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도 사치 아니야? 우리는 맨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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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 논란, 하지만 맨손인 사람은 어떡하나


 우리는 어릴 때 한 번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들어보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행정고시, 혹은 사법고시 같은 시험에 합격해서 고위 공무원이 되거나 좋은 대학교를 통해서 대기업에 취업하는 일을 우리는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제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사람이 몇 년이 걸리는 고시 공부를 통해서 고위 공무원이 되는 일은 어려워졌다. 더욱이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는 일은 밤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워졌다.


 현재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가진 자의 세습에 의해서 용이 결정되는 세상이다. 부모가 손에 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우리가 이 좁은 개천에서 벗어나는 건 사실상 어려워졌다.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데에 드는 비용, 대학 등록금 등 경제적 부담이 소득과 비교하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논란이 된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이러한 소득 불평등에서 출발한다. 이미 사회적으로 기반을 다져서 고소득을 안정적으로 취하는 부모의 자제는 일반 시민의 자제보다 훨씬 더 좋은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다. 공정하지 못한 기회에 많은 사람이 비명을 지른 게 금수저 논란이다.


금수저, ⓒ알리바바 코리아


 지난 금요일에 어머니 사무실에서 동생과 어머니 일을 돕는 중에 금수저 논란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동생이 "흙수저도 사치다. 우리는 인도처럼 맨손이야. 수저라도 가지고 있으면 다행이지."이라는 말을 했다. 한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동생의 말 그대로 흙수저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다행인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흙수저조차 없이 맨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장애인, 미혼모, 한부모 가정, 가출 청소년 등 맨손으로 맨땅의 흙을 파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현재 한국 정부는 그런 사람을 위한 복지 정책을 줄이고 있고, 더욱이 나아가 다양한 사업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의 가계를 더 위협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 추진되어야 하는 부자 증세를 비롯한 직접세는 거듭 줄이면서!


 게다가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벌 총수는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하다면서 불법을 저지르고도 특별 사면을 받는다. 우리는 매번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오르지 않는 내 월급과 달리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덜덜 떨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JTBC 뉴스룸


 헬조선과 금수저 논란은 이런 불평등에서 비록 되었는데, 새누리당을 비롯한 가짜 보수 친일파들은 이것을 우리의 패배주의 역사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 성장은 확실히 우리의 기본적인 소득을 높여주었지만, 너무 급격하게 성장하는 바람에 놓쳐버린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야 배운 새로운 세대가 그 문제들을 하나둘 지적하면서 바로 잡으려고 하는데, 그들은 그 모든 행위를 손가락질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그러니 어찌 사회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긴, 나라도 내가 가진 자의 입장이라면 분명히 불평등을 편들며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진 자가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세대와 우리 자식을 위해서 지금 같은 사회가 계속되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디턴[각주:1]의 불평등 이론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했는데, 그것은 왜곡된 정보에서 나온 어불성설에 불과했다.


 불평등을 옹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확실히 불평등이 어느 정도 경쟁심을 부추겨 성장의 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심한 불평등은 시작지점부터 모든 의욕을 꺾어버린다. 괜히 일본의 사토리 세대가 있는 게 아니며, 우리나라의 삼포 오포 세대가 있는 게 아니다.



 해가 갈수록 서민 가계의 빚은 늘어가고, 취업률은 떨어지고, 소득이 낮아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당과 정부 측은 임금 피크제를 혁신적인 대안이라며 내놓았다. 소득이 낮고, 안정적인 취직조차 불가능한 비정규직 양산을 통해서 도대체 어떻게 대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임금 피크제를 통해서 소득을 나누어야 한다면, 국회의원의 소득이 제일 먼저 나누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소득은 세계 3위 수준에 해당하지만, 경쟁력은 세계 26위[각주:2]를 기록하는 덜떨어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엉뚱한 곳의 비용을 줄이면 훨씬 낫지 않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면서 사회, 경제, 정치 각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손을 대는 분야 중에서 제대로 처리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아니, 없는 것 같다. 엉뚱하게 역사 교과서[각주:3]에 손들 대서 사회적 갈등을 키우면서 시민 사이에 불필요한 이념 갈등만 몰고 왔다.


 불평등을 무시하고, 구조 개선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개인의 문제 혹은 그런 기운이 문제라고 탓하는 이 한국을 우리가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 그 이유는 역사 교과서에서 찾을 게 아니라 현 정부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가진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그게 사실이고, 고쳐야 할 점이다.


 흙수저도 사치, 우리는 맨손이라는 동생의 말. 유독 그 말이 가슴 깊이 남았던 이유는 바로 이런 우리나라의 헬조선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탓이 아닐까.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빚을 짊어지고 살게 되는 우리는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다녔고, 그 대출을 갚고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취업을 하니까.



  1. 노벨상 경제학자 왜곡 논란… 진실은? : http://goo.gl/80c5JM [본문으로]
  2. 한국 국회 경쟁력 꼴찌서 둘째, 연봉은 앞에서 3위 : http://goo.gl/6X2pz0 [본문으로]
  3. 교육부의 이 만화 보셨나요? : https://goo.gl/ukRJd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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