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뭔가 엄청 잘못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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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들, "쉬는 게 뭔가 엄청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지금도 적의 책은 넘어가고 있다.'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공부하지 않고 노는 행동은 잘못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잠시 노는 것에 대해 마치 대단히 심각한 잘못된 행동으로 질책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쉬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다.'이라고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청소년 시기를 보낸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변하지 못했다. 괜히 내가 쉬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너 요즘 뭐해?'이라는 질문에 '나 요즘 쉬고 있어.' 하고 말하면 뭔가 심각하게 내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주말마다 그냥 아무 계획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쉬고 싶어도 마음이 불안해서 항상 그렇게 하지 못한다. 주말에도 플래너에 오늘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고, 휴식 같으면서도 일을 하는 듯한 시간을 보낸다. 때때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다.


 마치 내가 오늘 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할까? 그냥 주말이기 때문에 누워서 TV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휴식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행동을 볼 때마다 정말 비효율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해 그냥 조금이라도 더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것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런데 공부 안 하면 비정상 같아, ⓒ비정상회담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에는 분명히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쉬는 행동을 쉽게 허락받지 못한 우리는 쉬고 있어도 늘 마음이 불안하고, 스마트폰으로 업무 메일을 확인하거나 SNS를 통해 볼 수 있는 다른 사람의 해외 여행기를 보면서 '돈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워할 뿐이다.


 그렇다. 돈이다. 우리는 휴식을 취하는 일에 다소 불안감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문제다. 아직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아 남아있고, 월급쟁이로 사는 내가 무슨 수로 다른 사람처럼 일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 편안히 쉴 수 있을까… 싶어서 휴식을 취하는 일이 더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예능을 보면서 우리가 종종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볼 수 있는 아빠들처럼 아이와 아내와 함께 쉬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못한다. '왜 자기(아빠)는 안 돼?'라는 질문에 울컥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어머니께서도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쟤들은 놀면서 돈 벌어서 좋겠다. 엄마는 돈 걱정 때문에 불안해서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 편안히 놀지를 못한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다. 아마 한국에서 '자영업자' '월급쟁이' '사회초년생'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지 않을까?


ⓒ슈퍼맨이 돌아왔다


 지난주에 방송된 <김제동의 톡 투유>에서는 이런 우리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휴식'에 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역시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있구나.' 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고, 최진기 선생님이 정리하는 사회 모습에 안타까워 혀를 차기도 했다.


 최진기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지금 우리 한국 사회는 휴식을 취하는 형태가 아주 단순해지고 있다고 한다. 내일의 노동을 위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형태와 '그냥 놀기'의 형태. 특히, 한국 사람의 노는 형태는 항상 술을 마시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가 많은 것 같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확실히 음주에 관해 지나치게 관대한 한국 사회의 모습은 사람들이 휴식 시간에 하는 일이 술을 마시면서 함께 노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신의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에 그냥 무작정 술을 마신다.


 휴일에 술을 마시면서 저녁에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에 애써 웃으면서 시간을 달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참 가슴이 쓰리다. 물론, 이런 행동 자체를 정말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 자체가 사라졌다고 본다. 진정한 휴식 방법을 사람들이 잃어버린 거다.


휴식이라는 건, ⓒ김제동의 톡 투유


 작년에 나는 "나는 일탈(노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글을 통해서 나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에는 내가 다른 사람처럼 누구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 억지로 무엇을 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오늘 이 글의 앞에서 이야기한 '노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새벽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동생이 쉬는 날에 대낮까지 자는 모습을 볼 때, '한심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 저런 행동에 일말의 공감을 하지 못하고,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노는 것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빈둥빈둥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라고 한 권 더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게 생산적이면서도 진짜 휴식이 아닐까?


 고상한 척을 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나는 사람이 붐비는 곳에 찾아가는 것을 싫어하고, 언제나 집에서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블로그 글을 쓰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곳을 돌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이 쉬는 방법에 정답은 없으니까.



 내가 보기에 우리 한국 사람은 거의 강박 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휴일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과 술을 마시지 않으면 휴일이 아니고, 여행을 떠날 수 없으면 스스로 '나는 정말 불행한 사람들이야. 저 사람은 떠날 수 있어서 좋겠네.' 하면서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 사람은 술을 마시는 것으로 휴일을 보내는 게 아닐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다'는 자괴감을 억지로 이겨내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함께 하는 친구를 보면서 '사는 거 다 똑같아. 정말 빌어먹을 인생이야.' 하고 애환을 달래고 싶어서 말이다.


 언제나 어릴 때부터 남과 비교당하고, 내가 쉬고 있을 때 나와 경쟁해야 하는 친구는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쉬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고, 사회 초년생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일하는 것이 비로소 진짜 내 삶을 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강요받았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진정한 휴식 방법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이 비정상이다. 일을 손과 마음에서 내려놓고, 떠나는 용기를 과감히 실천하는 사람이 비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정상을 늘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천천히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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