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배달을 위해 20년 인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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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여유가 있어야 할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한국에 살면서 가장 느끼는 큰 특징 중 하나는 사람들이 무엇이든지 다 서두르려고 한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문화가 이 빨리빨리 문화다. 어느 음식을 시키더라도 30분 이내로 배달이 오는 점과 바깥에서는 몇 주가 걸리는 에어컨 설치 같은 서비스가 불과 하루면 된다는 점이다.


 일본어를 전공으로 배우면서 종종 일본 생활 문화를 접할 때가 있는데, 에어컨 수리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설치를 비롯한 여러 서비스가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답답해서 어떻게 살까 싶다. 한국은 그러한 서비스가 늦어도 이틀 이내에 될 정도로 빨리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한국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빠른 서비스가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 시행되기 때문에 항상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고, 갖은 설치기사와 배달기사 등의 사람들이 끼니를 포기하면서 온종일 매달려서 영업점이 주는 일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 구의역 사건의 피해자 또한 한 명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 때문에 힘들어했고, 그의 유품으로 발견된 가방 속에서 채 뜯지 못한 컵라면과 수저 세트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번에 뉴스를 통해 전해진 사망한 에어컨 설치 기사도 도시락을 채 뜯지 못한 채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


 그리고 이런 빨리빨리 서비스 문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배달은 크고 작은 사고가 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 중 하나다. 이번에 뉴스룸을 통해서 보도된 롯데리아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망한 20대도 무리하게 20분 시간을 맞추려고 신호를 어기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종종 도로 위에서 위험천만한 운전을 하면서 배달을 가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저런 미친 녀석을 봤나!" 하면서 손가락질하지만, 막상 자신이 배달을 시킨 음식이 늦게 오는 날에는 노발대발하며 항의할 때가 있다. 결국은 우리의 이런 모습이 빨리빨리 배달을 더 부추기는 꼴이다.


 배달원과 서비스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조금 늦으면 어때요? 그게 사람 사는 거죠.'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모두 늦은 서비스가 자신에게 돌아오면 화를 낸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빨리빨리 문화를 더 빠르게 발전시켜왔고, 20분 이내 배달 혹은 30분 이내 배달은 공통 수식어가 되었다.


 만약 이런 서비스를 통해서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다면 우리는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서비스 기사와 배달 기사를 늘려서 짧은 시간에 많은 곳에 파견하거나 배달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업주가 경영을 문제로 인력은 줄이면서 할당량을 늘리는 형식이다.


 시스템이 이렇게 모순적으로 계속 운영되다 보니 한 사람이 무리할 수밖에 없고, 고객들은 저마다 불평불만을 쏟아내면서 착한 가면 속의 나쁜 얼굴을 드러낸다. 너무 오랫동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만큼 빠른 서비스로 많은 부분을 발전시켰지만, 시스템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인 채다.


 <비정상회담>을 보면 너무 여유가 있거나 느려선 안 되겠지만, 너무 빨라도 안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우리는 이 빨리빨리 문화를 조금씩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서비스 수요가 많은 업종의 특정 시기에는 고용을 늘리고, 한 명에게 가는 부담을 줄여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롯데리아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0분의 시간을 지키려다 20년 남짓한 인생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끼니도 거른 채 일을 하다가 떨어져서 사망한 에어컨 기사의 추락 사망. 도대체 그 사람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비정규직이라고 하여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일은 너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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