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삶이 조금 더 달았으면 하는 사람을 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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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적적한 삶에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단팥 인생 이야기


 책을 읽는 일은 나에게 의무이기도 하고,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그냥 울고 싶은 마음을 담을 때도 종종 있지만, 과거에는 항상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울고 싶은 기분을 달랬다. 마른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으니까.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지 않았고, 애초에 사람에 대한 의심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삶을 마주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한다.


 비록 많은 돈을 벌어서 떵떵거리지 못하고, 언제나 '책값이 부족해.' '뭘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등의 말을 하며 혼자서 어려워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블로그를 통해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일에 대해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적는 일은 절대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이다.


 왜 이렇게 나는 이 일을 고집하는 걸까? 어쩌면 이 일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부껴야 하는 직장 생활을 두려워해서 도피처로 삼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어느 정도 그런 마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 그리고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종종 만나는 인생의 경험이 담긴 책, 그리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은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나 나에게 '어떻게 살고 싶어?'라고 물었고, 그 답으로 나는 오늘을 선택했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갑작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읽은 소설 <앙>을 통해 다시금 내가 오늘 사는 삶을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에 쓰인 '앙'은 일본어로 팥을 의미하는 단어로, 우리가 먹는 단팥빵과 단팥죽에 들어가는 '팥소'이다. '앙꼬'라고 말하면 아마 알 것이다.


 우리에게 단팥죽은 추운 겨울에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음식이고, 단팥빵은 배고팠던 시절에 허기를 달래주었던 고마운 음식이다. 단팥은 단맛이 있으면서도 약간의 떫은맛이 있는데, 거기에 찹쌀떡을 썰어 넣어서 단맛을 추가해서 먹어야 우리는 떫은맛을 덜 느끼면서 맛있는 단팥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단팥은 참 우리에게 따뜻한 존재인 것 같다. 오늘 읽은 소설 <앙> 또한 마찬가지로 정말 따뜻한 소설이었다. 도라야키를 굽는 도라하루에서 일하는 '센타로'가 우연히 '도쿠에 요시이' 할머니를 만나게 되어 단팥을 만드는 법부터 시작해서 살아온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이었다.


 처음 책을 펼쳐서 읽을 때는 조금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도쿠에 할머니가 앓았던 '한센병'이라는 단어와 함께 할머니께서 보낸 인생에 놀라움을 표하게 되고, 센타로가 보낸 인생을 통해서 같은 젊은 세대인 독자로서 감정 이입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차츰 무게를 가지게 되었다.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사진, ⓒ다음 영화


 한센병은 우리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오래전에 소설 <그 날>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소설의 주인공 또한 한센병을 앓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여전히 막연히 차별이 많은 한센병 환자들은 현재 소록도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앙>에서 읽은 도쿠에 할머니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쿠에 할머니는 평생을 갇혀 사시다가 일흔의 나이가 되어 일본 법률이 개정된 덕분에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중도에 삶을 포기하더라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살기를 포기하지 않으신 과정은 눈물이 고이게 했다. 센타로의 삶과 대비되어 더 그랬을 것이다.


 센타로는 먀약 매매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을 살다가 출소한 이후, 빚을 갚아줬던 주인이 운영한 도라하루에서 정말 죽지 않아서 사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도쿠에 할머니를 통해서 팥을 제대로 만드는 법을 배웠고, 팥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생의 단맛을 더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소설 <앙>은 그런 이야기다. 조금은 특별하지만.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도 해당하는 삶을 표현했다. 단지, 우리는 지금 사는 삶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즐겁게 살고 있는가, 포기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는 질문을 해보며 다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혼자서 몇 번이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왜 눈물이 흘렀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쌓여있던 울분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것 같았다. 요즘 TV를 통해 다시 보는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볼 때도 계속 울었는데….


 아무래도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대학 생활에 두려움을 생각보다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항상 노력은 어중간하게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해버린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열심히 했어.'라며 타협하며, 후회를 남긴 결말을 만들 때가 많다. (금전적 문제도 있고.)


 이런 나의 인생은 어쩌면 도쿠에 할머니를 만나 서서히 바뀌는 센타로의 삶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나도 잘 알 수 없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저 도쿠에 할머니를 만난 센타로의 삶처럼, 나 또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울었을 것이다. 한참 두려움이 쌓이기 시작하고, 쓸쓸함이 쌓였던 마음을 책이 건드려 주었으니까. 게다가, 이 소설은 이후에 센타로가 어떻게 되었는지 결말이 적혀 있지 않다. 도쿠에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덕분에 더 소설의 여운에 젖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센타로는 다시 도라야키를 만들며 벚꽃차와 함께 어우러지는 단맛을 손님과 나누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센타로가 하는 그 가게에 와카나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은 가진 소설, 따뜻한 소설은, 참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올해 2015년에 처음 읽은 소설은 <앙>이다. 이렇게 따뜻해지는 소설을 우연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 또한 책이 나에게 전해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좋다.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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