 평가를 받아왔다. 대중은 쉽게 물어 뜰을 수 있는 연예인에게 가혹할 정도로 달려들지만, 아무리 소리 지르고 발버둥 쳐도 어쩔 도리가 없는 정치 고위관료를 향해서는 '그놈들이 다 그렇지 뭐.'라며 한숨만 쉬면서 뒤돌아선다.


 한때 일부 정치인의 경거망동과 정부의 큰 실수에 대해 화산이 폭발하듯 너도나도 쓴소리를 내뱉을 때도 있지만, 한국의 대중은 모두 잠깐 목소리를 내다가 금세 다시 조용해진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는 욕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새롭게 욕할 수 있는 사안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런 모습은 마치 금방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리는 냄비와 같다고 해서 '냄비'와 자주 비교된다. 열이 달아오르는 것도 정말 순간이지만, 식어버리는 것도 순식간이라 갖은 사안의 비판의 손가락을 받는 사람들은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해서 진심으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다.


 많은 사람이 불편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한국의 현재 모습은 이와 같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영화를 통해서 언론을 통해 대중의 눈을 가리는 한 언론인은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시민들을 무시했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은 아래와 같은 대사로 우리를 소름 돋게 했다.


"오징어 씹어보셨죠? 근데 그게 무지하게 질긴 겁니다.

계속 씹으시겠습니까? 그쵸? 이빨아프게 누가 그걸 끝까지 씹겠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술자리나 인터넷에서 씹어댈 안줏거리가 필요한 겁니다.

적당히 씹어대다가 싫증이 나면 뱉어 버리겠죠?

이빨도 아프고 먹고 살기도 바쁘고….

우린 끝까지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민족성이 원래 금방 끓고 금방 식지 않습니까?

적당한 시점에서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싶은 이에겐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이에겐 울거리를, 욕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욕할 거리를 주는 거죠.

열심히 고민하고 울고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좀 풀다 보면 제풀에 지치지 않겠습니까?

오른손요? 까짓거 왼손을 쓰면 되죠. (비장한 웃음)"

_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엔딩 장면 중에서


ⓒ내부자들 디오리지널


 사람들이 이 장면에 소름 돋은 이유는 전혀 자신의 죄를 뉘우칠 낌새가 없는 썩은 악역 때문이 아니라 현실도 저렇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 때문이다. 지금도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슬금슬금 특별 사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아마 이번에도 갖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혜택을 받지 않을까?


 물론, 해마다 있던 생활고로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은 사람도 다시금 재출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과 달리 우리는 가진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착취해서 번 돈으로 횡령과 갖은 죄를 저질러 벌을 받았지만, 특정한 이유로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는 일이 꺼려지는 것이다.


 매해 정부가 그들에게 특별 사면을 주는 이유는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는 참으로 어쭙잖은 이유다. 참, 기가 차다. 경제에 이바지한 것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사장의 지갑에 돈을 채우기 위해서 뼈 빠지게 일한 노동자인데, 도대체 횡령과 불법으로 뒤에서 착취를 한 사람이 무슨 공로가 있는가.


 그저 '대중이 조용해졌으니 이제 슬금슬금 나가볼까(보내볼까)? 받은 것도 있으니까.'이라며 계산된 수가 아닐까 싶다. 뭐, 어디까지 추측이다.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한번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이 아니라 아직 들어가지 않은 사람이고, 지금 잠재된 화를 마음껏 풀 수 있도록 해주는 '악'이니까.


 이런 모습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못하는 우리의 한계이고, 늘 갈등을 통해서 문제의 본질을 흩트리는 일부 세력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의 눈에 시민은 '개·돼지'에 불과하거나 '개·돼지'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번 교육부의 한 관료가 자연스럽게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교육부의 한 관료는 "민중은 개·돼지다."고 말했다가 커다란 비난 여론의 물매를 맞았다. 이번에 워낙 사건이 커지자 그는 결국 옷을 벗게 되었는데, 아마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보다 '아, 재수없게 걸렸네. 개·돼지 따위가!'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깡소주를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추측이지만, 우리는 이런 추측을 마냥 허무한 추측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지난 옥시 제품 관련 사건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우리는 시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기 말이 되어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 한 번 급격히 열이 올라가도 금세 식어버리는 모습은 달라질 수 없다.


 드라마 <38사기동대>를 보면 고액체납을 한 불 법다단계 사기를 친 사장은 "우리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 아닙니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젤 좋은 건요, 없이 사는 것들이 지들끼리 치고받아 준다는 겁니다. 지들끼리 멱살 잡고 죽으라고 싸워주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부려 먹기도 좋고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오늘날 개·돼지가 되지 않는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민중은 개·돼지다."는 말에 욱하지만, 변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미 사드 배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을 보면 결국 또 이렇게 우리는 '개·돼지' 취급을 당하면서 이용만 당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오늘도 평화로운 대한동물왕국


옛날에 닭을 왕으로 숭배하는 이상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원래 이 나라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모두의 대표인 나라였는데

오염된 쥐들이 몰려들어 무서운 병을 옮기면서 그 사람이 안타깝게 돌아가셨습니다.

쥐는 구석구석 4대강을 돌아다니며 병을 옮겼고, 사람들에게 병을 퍼뜨리며 괴롭히고 있었죠.


사람들은 쥐를 잡기 위해서 닭을 데리고 왔습니다.

닭은 쥐와 몇 번 세력 싸움을 하더니 닭이 쥐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람들은 닭의 애비가 좋아 그처럼 앞으로 병을 옮기는 쥐를 잡아주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닭 또한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상한 닭이 땅을 망치기 전에 치워야 하는데 사람들이 닭을 치우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닭을 왕으로 숭배하며 닭을 내쫓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은혜를 모르는 개·돼지 같은 놈들!" "개·돼지보다 못한 놈들!"

갖은 욕과 심각한 폭력을 섞어가면서 그들은 물대포를 쏘며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닭은 화가 날 때마다 닭 날개를 푸드덕푸드덕 펼치며 책상에 머리를 박는데요,

그때마다 닭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쿵' 소리에 화들짝 놀라 엎드리며 '오, 닭이시여!'라고 빕니다.

사람들은 이제 포기했습니다. 사람들은 병든 이상한 닭을 왕으로 숭배하는 이상한 나라를 떠나는 이민을 꿈꿉니다.


오늘도 그 평화로운 대한동물왕국은 병든 닭을 숭배하며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곧 이웃 나라에서 온 닭의 장난감이 주변 동물왕국과 서늘한 싸움을 시작하게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 이 이야기는 직접 적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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