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자살, 헬조선에서 버티지 못한 어린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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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인 헬조선에서 버티지 못하는 청소년들


 수능 시험이 애초 예상보다 어려워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을 빚고 있다고 한다. 매해 수능 시험이 끝마치고 벌어지는 이런 풍경은 하나의 관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앞으로 남은 삶을 포기해버리는 수험생이 한두 명 서서히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나는 아침 뉴스를 통해서 수능 시험 성적 배부일에 한 수험생이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역시 올해도 수능 시험 성적의 부진으로 인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어린 청춘의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수험생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나도 그때 힘들었다. 조금만 참고 버텨라.'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을 것이다. 이것은 위선이다. 이미 어른이 된 우리는 다 지나간다고 말하지만, 막상 자신 또한 그 어려움을 지금까지 겪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진심으로 수험생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미안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희망을 손에 쥐지 못한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서 아직도 지나친 경쟁 속에서 무거운 짐을 들게 한 우리의 죄를 용서하라며 울분을 삼킬 수 밖에 없다.


ⓒ비정상회담


우리 어른이 미안해요, ⓒ페이스북


 위 자료 이미지에서 읽을 수 있는 댓글은 허핑턴 포스트 게시글[각주:1]에 달린 댓글 중 일부분이다. 저 댓글을 단 유저가 말한 것처럼, 아이에게 저렇게 무거운 짐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어른이다. 우리 어른이 수능이 전부인 것처럼 배웠고, 그것을 똑같이 아이들에게 가르쳤으니 누굴 탓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남이 하는 것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대학에 갈 것과 행정 고시 같은 시험을 공부할 것을 에둘러 표현한다. 어린 청춘들은 워낙 오랫동안 그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생각할 수도, 잠시 한눈을 팔 수도 없다.


 그래서 어린 청춘은 '남이 다 하니까, 엄마와 아빠가 저렇게 말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부모님의 기대 수치는 계속 높아지지만 현실적인 결과는 추락하거나 정체하니 더욱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힘들다는 말로 과연 그런 고통이 다 표현될 수 있을까?


 너무 쉽게 생각했다. 우리는 그 어린 청춘이 겪는 고통을 '힘들다.'는 말로 요약할 수가 없다. 그것은 현재 포기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은 청춘을 한 번도 배려하지 못한 말이다. 단순히 몸이 고통스러운 것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몹시 괴로운 그 상태를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나는 알 수가 없다. 나 또한 수능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재수를 했고, 재수 이후에는 더욱 성적이 떨어지면서 수능 시험 당일에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쳤다. 시험장을 걸어 나왔을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생각이 표백되어버린 것처럼, 지금 그 자리에서 숨 쉬는 것조차 괴로웠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며칠 동안 어떤 음식이 맛도 느끼지 못한 채,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표백되어 가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 나는 목숨을 포기할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세상을 향해 작별을 고할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쓸 수 있지만, 지금 괴로워하는 어린 청춘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없다. 지금 이대로 괜찮으니 일단 살아라, 그런 말은 너무 가혹하다. 우리가 살아갈 헬조선은 앞으로 숨 쉬는 것조차 괴롭다고 느껴질 정도로 더 큰 고통이 있는 곳이다. 어떻게 이런 무대에 어린 그들을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내일 아침에 눈을 뜨기를 포기한 저 학생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은 없다. 그저 못난 우리를 탓하며 차라리 우리에게 화를 내라고 말하는 것이 고작이다. 금수저를 입에 물려주지 못한, 입시 지옥의 풍경을 바꾸지 못한, 어린 너의 의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우리는 지금 미안하다는 말이 침묵 속에서 맴돈다. 오늘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헬조선에서 버티지 못한 어린 청춘에 마음속으로 사과의 말을 건네자.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사과하자. 부정하지 못하고 안주한 현실에 쓴 소주로 속을 버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1. 한 수험생이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됐다 : http://goo.gl/AHFNeu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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