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하늘을 보며 글을 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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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조금 다르게 읽는 시 이야기


 나이가 스물여섯에 숫자 하나가 더해지는 새해가 되었지만, 아직 나는 눈앞에 쌓여있는 책을 하나둘 읽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은 소설은 금방 읽어버리지만, 시집이나 인문학은 오랫동안 책을 붙잡고 있어야 해서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책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그러나 책의 세계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머릿속에 '???' 기호를 띄우게 되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현재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으로 받은 책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바로 그렇다. 나이가 스물일곱이 되었어도 나는 아직 시를 잘 읽지 못한다. 여전히 시는 잘 상상할 수 없는 문학으로 남아있다.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시를 읽기 위해서는 시를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상상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는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된 문학으로, 우리가 시를 알기 위해서는 작가가 무엇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상상해야 작가와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평범히 시를 나열한 책이 아니다. 시 한 편의 한 구절과 함께 시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다. 시를 지은 시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 현실을 비탄하며 시를 말하는 책이기도 했다. 그동안 읽은 시집과 달랐기에 책을 도중에 덥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노지


우물에서 하늘 보기, ⓒ노지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어느 부분에서 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없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에서 저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한 편의 시를 인용해 독자를 설득하는 부분은 강한 힘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역시 글은 '상상력'이 추가되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자주 머리를 45도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답답할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한다.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좀 더 쉽게 사람들이 글을 편안히 읽을 수 있고, 어떤 단어와 문장을 사용해야 하고 싶은 말을 쉽게 표현할 수 있을지.


 작가는 아니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일이라는 건 이토록 어렵다는 걸 안다. 아무래도 나는 조금 더 감성적인 존재가 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시를 쓴 시인들은 사랑을 해보았고, 이별의 슬픔을 알았고,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하는 좌절을 알았다. 과연 나는 얼마나 그 시인들처럼 경험을 해보았을까.


 턱없이 부족하다. 스물여섯을 이제 갓 넘어선 나에게 인생의 경험은 보잘 것 없다. 결코, 쉽게 살아왔다고 말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도 저 소녀상 앞에서 대치하는 두 세력의 어떤 인물보다 나는 부족하다. 경험하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고, 상상하지 못했다. 저절로 손에서 힘이 빠진다.



 나는 자주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마주하는 머리 아픈 문제를 언급했다. 쓸데없이 참견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20대 청년으로 당연히 관심을 지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배운 것이 짧아도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을 넘어 입속에 가득 찼기 때문이다.


 단순히 십 원이 들어간 욕을 하면서 침을 '퉤' 뱉을 수도 있지만, 졸필을 쓰는 멋 모르는 놈이 글로 남기고 싶었다. 어제 발행한 <헬조선에서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 포기가 조건?>이라는 글도 이렇게 글로 남기고, 누군가 읽어줘야 한층 더 우리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작가가 들려주는 시에 담긴 이야기, 시를 통해 보는 이야기, 우리의 오늘을 잠시 시로 옮겨보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다. 그런데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단순히 시를 소개한 책이라고 말하기에 책에서 읽은 글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나는 인상적이었다. 나는 글을 적으면서 부족한 지식을 매꾸기 위해서 뉴스를 다시 읽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나'를 중심으로 다시 생각한다. 작가는 그 생각에 시를 끌어들였고, 시를 해석하며 담은 주장은 오랫동안 남았다.


 책을 읽는 동안 흔적을 남기고자 포스트잇을 듬성듬성 붙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는 이 책을 잊어버릴 것이다. 현실에 돌아가게 되면, 여기서 반박했던 그 현실을 자연히 받아들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되더라도 다시 블로그를 통해 이 글을 읽으며 오늘을 떠올리기 위해서 여기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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