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그래피' 한 권으로 한 사람의 깊이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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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그래피', 한 명의 인물을 말하는 휴먼다큐멘터리 매거진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제안이 올 때가 있다. IT 블로거 분들은 늘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먼저 체험해볼 기회가 있다면, 나와 같은 책 블로거는 새롭게 발매한 책을 먼저 읽어볼 기회가 종종 생긴다. 지금까지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의 숫자가 적지 않다. (더 많은 책을 만나고 싶어요!)


 얼마 전에는 메일을 통해 스리체어스 출판사로부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을 나에게 보내주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다. 애초 <바이오그래피>이라는 이름이 나는 낯설었는데 메일로 받은 첨부 파일을 통해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특징을 살펴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의 리뷰를 작성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을 간단히 살펴보는 게 아니라 직접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받겠다고 답장을 넣었다. 이윽고 <바이오 그래피> 책을 택배로 받아볼 수 있었는데, 처음 만난 책의 인상은 '오, 이거 상당히 잘 만들어졌는데!' 느낌이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출간되었던 전 문화부 장관 이어령을 말하는 첫 번째 책을 펼쳐서 읽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 정도로 멋진 책인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읽은 <바이오 그래피> 매거진은 이때까지 내가 알던 책 잡지와 달랐고, 책 구성 방식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바이오 그래피 '이어령'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책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짧고 간단명료하게 그 상황의 일을 설명하는 것'과 동시에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사진이 적절히 병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은 글씨로 읽는 이어령의 이야기는 저절로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어령'이라는 이름의 석 자도 몰랐지만, <바이오 그래피> 매거진을 통해 '이어령'이라는 인물을 알 수 있었다. 88 서울 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을 맡았던 문화부 장관이었고, 80살의 나이에도 갖가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며 작업을 하는 작가… 등 여러 가지로.


 이어령이 과거 다른 작가 김수영과 김동리 등의 인물과 문학 논쟁을 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고,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어령과 인터뷰를 한 기사였다. 이 인터뷰를 통해 오늘을 사는 이어령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동시에 그가 품은 철학에 감탄할 수 있었다.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지로그죠. 나는 벌써 10년 전에 포스트 정보화 사회는 디지로그 시대라고 했어요. 이런 걸 해야죠 내가 문화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공무원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어요. 우물의 두레박이 돼라, 부지깽이가 돼라, 바위의 이끼가 돼라, 이랬죠."

두레박이라뇨? "우물가에 두레박 하나 있으면 거기서 우물물 퍼 마실 것 아닙니까. 그게 인프라 얘기거든요. 클라우드 컴퓨팅 이론이나 두레박이나 마찬가지죠. 각자 워드 프로그램을 사서 쓰는 게 아니라 접속해서 쓰는 거니까요. 이런 IT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게 문화부의 역할이죠. 부지깽이 얘기는 뭐냐면, 부지깽이라는 게 볼품은 없어도 불을 일으키잖아요.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3D 프린터에 불을 지피고 있어요. 우리는 정치 선동은 있어도 문명, 문화의 선동자는 없어요. '불이야' 하고 외치는 사람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페이지 82)



 그리고 또 어떻게 이 책을 소개해야 할까? 지금까지 <바이오 그래피> 매거진은 총 4권을 통해 4명의 인물 이야기를 다루었다. 첫 번째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었고, 그 뒤를 이어서 정치인 김부겸, 심재명 명필름 대표, 소설가 이문열의 순이다. 소설가 이문열 편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 이 글이 발행되는 토요일은 서울 시청 시장실에서 열리는 박원순 시장 블로그 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KTX를 타고 서울로 가는 날이다. 서울로 가는 KTX 안에서 소설가 이문열 편을 읽을 생각인데, 3시간의 시간 동안 즐거운 문학 여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소설도)


 블로그 운영이 즐거운 이유는 이런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처 손이 미치지 못한 장소에 있는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비록 내가 뛰어난 문학가와 전문가처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멋진 글은 쓰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바이오 그래피> 이어령 인터뷰 중에서 개인적으로 오늘의 우리를 향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한 부분을 남긴다. 아무쪼록 스리체어스 출판사가 어려운 도서 시장 내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올려 앞으로 이런 좋은 책을 꾸준히 사람과 만날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갑자기 해방이 되니까 태극기가 있겠어요? 일본 깃발에 태극 문양을 넣고 사방에 괘를 넣어 만들었죠. 그 얼마나 아이러니예요. 일장기 속에 태극기가 숨어 있던 거죠. 우리는 열심히 새 나라를 만든다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었어요. 일본은 군국주의가 무너지자마자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바꿨는데 우리는 한참 지나도 그대로였죠. 그래서 내가 이름 바꾸라고 언론에다 글을 쓰기도 했어요. 국민학교는 국가가 요구하는 국민을 만드는 곳이에요. 히틀러의 폴크스슐레를 일본 말로 번역해서 쓴 거죠. 모든 국민이 같은 옷 입고 같은 차 타고 같은 학교에 들어가 같은 생각을 말하는 것. 우린 아직도 그런 국가주의의 '국민'을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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