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빨갱이가 아니라 한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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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시민이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질 높은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는 일도 어렵지만,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일방적으로 욕먹는 일이 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사는 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잘못'이 아니라 언제나 '이념적'으로 접근하기에 논란거리가 된다.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오랫동안 썩은 행정과 기업 사이에서 일어난 비리가 주요 원인이 되었고, 수습 과정에서도 부실한 대처를 비판받은 '잘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세월호 사고는 '이념 갈등'이 되어버렸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이 아니라 '돈과 이념'만 나왔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면서 국내의 거센 반발과 다른 나라에서도 비판을 받는 나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명백한 '잘못'인데, 이 사건 또한 '이념 갈등'으로 몰았다. 도대체 그놈의 이념 갈등은 뭐가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걸까.


 그런 까닭에 이런 일을 비판하면, 종종 블로그를 통해서도 비슷한 태클이 들어온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하늘을 가리려고 해도 가릴 수 없는데, 무지몽매한 대중을 선동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다. 어떻게 교과서 99.9%가 잘못될 수 있으며, 정부와 의견이 다르면 다 빨갱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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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어머니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 한 개를 받았다. 그 메시지는 "니 블로그 한두 사람이 보는 게 아니다. 니 알아서 해라. 주변 사람이 그러더라. 니 큰일이라고. 빨갱이란다."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메시지를 받고 한순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빨갱이인가.


 어머니는 주변 사람에게서 내가 왜곡된 보도를 진실로 믿고 있어 빨갱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어디까지 진짜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뿐이다. 공중파 뉴스가 보도하지 않는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숨겨진 갈등을 JTBC와 대안 언론을 통해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굳이 뉴스를 통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직접 눈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도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국정 교과서 반대 시위로 세월호 인양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번 서울에 갔을 때도 나는 직접 두 눈으로 뉴스가 보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이화여대에서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막은 경찰의 모습은 오마이뉴스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우리 대학생들이, 그리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조차 투쟁하고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정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것을 비판하는 게 빨갱이인가?


이화여대 시위, ⓒ오마이뉴스


 나는 한국의 이런 한계가 정말 아쉽다. '잘못'을 지적해야 바로 잡을 수 있는데, 그런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좌파 빨갱이라는 논리는 내세우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금도 주변에서 '그러지 말고, 네 인생이나 똑바로 살아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확실히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저 겁 많고, 철없는 20대 청년이 인터넷 블로그에서 되지도 않는 말을 한다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눈앞에서 보이는 거짓을 진실로 믿는 비겁한 삶은 살고 싶지 않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이상할 정도의 이념 갈등 부추김은 현재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우물 안의 개구리가 쳐다보는 하늘을 믿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거짓 선동을 하면서 스스로 국격을 깎아내리고 있다. 그게 '팩트'다.


 유엔은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7조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이나 주류 언론은 이를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현 정치권에 해가 될 수 있는 사안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꼭 봐야 할 것들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역사·철학·시를 공부하고, 훌륭한 글을 읽고, 바른 생활 습관을 지키는 일이 무어 그리 대단하겠는가?

그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인 것들을 직시하라.

당신의 운명을 읽어내라.

그리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뎌라. (월든, 소리_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p27)



 지난 2년 전에 나는 블로그에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는 글을 썼었다. 불과 2년 만에 우리가 사는 한국은 헬조선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이 떠나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돈 있으면, 이민을 가서 자유롭게 살면서 사람 대우를 받는 게 가장 큰 소원인 나라가 되었다.


 기성세대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 세대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아직도 잘못을 잘한 짓이라 믿고 있는 기성세대에게 똑바로 맞서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자랑스러운 나라가 아니라 역사적 퇴보를 거듭하는 못난 나라가 되어버린 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하고, 누가 내 뺨을 후려쳐도 불편한 진실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리게 된다면, 이 세상은 이제 실오라기 같은 희망조차 찾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다. 지금도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이 활개 치고 있다.


 우리가 대항하는 방법은 그저 우리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일 뿐이다. 비록 나처럼 이런 작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는 것밖에 하지 못할지라도, 이것은 작은 노력이 모여 변화의 파도를 가져오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빨갱이라고 불러도 좋다. 어머니 말대로 잡혀간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그건 무섭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에 기반을 둔, 보장된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나는 강하게 나서지 못하지만, 외면하지도 않는다. 나는 거짓말쟁이에 부끄러운 사람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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