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 보고서, 지난 시절을 다시 돌아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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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회고록 <내면 보고서>를 읽으면서 적어본 이야기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종종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곤 한다. 지금 블로그와 내 삶을 말하는 책 원고를 적으면서 꽤 오래전의 글을 다시 읽어볼 때가 있는데, 그 글들을 읽고 있으면 내가 가진 미숙한 점이나 조금은 감추고 싶은 내용이 적힌 글이 있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일기를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적어왔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어릴 때부터 과제에 불과한 일기를 꾸준히 적는 일은 한국 사람에게 아주 드문 일이지만, 어떤 사람은 매일 작은 다이어리에 일기를 적는다고 한다. 특히 작가 중에서는 그 일기로 책을 연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기를 적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서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어떤 사건은 나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되어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릴 시절의 기억을 하나둘 살펴보며 뜻밖에 잊어버리고 있던 중요한 사실이나 감정을 다시금 깨달을 수도 있다.


 이번에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내면 보고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 폴 오스터가 자신의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특이한 형식으로 적은 회고록이다. 아무래도 작가라는 사람은 이렇게 자신이 보낸 시절을 되돌아보며 글을 적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내면 보고서, ⓒ노지


 솔직히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문단 띄어쓰기도 잘 안 되어 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글이라 답답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좀 더 재치있게 글을 적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저자는 2인칭(당신)의 방식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마치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했다.


 마냥 '나는 ~ 했다. 나는 ~에서 ~를 만났고, ~를 했다.' 형식으로 글을 적는 것보다 확실히 이런 전개는 조금 신선했다. 독자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설명하는 투의 말투는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릴 시절에 어떻게 보냈지? 지금 만약 이런 식으로 글을 적어본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저자의 스타일을 빌려서 글을 적어본다면, 대충 이런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떠나 버리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에 더는 답답하게 살아가야 하는 한국이 싫었다. 시험을 치기 전에 옆의 나라 일본으로 떠나 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유럽으로 떠나 책에서 본 그 역사적인 장소를 돌아보고 싶었다. 방 한구석에서 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방황하다 당신은 스스로 자책하며 한숨을 내쉴 것이다.


 내가 보낸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조금 있으면 마주할 미래를 상상하며 적은 글이지만, 딱히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참 복잡한 기분이다. 지금도 한 번쯤 시도하고 싶은 일은 많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더 큰 무대에 내 글을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늘 욕심 없이 살려고 하지만, 나는 때때로 탐욕스러울 때가 있으니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내면 보고서>를 읽는 동안 소년 시절에 보낸 나는 어떤 내면을 갖고 있었을까. 나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사람을 피하면서 혐오의 감정을 품었고, 내일의 하늘을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굳이 글을 적기 위한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책을 읽으면서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자. 그러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점, 내가 지금 하는 일의 이유, 내가 한 번은 두근거림을 느낀 사람,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가면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문득 떠올릴지도 모른다.


 매일 일기를 적는 사람은 나를 안다고 하고, 때때로 나를 돌아보는 사람은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오늘을 보내고 있을까. 우리는 나를 알고 있을까? 우리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있을까? 내면을 돌아보는 일은 그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해준다.


 <내면 보고서>를 읽으면서 작가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감동하는 것보다 종종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 적도 있었지만, 굳이 좋은 책이라고 억지로 붙이고 싶지는 않다. 폴 오스터라는 작가를 알고,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그냥 이 책을 읽어보면 몇 가지 정도는 얻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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