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죄인이 되는 이상한 나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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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게 오직 홀로 구석에서 남몰래 우는 것밖에 허락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


'피해자가 무슨 벼슬이야? 평소 죄지었으니 벌 받았겠지.'

'네가 잘못한 게 있으니 재가 널 괴롭힌 게 아니겠느냐? 넌 정말 잘못한 거 없어?'

'왜 공부 잘하는 아이 앞길을 막으려고 하느냐, 공부 못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그냥 혼자 울어. 왜 다른 사람까지 물고 넘어지면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해?'

'그거 네가 불었다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네가 무슨 정의의 용사야?'


 우리 한국에서는 많은 시민이 조금 더 나은 복지, 조금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일보다 높으신 분들의 요구에 맞춰 제도를 수정하는 데에만 급급할 뿐, 한 달이면 모든 일을 잊어버릴 어리석은 시민의 요구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정치만이 아니라 우리 한국 사회 여러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소위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로 나누어지는 관계 속에서 항상 피해자가 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도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재벌이 아니라면,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글의 앞에서 적은 대사는 어떤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대사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대사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보다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어떤 사건은 진상 규명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보면, 피해자가 원인이 되어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피해자는 억울하게 가해자로부터 당한 일이 많다. 특히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은 그저 조금 다르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에게 시달릴 때가 정말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학교 폭력에 접근하는 각도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다. 둘 다 모두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서로 사과를 하라고 한다. 아직 잘못을 가해자가 분명하게 인정하지도 않았고, 피해자는 아직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수치심, ⓒjtbc


 소년 재판을 하는 천종호 판사님께서 집필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각주:1]를 읽어보면 이와 같은 사례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교육적으로 접근이 부족한 선생님만이 아니라 부모님 사이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가 어떻게 잘못을 알겠는가?


 학교 폭력은 가해자가 오히려 더 당당하게 행동하고 다니고, 피해자는 죄인이 되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지는 가장 흔한 예 중 하나다. 지금 우리는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사그라지면서 그런 뉴스를 접하지 못하지만, 화제가 되었던 당시에는 이런 일이 자주 보도되었었다.


 학교. 10대 청소년이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인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학교에서 이런 형태로 일이 진행되니 우리 성인이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겠는가?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 하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폭력이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려도 가해자는 히죽거리며 웃을 뿐이다.


 1주기가 다가오면서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말이 오가는 '세월호 참사 사건'도 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가족들은 많은 시민으로부터 동정을 받은 불쌍한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여러 정치적 의도로 인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



 위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은 우리 언론이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촬영해서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고 계신 미디어 몽구[각주:2]님께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이다. 이런 모든 행동이 정말 일부 언론이 말한 대로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똑바로 진상 규명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을 처벌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도대체 해경과 정부 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왜 거짓말로 구조를 하는 척 보도를 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다.


대통령이 다녀간 후에 체육관에 TV가 설치됐어요. 그때부터 뉴스를 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여기 일이 전혀 안 나가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는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서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의 세계에 우리만 빠져 있고 우리만 동동거리고 있었어요. 텔레비전에서는 대한민국의 유능한 인력은 이곳에 다 투입된 것처럼 말했어요.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 바다에 나가보면 그 넓은 바다가 텅 비어 있는데. 그러니까 부모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죠. 그런데 그런 건 또 방송에 나가더라고요. 부모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그래서 우리가 방송사들 다 나가라고 했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세상을 알았나요? 애 키우고 맞벌이하고 내 가정만 챙기면 될 줄 알았지. 나라에 해경 있고 경찰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살았지. 이런 세상인지 몰랐죠. (p118, 금요일엔 돌아오렴)


 분명히 머리가 잘못했는데, 화풀이는 다른 곳에 하는 정부의 모습에 화가 나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마땅히 피해자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명명백백하게 잘못을 가려서 책임을 추궁하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가리켜 종북이라고 몰아세우다니.


 아마 이처럼 무식하게 돌아가는 나라는 아직도 구시대 제도에서 머물고 있는 후진국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언제나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을 마주해야 한다. 외면하고, 사태 수습을 위한 거짓말에 놀아나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피해자가 무슨 벼슬이야!?'이라고 고함치는 사람들이 있다. 확실히 '피해자'이라는 이름은 벼슬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혼자 아파하고, 울고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닌가? 피해를 당하였기에 피해에 대한 보상과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런데 한국은 피해자의 그런 행동을 불쾌해 한다. 마치 가해자는 잘못한 것이 없고, 피해자가 잘못했기에 피해를 입은 것처럼 몰아세우면서 책임을 추궁한다. 이런 나라, 이런 사회에서 도대체 어떻게 내일은 해가 뜨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입만 열면 모두가 거짓말과 비아냥이다.


 피해자가 죄인이 되는 이상한 나라에서 우리는 아직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향해 나무라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다. '피해자면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가해자를 향해서는 잘못은 했지만 크지 않으니 괜찮다고 토닥인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물려주니, 아직도 비명만 나라에 가득하다.


 오늘도 우리는 괜히 어떤 일에 얽혀서 피해자,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모른 척하고 살면 그런 일을 겪어도 되지 않기에 가만히 있는다. 학교 폭력과 여러 사회 폭력이 그런 방관하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세월호 사고는 우리는 모두 방관자로 가만히 서 있다.


 윤 일병 사건[각주:3], 학교 폭력 사건, 세월호 사건[각주:4], 무상급식 사건… 하나부터 열까지.



  1. 천종호 판사 님의 책 이야기 : http://nohji.com/2636 [본문으로]
  2. 미디어몽구 : http://mongu.net/ [본문으로]
  3. 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 : 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71 [본문으로]
  4. 금요일엔 돌아오렴 : 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6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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