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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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지식은 해(害)가 되기도 하지만, 깊은 지식을 위한 출발점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동안 어려운 설명을 통해 지식을 배워야만 했던 많은 사람에게 '지식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신선한 책으로 다가오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일부 사람 사이에서 '이 책은 올해의 책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책은 그동안 우리가 접근하지 못했던 분야의 지식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넓고 얕은 지식을 통해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경제'와 '사회', '정치', '윤리'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제목 그대로 넓고 얕은 지식이기 때문에 단순히 '아, 이 일은 사회 문제구나.'이라는 사실 이외에 우리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하지만, 그동안 신문을 펼칠 때마다 4칸 만화만 읽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신문의 실린 기사의 크고 작은 헤드라인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이다.


 그래서 나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읽고 칭찬하는 서평을 썼었는데, 그 글이 네이버 오픈캐스트 메인에 걸리면서 다소 사람들 사이에서 오해와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했던 탓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 오해와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노지


 일반적으로 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 자리가 없으면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왜냐하면, 버스와 지하철이 급출발하거나 급정거를 할 때 몸이 가누지 못해 넘어질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상식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통해 몇 번이나 배웠던 관성의 법칙은 우리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배우는 깊은 지식이 아니라 넓고 얕은 지식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전에 이 법칙이 가져오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지식'을 사전에 아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분야의 일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내가 집을 사기 어려운 이유가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과한 부동산 투기 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제도로 가계 부채가 커지면서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깊은 지식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단순히 내가 관련된 문제가 어떤 분야의 어떤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우리는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말한다. 이 '넓고 얕은 지식'만으로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글에 달린 댓글들, ⓒ노지


 내가 과거에 작성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책을 비판하는 사람은 "얕은 지식은 섣부른 판단을 부를 수 있다",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얄팍한 책이라는 느낌이다"는 말로 비판을 했는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책을 펼쳐서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내가 글을 통해 메시지를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생활 속 문제에 응용해볼 수도 있고,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메시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척을 하는 행동의 계기가 된다고 여겨진 것 같다.


 확실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런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얕은 지식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그 문제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땅과 건물을 가지고 커피 장사를 하는 사람보다 건물을 임대해서 커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왜 불리한지 알기 위해서 깊은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땅과 건물을 가진 사람은 임대료를 내지 않기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얕은 지식만으로도 우리는 경제에서 어떤 요소가 영향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지식인, 기득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일은 바로 우리가 그 문제점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경쟁에서 유리한 땅과 자본력을 팽창시키는 데에 필요한 정책을 우리가 반대하게 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어려운 말을 쓰면서 우리가 감히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집과 땅을 가지지 못한 채, 어렵게 임대료와 대출 이자금을 갚으면서 살고 있으면서도 부동산과 자본력을 가진 이들을 위해 정책을 펴는 사람과 정당을 지지하는 모습이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다. 조금만 알면 달라질 수 있는데 말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책이다. 단순히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단어는 알지만, 똑바로 알지 못하는 개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조금 더 우리가 깊은 지식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지대넓얕>은 얕은 지식으로 위험한 판단을 부르는 책,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것을 나타내기 위한 책'이라는 편견을 가지지 말자. 이 책은 단순히 우리가 좀 더 지식에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기 위한 책이니 오해하지 말자.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바로 <지대넓얕>이 가진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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