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해부, 사실 범죄자의 씨앗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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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천진난만한 아이가 자라서 연쇄살인범이 되는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변의 환경과 당사자의 의지라고 믿는다. 좋은 환경에 있을수록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정의로운 의지가 강할수록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족함이 없는 풍족한 환경은 상상만 하더라도 멋진 환경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그럴 것이다.'이라고 추측할 뿐이지, 막상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결론을 주장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유한 환경에서 살면서 겉으로 언제나 선한 사람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뉴스를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재벌들의 갑질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끝없이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약자를 괴롭히는 데에 피땀을 흘리고 있다. 때때로 이런 모습은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따라가지 못한다.


 더욱이 우리는 '가진 자의 범죄'보다 '가지지 못한 자의 범죄'가 더 끔찍하고, 심각하다고 받아들이도록 항상 뉴스를 통해 길들여진다. 불과 몇 주 전에도 10대 여고생과 20대 남성이 한 지적 장애인을 폭행 협박하다 의식을 잃자 장기 매매까지 하려고 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악마가 된 여고생들, ⓒKBS


 20대 남성이 뒤에서 10대 여고생이 겁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단순히 10대 여고생이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10대 여고생과 20대 남성 모두 '비정상적인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전자는 생물학적으로 뇌에 문제가 있다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후자는 사람의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방향으로 접근한 해석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 생물학과 사회학 두 개의 학문을 통해서 사람이 벌이는 범죄를 해석해서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이 가진 성향은 유전이 40%, 환경이 60%를 결정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환경이 좋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종종 보는 '예외'가 이 사실을 의심하게 한다.


 상당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기에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솔직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우리는 더 깊이 파고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 범죄와 폭력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뇌와 유전자 등에서 발생한다고 말하는 <폭력의 해부>이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폭력의 해부, ⓒ노지


 처음 <폭력의 해부> 책을 만났을 때는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향기가 났고, 책의 두꺼운 두께가 '웬만큼 마음을 강하게 먹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자 나는 뜻밖에 책이 정말 흥미로운 내용으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도 책의 내용이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일부 어려운 단어가 책 읽는 속도를 더디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고, 천천히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들어오는 폭력에 대한 접근 방식은 개인적으로 두려움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유전자와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특정 부분이 사람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의 아버지는 상당히 폭력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그 폭력을 당했었고, 눈앞에서 폭력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위축된 생활을 학교에서 했고, 중학교 시절까지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면서 심각하게 머리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와 몸속에 각인된 '죽이고 싶다.'이라는 감정은 종종 자해를 하게 하거나 벽을 주먹으로 쳐서 피가 나게 했고,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폭력의 해부


 <폭력의 해부>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던 건 '내가 아무리 바뀌려고 노력하더라도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나도 언젠가 이성의 끈이 끊어져 폭력의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점이다. 분명히 종종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일 때가 많았고, 지금도 가끔 그러니까.


 <폭력의 해부> 앞부분에서 읽을 수 있는 제프리의 사연을 짧게 읽어보자.


제프리가 애리조나에서 사형수로 있을 때, 다른 수감자가 그에게 대럴 힐이란 사기꾼에 대해 말해주었다. 대럴 힐이 제프리를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힐은 제프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친부로 밝혀졌다. 힐은 제프리와 똑같이 닮았는데, 외모만 닮은 것이 아니었다.

대럴 힐은 어렸을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다. 그도 마약중독자였다. 제프리처럼, 그도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 교도소에서 탈옥을 한 적이 있다. 제프리는 아버지의 외모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닮을 수 없을 정도였다.

끝이 아니다. 제프리 랜드리건의 할아버지, 즉 대럴 힐의 아버지도 범죄자였다. 그는 1961년에 약품판매점을 강탈했고 맹렬한 자동차 추격 후에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대럴 힐의 말이 가장 적절히 요약한다.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도, 범죄자가 3대에 걸쳐 있다는 걸 보면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걸 알 거요. 패턴이 있는 거지."


'살인자의 유전자'라는 게 있을까? 만약 없다면, 다수 유전자가 스스로, 또는 환경과 치밀하게 상호작용하여 힐과 제프리와 같은 살인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제프리는 안전하고 반듯한 양육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구원받지 못했다. 가난하고 불결한 삶에서 폭력적 유산을 물려받은 제프리가 사랑과 보살핌이 가득한 성공적인 가정에 가서도 살인자가 되었다는 이 흥미로운 사례는 폭력에 유전적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p75)


 윗글을 읽고, 한참 더 <폭력의 해부>를 읽는 동안 나는 솔직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내가 그동안 마주했던 폭력을 쓰는 사람의 모습의 원인을 찾을 수 있어 재미있게 느꼈지만, 과연 나는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인 걸까?


 내 마음에는 아직도 '나를 지독하게 괴롭힌 녀석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그 녀석의 가족과 친구 모두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이런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이상으로 강한 이성이 감정을 조절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언가의 계기로 그런 이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면, 나는 확실히 살인마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충분히 내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금은 여리고 여전히 눈물을 잘 흘리면서 아파하는 연약한 사람(내가 말하기도 그렇지만)이지만, 사람의 인생을 길게 보면 알 수 없는 법이니까.



 내가 특이하기에 이렇게 심각하게 책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폭력의 해부> 책은 우리가 좀처럼 쉽게 '나는 그렇지 않아. 설마 내가 그럴까?'이라는 생각을 품게 하지 않는다. 가슴이 '뜨끔' 하면서 정체 모를 두려움과 호기심을 느끼게 하면서 쉽게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책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끔찍하다.', '경악스럽다.' 같은 말을 사용해도 부족할 정도로 잔인한 범죄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진다. 범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게 유전자를 남기고, 그들은 뒤를 이어서 또 다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큰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은 전 세계를 돌며 진행된 범죄자의 뇌, 유전자, 임신 중 영양 상태 등 예전에는 고려하지 않은 위험 요소를 집중적으로 연구 분석한다. 우리는 그동안 폭력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서 찾았지만, 범죄자의 씨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될지도 모른다.


 성선설과 성악설. 사람은 본디 선하게 태어난다거나 혹은 사람은 본디 악하게 태어난다는 주장을 가진 두 가지 설 중에서 나는 '성악설'을 믿고 있다. 사람은 모두 악하게 태어나지만, 아주 사소한 차이가 범죄자와 일반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면, 지금 바로 이 책을 읽어보자.


 <폭력의 해부>는 책을 읽는 우리가 자신에게 두려움을 품게 하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의 지식에 흥미를 품게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에게 의심을 하게 하기도 하는 악마와 같은 책이었다. 악마는 위협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놀랍도록 우리를 유혹한다. "당신은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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