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헬멧 투척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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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려는 의지가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요즘 아침과 저녁을 가리지 않고 야구를 볼 수 있다. 아침에는 메이저 리그 중계를 보고, 저녁에는 한국 리그 중계를 보기 때문이다. 아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생활 패턴이 요즘 몸에 베겨서 야구로 가득찬 매일을 나름 즐기고 있지 않을까?


 현재 메이저 리그에서는 강정호와 추신수가 연일 활약을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 메이저 리그에서 뛰는 강정호의 활약은 피츠버그 내에서도 두드려지면서 '올해의 신인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많은 국내 팬과 해외 팬이 응원하고 있다.


 실제로 나도 메이저 리그 중계를 보면서 강정호가 보여주는 활약은 '대단해!'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특히 한창 잘 나갔던 7월에 보여준 강정호의 타격 능력은 '이래서 작년에 넥센이 강했구나. 올해 넥센이 엔씨에게 유독 약한 건 강정호가 없기 때문일까?'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런 강정호가 최근에는 조금 슬럼프에 빠졌는지, 잘 나갈 때 자주 공략하던 초구를 요즘에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 초구로 들어오는 스트라이크를 공략하지 못해 불리하게 볼 카운트가 잡히고, 이후 들어오는 좋지 않은 공에 배트가 나가면서 타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정호


 지난 19일 시합에서 강정호는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리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 10호 홈런도 마찬가지로 높은 볼로 들어온 초구를 잘 견디고 이후 밋밋하게 들어온 2구를 빠르게 공략해서 만들어 낸 홈런이었다. 빠르게 공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슬슬 다시 타격감이 올라온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에 다시 초구와 2구를 놓치면서 빠르게 공략당한 강정호는 불편하게 타석에서 들어섰었다. 더욱이 극적인 9회말에 끝내기 안타를 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강정호의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막히면서 병살이 되어 이닝이 끝나자 그는 벤치에서 헬멧을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정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서 그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안타를 치지 못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괴로움에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헬멧을 집어던져 버렸던 것이다. 평소 승부욕을 가진 사람들은 정말 쉽게 이해할 것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해내재 못했을 때 드는 분노를.


 그런데 일부 사람은 강정호의 이런 행동이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비난하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왜 이 일이 비난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확실히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면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이건 경기를 방해할 정도로 위험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헬멧을 던졌던 그 장면


 야구를 보는 팬으로서 가장 실망할 때는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의욕을 보이지 않은 채, 정말 허무하게 패배를 할 때다. 종종 일부 시합이 끝나고 나서 인터넷 기사 댓글로 갖은 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다수가 무기력한 패배를 할 때 가장 심하고, 많은 욕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정호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던 중에 자신에게 스스로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했음이 분명했다. 한국이었다면, 강정호는 저런 모습이 아니라 침울해하면서 덕아웃에 들어갔을 텐데 미국 메이저 리그라는 낯선 곳에서 살아남는 중이었기에 저랬을 것이다.


 미국 메이저 리그는 한국 리그보다 훨씬 더 심한 경쟁이 있다.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폭 넓은 야구 인프라와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 그 무대에서 살아남고자 부단히 노력하기에 강정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자신에게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비난해서 안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저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한국에 온 메이저리그 출신의 선수 중에서도 자신에게 화가 나서 약간의 흥분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과거 엔씨의 찰리가 그랬었고, 두산의 니퍼트도 그랬던 적이 있다. 사람이기에, 승리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기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야구를 보는 팬이 가장 보기 싫은 모습 중 하나가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이다. 한 번 졌다고 다음에도 또 질 거라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스포츠 선수, 아니,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똑바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채찍찔을 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남는 법이다.


 누구나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더 잘하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못했을 때에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법이다. 강정호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정말 잘해주고 있다. 올해 신인왕 후보로서 거론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여기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없으면, 사람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고개를 숙인 채 달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늘 넘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모든 것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악의 무기력에 가까운 상태에 된다.


 자신에게 화가 나서 헬멧을 던졌던 강정호의 행동을 비난하지 말고, 그가 지금 메이저 리그에서 살아남고자 얼마나 애 쓰고 있는지 보며 격려해주는 게 팬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방식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개인의 자유이니까. 하지만 강정호를 너무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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