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정한 답을 따라가려는 나, 비정상인가요?

반응형

"엄마가 저한테 주시는 것들, 그거 정말 정답 맞아요?"


 우리가 사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 어떻게 살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게 가장 최선인 일이다.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은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꿈을 가지고 있고, 늘 새로운 것에 동경을 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릴 때부터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정답을 외우고, 정답에 따라가야만 한다고 부모님으로부터 강요받는다.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는 항상 최선에 가까운 정답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성실하게 따라가야 후회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어릴 때부터 우리는 배웠다.


 부모님은 종종 아이들에게 "너랑 다니면 부끄러워서 같이 못 다니겠다.", "남한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남 부끄럽지 않게 되기 위해서는 정답을 따라가야 한다."이라고 말한다. 이런 형태의 말은 부모님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욕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자신의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는 것을 변명 삼아서 자신의 아이를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멋진 트로피로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중·상위권의 성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언제나 최상위권의 아이와 비교하면서 "넌 더 열심히 해야 해!"하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부모님의 마음으로서는 아이가 좀 더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 잘하는 아이와 비교하면서 아이에게 경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질타를 반복해서 듣는 아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는 우울증, 낮은 자존감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등 무엇을 하더라도 가장 이상적인 정답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가 스스로 생각한 답이 아니라 남이 정해 놓은 '이상적인 정답'을 선택하기 위해서 나를 포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과연 이런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비정상회담


 지난 월요일 오후에 나는 저녁밥을 먹으면서 <비정상회담> 재방송을 보았었는데, 당시 비정상회담의 안건은 '늘 남이 정해 놓은 답에 맞추려는 나, 비정상인가요?'이었다. 이 안건을 투고 토론하는 게스트 이훈과 비정상회담 멤버의 이야기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게스트 이훈은 아버지 뜻대로 살았었지만,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연예인을 하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괜히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말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갔기 때문에 조금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즐겁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게 바로 이상적인 정답에 가까운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 정답을 감히 논할 수 없지만, 자신이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확실히 남들이 제시해주는 정답은 실패가 없을 것 같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뜻밖에 사는 즐거움이 없을 수도 있다.


 뒤늦게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찾아 즐기려고 하는 사람은 늘 남이 정한 답을 따라오다 문득 '나는 왜 이러고 사는 거지?'이라는 질문에 방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해보고 싶어서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아닐까?


ⓒ비정상회담


 사실, 정답에 맞추는 인생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인생의 길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그 사람이 선택한 길을 오답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이 정한 정답을 따라가는 삶은 다소 지루함은 있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생의 성공 요소는 '안전성'이다. 나와 가족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일이 성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은 대학교와 좋은 인맥을 만들고자 많은 부모님이 무리해서 비용이 비싼 사립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택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인맥만큼 무서운 게 없다. 한국에서 이미 '개천에서 용 난다.'이라는 말은 사라졌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처럼 언제나 가까이 있는 사람끼리 어울려 다니고, 권력과 경제력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세습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상적인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많은 부모님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이상적인 정답'을 따라가면 자신의 인생보다 더 값진 인생을 살게 되어 멋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항상 '정답'을 강요한다.


ⓒ비정상회담


 2년 전에 보았던 드라마 <학교 2013>에서 그렇게 정답만 제시하는 엄마에게 저항한 1등을 하던 학생이 "정답만 주시니까요. 엄마가 주시는 그 정답들, 다 내 것 같지가 않다고요. 근데, 엄마. 정답 맞아요? 엄마가 저한테 주시는 것들 다 정말 정답 맞냐고요!?"이라고 되묻는 장면이 있었다.


 우리는 이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면서 나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주변 사람에게 말하고, 내가 내 자식에게 강요하는 선택지가 정말 정답이 맞는지. <비정상회담>의 알베르토는 "사는 건 누구나 다 처음이에요. 정답은 없어요. 한 번뿐인 삶의 정답은 스스로 찾는 거예요."이라고 말했다.


 나는 알베르토의 의견에 십분 공감한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기' 버튼을 누를 수 없다. 혹여나 그런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이게 정말 최선인 걸까?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결국, 아무리 이상적인 정답이 있는 것 같더라도 우리는 망설이기 마련이다. 또한, 어떤 이상적인 정답을 선택하더라도 후회하기 마련이다. 사람은 언제나 내가 갖지 못했던,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선택에 대해 큰 아쉬움과 후회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답을 무리해서 쫓을 필요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이제 26년 남짓한 인생을 산 내가 하는 것도 솔직히 좀 이상하다. 나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고, 남이 정한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내 인생에서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기에 실패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살면서 읽은 책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그 사람 중 일부는 비록 빛이 약하더라도 반짝이면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고, 남이 정한 답이 나에게도 답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 하더라도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그 정도의 책임감과 의지는 갖추고 있다. 남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가더라도, 내가 찾고자 하는 길을 따라가더라도, 그 길의 마지막에 하지 못했던 일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재훈 교수님께서는 강연100도씨에 출연했을 당시 "분명한 자기 빛깔과 향기가 있는 삶이야말로 자기 이유가 있는 삶이며, 그 삶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다. 그러니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그 말을 다시 가슴에 되새겨 본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