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 비리, 실력보다 재력이 중요한 이상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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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교 야구를 통해서 오타니 같은 스타 선수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


 나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상당히 좋아한다. 올해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야구 경기를 지켜보았는데, 현재 2016년을 맞아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프로야구 개막일이다. 올해에 2위를 했지만,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NC 다이노스의 질주는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감탄이 나오는 행보였다.


 매해 순위를 한 단계씩 올리고 있는 NC 다이노스이기에 내년 2016년 시즌에는 2위보다 한 단계 더 위인 1위를 노려볼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올해는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올해 새롭게 영입한 박선민을 비롯해 재계약에 성공한 해커와 테임즈의 힘으로 한국 시리즈가 가능하다고 본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은 누구나 좋아하는 팀이 있고, 응원하는 팀이 있다. 아마 열광적인 야구팬이라면 한결같이 한국 야구가 더 발전하기를 바랄 것이다. 언젠가 돔구장이 생겨서 비 오는 날에도 야구를 할 수 있고, 국내 리그만이 아니라 WBC 같은 대회에서 멋진 활약을 기대하는 것. 당연한 일이 아닐까?


 더욱이 올해 우리는 일본을 중심으로 주최한 프리미어 12에서 당당히 초대 우승국이 되었다. 비록 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에게 번번이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는 단기전에서 우리는 특유의 단결력으로 우승을 했다. 정말 대단한 힘이었다. (준경슬, 일본에게 9회 역전승)


프리미어 12 우승 대한민국, ⓒ뉴스토마토[각주:1]


 그런데 한국 야구가 거침없이 달려가는 중에 국내 고교 야구에서는 심각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아니, 고교 야구에 한정되지 않았다. 프로 야구에서도 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돈으로 얼룩진 승부 조작과 도박 사건은 한국 야구가 가진 어두운 부분을 보여준 예였다.


 프리미어12 팀을 구성했던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이 없다.'면서 한탄했다. 일본의 오타니를 비롯한 새로운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확실히 언제나 국가대표 옷을 입는 선수들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나 달랐다. 나름 한국도 새로운 선수가 활약했지만, 새로운 인재 발굴은 더디니까.


 나는 그런 이유 중 하나로 고교 야구와 대학 야구에 만연한 접대와 비리를 대표적인 이유로 언급하고 싶다. 현재 JTBC 보도로 접한 고교 야구의 승부 조작 혐의[각주:2]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좁은 야구 환경 속에서 과연 얼마나 한국에서 학연, 지연에서 벗어난 선수가 활약할 수 있을까.


 프리미어12 중계 당시 이승엽 선수는 "일본은 야구를 하기 위한 모든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선수들은 그냥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만 발휘하면 됩니다. 한국도 이런 것은 앞으로 배워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부분이죠."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나는 이 발언을 우리가 곱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대로 임의로 적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승엽, ⓒ연합뉴스


 한국은 야구 환경이 썩 좋지 않다. 불모지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곳곳에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수두룩하다. 현재 한국에서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돔'은 애초에 아마추어 경기장으로 하려다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지나친 욕심을 부린 탓에 최악의 야구 구장으로 말해지고 있다.


 야구 구장을 건설하는 부분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고, 고교 야구에서는 돈으로 움직이는 감독과 심판으로 인해 승부 조작과 함께 선수들이 제 기량을 당당히 겨루는 시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시엔 고교 야구를 중심으로 뭉쳐서 철저하게 기량을 끌어올리는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일본과 너무 자주 비교한다고 쓴소리를 들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 한국 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이런 투자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고교 야구의 투자는 솔직히 학부모의 재력으로 움직이는 실정이다. 학부모가 돈이 없으면, 절대 아이를 야구 선수로 키우기가 쉽지 않다.


 지난 JTBC 뉴스를 통해 보도된 고교 야구 내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돈을 쓴 아이가 주전으로 나가고, 돈을 쓴 아이의 기록을 위해서 상대편 코치가 일부러 아웃이 되라[각주:3]는 지시를 내리거나 안타를 만들어주는 지시를 내리는 것. 참, 프로야구의 출발점이라는 곳이 이 지경이다.


고교 야구 비리, ⓒjtbc 뉴스


 이런 경기를 해야 하는 고교 선수와 그런 모습을 뒤에서 보아야 하는 학부모는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고교 선수는 이를 갈고 싶을 정도로 분할 수도 있고, 학부모는 자신이 재력이 없어서 힘이 되어주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해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야구 팬으로서 참 아쉽다.


 우리는 프리미어12에서 오타니의 대단한 활약에 놀랐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현실은 이런 오타니 같은 투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타키 같은 괴물이 등장하기는커녕, 제2의 류현진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 프로 무대에서 활약을 하더라도 '기적의 스타'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한국은 스포츠로 성공하기 어려운 나라다. 자신이 이름을 알리고, 세계대회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어떤 투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더욱이 재력을 가진 부모를 둔, 즉,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가 실력보다 재력을 기반으로 기회를 보장받거나 대학팀에 들어가니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자신도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노력조차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돈으로 굴러가는 고교 야구의 시합, 그리고 대학에 들어갈 때도 작용하는 브로커와 돈의 힘. 도대체 한국 야구의 내일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 스토리[각주:4]


 NC 다이노스가 처음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첫해부터 보여준 뛰어난 기량이 아니라 타 팀에서 선택받지 못한 선수와 오지에서 데리고 온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이름 없었던 선수들이 뒤늦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투자, 그리고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NC 다이노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사는 경남의 팀이고, 처음 한국 야구를 보게 된 팀이고, 좋은 성적과 여러 구설수 없이 잘 돌아가는 팀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NC다이노스가 자랑스러운 이유는 팀 선수단과 프런트가 불협화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있기에 빠르게 성장하고, 좋은 결과를 내면서 지역에 녹아들어 야구를 문화로 만드는 과정에 순조롭게 뛰어들 수 있었다. 분명히 몇 번의 위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몇 번이고 잘 버틴다면, 분명히 한국에서 길이 남을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NC 다이노스의 이 같은 모습은 앞으로 우리 야구계가 걸어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허구연 해설위원도 자주 야구 중계를 통해서 넥센과 NC가 보여주는 모습을 타 구단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자본에 의존하는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NC 다이노스의 방향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피츠버그 강정호, ⓒ중앙시사매거진[각주:5]


 현재 한국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도 커졌다. 강정호의 활약으로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고, 오승환 선수와 이대호 선수(일본리그 소속이지만)도 메이저 리그에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얼마나 멋진 선수들인가. 앞으로 더 이런 선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비리가 없어져야 한다.


 실력보다 재력이 더 중요한 고교 야구의 세계. 이런 모습이 똑바로 수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 한국 야구의 전성기는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오타니 같은 새로운 기적의 세대가 등장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저 단기전에서 이길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질적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야구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NC 다이노스를 응원하는 멋도 모르는 한 명의 팬일 뿐이다. 단지 나의 이야기를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한국 야구가 앞으로 깨끗한 모습으로,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적게 되었다. 한국 야구가 더 사람과 어울리는 멋진 모습이 되면 좋겠다.



 정리해보자. 한국에서 일본의 기적의 세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괴물 투수 오타니 같은 투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중·고교 야구부터 대학 야구와 프로 야구로 이어지는 길목이 깨끗해야 한다. 그 사이에 똥오줌이 섞여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혹사당하면, 야구 자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프로구단의 감독과 코치들은 왜 '선수가 없다.'라며 안타까워할까. 거기에는 아직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거나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학연과 지연, 그리고 재력으로 무장한 얕은 선수들에게 밀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야구를 즐기는 한 명의 야구 팬 이전에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가 얼마나 지독하게 오랫동안 썩어온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고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야구 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포기하면, 바로 거기서 끝장일 수밖에 없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우리 한국이 일본을 9회에 꺾었던 것처럼, 9회 말 2아웃이 되어버렸다고 하더라도 야구 시스템과 문화 개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야구장이 생기고, 새로운 팬이 생기는 것처럼, 분명히 새로운 야구 문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믿고 싶다.)



  1. 뉴스토마토 : '한국, 프리미어 12 초대 우승국 등극' http://goo.gl/jak8dV [본문으로]
  2. 접대·심판비로 수백만원… 명문고 야구부 수상한 지출 : http://goo.gl/iT2t4P [본문으로]
  3. 아웃되기 위해 도루하라, 고교 감독 대입 승부 조작 ? : http://goo.gl/jsTCF5 [본문으로]
  4.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스토리 : http://goo.gl/oWrHQ4 [본문으로]
  5. 중앙시사매거진 : 메이저리거 성공시대 열어젖힌 강정호 : https://goo.gl/F7sP4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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