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길을 걷는다는 건 외로워지는 일이다

반응형

사장의 길을 걷는 것은 점점 거칠고, 외롭고, 단단해지는 일이다.


 우리는 책임 지는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사장님 소리를 듣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한다. 매번 아래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보다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한다. 우리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갖은 대우를 받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이렇지 않을까?


 사장의 길을 걷는 건 대단히 부러운 일 같다. 한가하게 골프를 치고, 어디를 가더라도 좋은 차와 좋은 옷을 입고 다니고, 먹고 사는 일에 있어 걱정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아마 '사장'이라는 직업을 부러워하는 사람의 사장 기준은 연 소득 50억 이상을 버는 중기업 이상의 사장이 아닐까 싶다.


 똑같이 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도 소기업의 사장과 중기업 이상의 사장은 그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기업의 사장은 언제나 위로 자신에게 하청을 주는 대기업과 중기업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아래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줄 월급을 걱정하며 적자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소기업 사장만 그럴까? 중기업 이상의 큰 기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CEO)이자 사장은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 질문에 <사장의 길>이라는 한 권의 책이 답을 말하고 있다. 사장의 길을 걷는 일이 왜 힘들고, 외로운지. 왜 사장이 되면 그렇게 지독하게 술을 마시는지….


사장의 길, ⓒ노지


 우리가 보는 사장의 호화스럽게 생활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가능한 일이다. (대기업 제외) 실제로 많은 사장은 늘 일 때문에 전전긍긍하거나 직원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괴로워한다고 한다. 사장이 강하게 질책하면 직원의 사기가 꺾이고, 그냥 넘어가면 직원이 엉망이 되니까.


 리더는 언제나 강하게 나아가서는 안 되고, 때때로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 끌어안으며 따라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사장은 그런 리더 중에서도 가장 최전선에 있지만, 말로 하는 거나 글로 쓰는 것만큼 이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사장이라는 자리의 어려움이다.


 이제 막 기업을 운영하면서 조금씩 흑자가 나서 기업을 성공 가도에 올리기 시작한 사장은 더욱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해온 대로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질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늘어난 직원을 관리하면서 옛날 자신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강요하는 일은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의 길>에 이런 글이 있다.


사업을 하면 할수록 알게 되는 게 있다. 자신에게는 강해야 하고 강하게 몰아붙여야 하지만, 조직에 그렇게 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걸 몇 번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깨닫게 된다. 사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조직도 강해져야 하는데 그럴수록 조직은 졸아들고 움츠러들며 서로 눈치만 보는 사이에 생기가 사라진다는 걸, 시키는 일만 하고 하던 일만 잘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결국 사장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본문 182)


 반발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업이 자발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사장 혼자 아무리 고군분투를 하더라도 직원이 따라오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기업은 혼자서 이끄는 것이 아니지만, 기업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장의 몫이다. 그래서 사장이라는 리더의 자리는 무척 어렵다.


 그렇다고 약한 모습을 언제나 보여주거나 포기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사장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 더 나은 일을 고민해야 하고, 알지 못하는 일도 알려고 해야 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 회식 자리에서 적절한 시기에 빠져 혼자 다 마시지 못한 술을 마시며 외로움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사장의 길, ⓒ노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장과 이제 막 사장의 길을 걸은 사람과 차이는 이 외로움을 보내는가에 따라 나누어진다. <사장의 길>은 이런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것이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며, 이런 외로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은지, 사장의 길을 걷는 데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상세히 말한다.


상공회의소 모임에서 만났던 산전수전 다 겪으신 사장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중략) 한참 있다가 그냥 한 번, 슥 지나치듯 물어봤습니다.

"왜 하면 할수록 저 혼자라는 생각만 들까요?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듭니다. 사장님도 그러셨어요?"

근데 이 사장님, 마치 제 말을 기다리기라도 하신 듯 카운터 펀치를 날리시는 겁니다. 밥을 먹다 말고 저를 지긋이 바라보시더니 조용히 또박또박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그때 장면이 동영상 보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O 사장, 자기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적이 뭔 줄 압니까? 고독하고 외로운 거예요.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나도 O 사장 같은 나이에 똑같이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 그럽디다. 안 그런 척하는 거지. 근데 이거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게 아니더라고. 싸워 이겨서 확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친해지고 익숙해져야 해요. 한칼에 확 베어버린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 외롭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그냥 외로워해요. 원래 이 자리, 외로운 겁니다. 외로운 자리이니 당연히 외로운 거예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외롭지 않게 살려면 이걸 포기하고 가난하게 살면 돼요."

(본문 80)


 사장은 리더의 대표적인 자리 중 하나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동시에 늘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누구라도 혼자서 있을 때 겪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오래전부터 독방,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배를 보내는 일이 지금도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사장의 길을 걷는다는 건 외로워지는 일이다. 당신은 이런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가? 단순히 견디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며 에너지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일을 고민하면서도 기업이 어느 정도로 커지면 믿는 도끼에 발등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사장'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사장'에 한정하지 않고, 넓은 범위에서 리더의 자질과 리더가 갖춰야 할 부분에 대해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스타트업을 막 시작한 창업주, 기업을 운영해오며 어려워하는 사장님께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끊임없이 딜레마와 싸우며 고단한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는 사장의 길. 당신은 어떤 길을 걸어가는 사장이 되고 싶은가? 많은 직원을 거느릴수록, 많은 수익을 올릴수록, 사장이라는 직책은 무겁다.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넘어가면 기업은 무너지고, 정직하게 넘어가면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