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나는 다시금 혼자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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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15호> 이야기, 'TV, 책을 보다' 조정훈 PD 인터뷰와 다양한 이야기


 매일 유유자적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나는 '내가 하기로 정한 일'에서 벗어나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종종 계획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같은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내일을 맞이한다. 때때로 지겨울 때도 있지만, 때때로 우스울 때도 있다.


 27살이나 먹고서 술 한 잔도 못 마시고, 노래방처럼 20대들이 자주 놀러 가는 장소에 언제 가보았는지 알 수 없는 나는 약간 겉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주변 어른은 술을 마실 수 있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고, 같은 나잇대끼리 모여서 놀 수 있어야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일이 많이 불편하다. 지금 다시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을 돌이켜보면 나는 오후 7시 이후로 집 밖을 나선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서울에 일이 있어서 늦게 오는 날을 제외하곤, 내가 오후 7시 이후에 집 밖에 있는 일은 1년 365일 중에서 5일이 채 되지 않는다. 정말 집돌이로 살고 있다.


 그 시간에 나는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야구 경기를 보고, 뉴스를 보는 등 일과를 충실히 보내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밖에서 일정을 잡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밖에 나가서 사람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일절 바깥에 관심을 두는 일이 적었다.


 그래서 한국에 '혼자 보내는 시간의 힘'이 키워드로 어떤 책들이 유행할 때 그냥 덤덤했다. 책에서 읽는 내용은 평소 내가 실천하는 일상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았고, 특별히 어떤 감정에 기울어져서 아플 때도 있었지만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혼자가 편하다.



 이번에 다시금 읽게 된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북 15호>에서는 그 키워드가 '혼자'였다. 멋진 사진과 함께 좋은 문구가 삽입된 첫 부분은 굉장히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고, 그 뒤에 이어서 소개된 '혼자'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책 중에서 읽지 않은 책이 많아 흥미롭게 훑었다.


 특히 일러스트와 함께 적힌 '그 누구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시간, 그 어느 때보다 나와 깊이 마주할 수 있는 순간, 결코 혼자가 아닌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글귀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표현을 어쩌면 이렇게 멋지게 표현했을까?


 이 글을 쓰는 월요일(6일)은 아침부터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윗집에서 아침부터 쾅쾅 두드리고 윙윙 돌리는 드릴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경주에 친구분과 놀러 간다고 나가시고, 놀기 좋아하는 남동생은 어제도 저녁에 나가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바깥에 나가서 방 안의 공기가 아니라 다른 공기를 쐬면 좋겠지만,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바깥보다 방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일이 더 좋다. 어차피 바깥에서 만날 사람도 없고, 혼자서 카페에 앉아 소음에 귀 기울이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 이런 날은 책을 통한 여행이 최고다.


 월요일 아침의 책으로 선택한 <땡스북 15호>는 현재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있는 한 선생님의 글을 통해서 그때의 시간을 돌이켜보고, KBS의 <TV, 책> 프로그램의 조정훈 PD와 인터뷰를 통해서 책과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며 책 읽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명도, 진행자도, 진행 방식도 새롭게 개편됐습니다. 변화를 주면서 중점에 둔 사항은 무엇인가요?

저희 프로그램 출연자들에게 "책 좋아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다 좋아한다고 대답하세요. 그런데 "많이 읽으세요?"라고 물으면 자기를 탓합니다. "아, 습관이 안 들어서."

현대인들이 책에 대한 일종의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책 한 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것 같아요. 저희 제작진도 '책'이라는 주제로 일에 돌입한 순간부터 독서량이 급감했습니다. 이 시대 노동 환경 속에서 독서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건 확실하죠. 그렇다면 독서할 수 있는 삶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생각하다가 왜 책을 읽지 않느냐 비난하지 말고 그 시간에 같이 한 줄이라도 읽자고 생각했어요.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TV, 책>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다. 방송 시간이 워낙 늦어 그 시간에는 항상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땡스북 15호>를 통해 읽어본 새롭게 바뀐 <TV, 책>이 지향하는 '억지로 읽게 하는 게 아닌, 함께 읽는'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블로거로서, 아니, 그냥 단순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한 명의 청년으로서 <TV, 책>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격식 있거나 누구나 추천하는 고전과 인문을 위주로 책을 읽지 않지만, 내가 읽는 책도 분명히 메시지가 있으니까.


 이번 <땡스북 15호>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말하고, 책 읽는 시간을 말하고, 뒤이어 사람을 말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혼자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역시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우울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혼자서 책을 만나는 시간은 굉장히 편안했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 나는 30년 경력의 교사가 겪었던 이야기를 담은 <너는 특별하지 않아>이라는 책과 또 한 명의 교사가 적은 <우리 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꽃은 많을수록 좋다> 이 세 권의 책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언급한 '다메섹에 간 것으로 유명한 바울'의 말을 떠올려보자. 그가 말했다고 알려진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은 실제로 '돈에 대한 사랑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로 해석되어야 한다.

특별함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자체만을 추구하다 보면 주변은 적으로 가득 차고 내면은 열등감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그러나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그 능력이 비범하든 평범하든 사람으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본문 79)


 <너는 특별하지 않아>, <우리 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꽃은 많을수록 좋다> 세 권의 책은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불신과 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사람이 가진 본연의 감정과 신뢰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책인 것 같았다.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직접 읽어보고 싶었다.


 오늘(6일)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역시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일이 가장 좋다. 비록 윗집에서 시끄럽게 공사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그 소리를 백색소음으로 삼아 오히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에 더 집중했다. 내 마음에 일어나는 바깥으로 향한 욕구는 책을 통해 만족하게 할 수 있었다.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가 되는 일에 익숙해진 우리 시대에서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혼자 시간을 보내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가진 경험과 생각을 글로 적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색을 하고 있다. 이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었다.


 비록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혼자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아직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상처를 주지 않을지 몰라서 혼자가 나는 편하다. 앞으로 조금씩 사람이 만드는 풍경에 어울리는 일이 종종 있겠지만, 나의 본 모습인 '혼자'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땡스북 15호>를 통해서 혼자, 사람, 책 이렇게 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모르는 이야기를 읽고,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색채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읽는 일은 즐겁다. 혼자라서 외로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외로움을 이렇게 책으로 잘 달래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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