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인문을 입히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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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이야기 모임 대표 강동훈, "일상에 인문을 입히다"


 스무 살은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삶을 고민하는 시기이고, 서른 살은 대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어 삶을 결정하는 시기라고 흔히 말한다.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20대에 많은 사랑을 해보고,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넓이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이십 대 후반이 되어 삼십 대를 바라보는 시기가 되니 그런 말이 참 진부하게 느껴진다. 분명히 어른들의 말은 맞았지만, 어른들이 하는 행동은 달랐기 때문이다. 다양한 도전을 해보라고 하면서도 '그건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거나 '삐딱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니까.


 나는 그런 말에 저항했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었고, 인연이 없을 수도 있었던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서 바라보는 세상의 넓이를 넓힐 수 있었다. 비록 아직 사랑은 해보지 못했지만, 연인과 하는 사랑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과 사랑을 해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절대 모든 것을 그냥 주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언제나 '왜? 꼭 그렇게 해야 해?'라고 질문했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나는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거야?'라고 질문하며 늘 답을 찾고자 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책을 읽었고, 글을 썼고, 강연을 들었고, 또 글을 썼다. 일상 속에서 늘 질문을 했기 때문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20대라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또 한 번의 인생 전환기라고 하는 30대는 어떻게 될까?


다가올 내 인생의 30대는? , ⓒ노지


 얼마 전에 학교에서 짧은 인문학 강의가 있었다. 강신주 교수님처럼 대단한 교수도 아니고, 우리가 익히 아는 대표적인 인문학 강사의 특강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상 속 이야기를 잘 끌어와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자신의 경험으로 재미있게 '질문하는 인문학'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나와 불과 4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인문학 모임을 하는 강동훈 씨였다. 강동훈 씨의 이야기 주제인 '일상에 인문학을 입히다'의 이야기는 '내가 생각해본 30대의 모습은 어떤가?', '당신이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 질문은 우리가 쉽게 할 수 있고, 꼭 해보아야 할 질문이었다.


 정의라는 말에는 단순히 '정의롭다.'고 말하는 의미와 '어떤 의미를 정하다.'고 말하는 의미가 있다. 만약 우리 삶을 정의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 하나로 강의 내용은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남의 기준을 통해서 내 삶의 질을 평가하고, 답을 쫓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인생에서 정답은 없다. 단, 하나의 기준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고, 인문학적인 사고방식이다.


 내 일상에 인문학을 더하면, 우리가 평범하게 보내는 일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때때로 무료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은 예전에 나에게 무척 보람을 주었던 일상이다. 그런데, 왜 지금 나는 그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지 질문을 해봄으로써 삶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선택지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대단히 어려운 학문이고, 고전이나 잘 알지 못하는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냥 쉽게 생각해보자. 인문학은 그냥 사람에게 묻는 일이다. 인문(인문)이라는 글자 자체가 사람에게 묻는 것을 뜻한다. 일상 속에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게 인문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선택하는 어떤 결정에서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더 나은 가치를 찾는 인문이었다. 일상에 인문을 적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 '나는 왜 이 글을 읽고 있지?'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이 바로 일상에 인문학을 적용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강연자 강동훈 씨는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 속에 인문학적 사고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책에서 읽은 문장에서 마주한 질문을 통해서 어떤 여성에게 고백하여 지금의 배우자로 이어질 수 있었고, '왜 지방은 안 돼?'라는 질문을 통해서 부산에서 유니온 엑스포와 기업 박람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하나의 질문에서 비롯된 행동이 많은 인연을 만들었고, 평범한 학생이자 직장인인 강동훈을 강연의 무대에 서게 해주었다. 우리는 늘 질문을 하는 게 아닌, 정해진 답을 정확히 외워서 적용하는 것을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다. 장강명의 소설 <표백>에 이런 글이 있다.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 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에게 지배 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p192)

 

 결국, 우리는 표백 세대로 살아가는 세대다. 그런데 인문학은 이런 표백 세대에서 벗어나 질문하고, 곁에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답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질문을 통한 다른 방향의 실천은 우연한 기회를 가져다주고, 이런 우연이 연속이 어느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그게 바로 내 삶의 철학이 된다.


 매일 똑같이 보는 물건도,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일도, 매일 똑같이 마주하는 사람도, 질문을 해보면 미처 알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일상에 인문학을 더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쩌면 이 단순한 인문학을 더하지 않기에 우리는 일상 속에 있는 기회와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삶에는 질문이 꼭 필요하다. 버려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버리기 위해서는 일단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버려야 하는 것을 알 수 있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 또한 일상에 인문학을 더한 삶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에게 '왜?' '꼭 필요해?' '이 일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가?'는 질문을 통해서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이니까. 지금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당장 나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보고, 답을 멋대로 상상해보자. 그것이 일상에 인문을 입히는 방법이고, 내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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