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6주기, 봉하마을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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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한 6주기 추모식이 있던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5월 23일은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 날이었다. 작년에는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어머니와 함께 봉하마을로 일찍 향했다. 비록 아침에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조금 시간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행사 시간 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내가 봉하마을에 방문했던 2주기 때에는 정말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봉하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서도 차가 줄줄이 주차되어 있었고, 옅은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이 노란 우비를 쓰고 추모식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놀랍다'는 감정 표현을 이해했었다.


 4주기 때에도 2주기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왔었는데, 이번 6주기도 변함이 없었다. 비록 새정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안팎으로 갈등을 빚어 사람들 사이에서 비난이 커지고 있더라도 많은 시민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았다.


 집에서 6주기가 열린 사진을 정리하면서 기사를 읽어보다 '오늘은 모두 친노'이라는 제목이 적힌 글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제목 그대로 오늘은 다른 사정은 뒤로하더라도 늘 시민과 함께했던 대통령을 그리워한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많은 사람이 또 봉하마을을 찾은 게 아닐까?








ⓒ노지


 봉하마을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와 달라진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이후 언론 탄압이 조금 세지면서 언론에 대한 신의가 사라져 지금의 대안 언론으로 떠오르는 국민TV 미디어 종합이나 팩트TV 같은 곳에서 후원 요청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나가면서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몇 가지 있었다. 특히 그중 한 가지 대화가 "JTBC 말고는 상대하지 마. 손석희가 최고다!"이라는 대화였는데, 이 대화를 지나가면서 듣다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손석희의 JTBC는 그나마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추모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하는 동안 여전히 갈등을 빚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 보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들어 계신 곳에 가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특히 다시 한 번 사람들이 글을 적은 비를 걸을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 전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읽은 탓인지 '순박한 웃음이 그립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 '국민을 존경한 대통령', '시민을 위한 우리 대통령' 등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형식적인 수식어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붙이는 요즘 정치인과 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래서 우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더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한 번 생각해보자. 정말 이렇게 시민과 가까이서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을 나누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대통령이 또 누가 있었는가. 최근에 퇴임한 어떤 대통령은 완전히 벽을 쌓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한다.

(호세 무히카 어록 中)
























ⓒ노지


 이번 추모식 6주기에는 최초로 여당 대표도 참석하였는데, 김무성 대표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말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일부 극성인 사람들은 여당 인사들을 향해 욕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모습은 오늘이기에 어쩔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추모식에서는 애국가 제창 이후 여전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던 '임의 행진곡'에 제창되었다. '임의 행진곡'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노래인데,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이 담긴 노래가 이곳에서 다시 울러 퍼지는 모습은 '숭고하다'는 이미지였다.


 추모식이 끝을 맺어갈 무렵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인사말을 할 때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말을 듣던 시민들은 일부 환호하기도 했지만, 일부 사람은 그대로 바로 앞에 본인이 참석해 있는 상태에서 너무 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그 의견이 나누어질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조금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올리니 꽤 비판 글이 달려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상당히 조심스럽다. 여기에 대한 판단은 아래의 동영상을 통해 개인이 해보았으면 한다.



 어쨌든, 그렇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과거 통합을 꿈꾸었던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식에서 이렇게 다시 한 번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우리 시민의 잠재적 분노가 지금은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부딪히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곳에서 사람은 부딪히고 있다. 인류가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분노가 너무 강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날은 멀기만 한 것 같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나는 지금 우리 시민 사회에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시민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그저 그냥 앉아서 내 아파트값이 내려가지 않기 위해 말과 행동이 다른 건 아닌지….


 오늘도 우리는 그런 갈등과 선택의 순간에서 나와 남을 속이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오늘 모여서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우리가 앞으로 하는 행동은 어디까지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욕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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