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살만 류슈디의 소설 같은 자서전 조지프 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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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종교와 정치적 공포에 맞서야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


 요즘 우리가 사는 한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린 한 시민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는데, 쓰레기 무단 투기 죄가 아니라 상당히 말도 안 되는 법을 적용하여 압수 수색이나 강한 처벌이 논의되어 큰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아마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이라는 말과 함께 가장 엮이는 건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이라는 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일베는 한국 여성을 '김치년'으로 조롱하는 글부터 시작해서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숨진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 서거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악랄하게 비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베의 이런 행동을 가리켜 어떤 사람은 표현의 자유라면서 옹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정한 선을 넘은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일종의 범죄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 '표현의 자유'이라고 말하며 일베의 편을 드는 사람은 '박근혜 풍자 또한 똑같지 않으냐?'며 크게 반박하기도 해서 할 말이 없게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가 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위반이 되는 걸까? 이런 문제를 정의하는 데에는 상당히 격렬한 논쟁이 발생할 것 같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풍자해서 비웃는 일베와 현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서 비판하는 두 집단 세력은 그렇게 오늘도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 선을 나눌 수 있는 건 '단순한 악의인가, 아니면, 사회적 의미가 있는가?'이라는 질문이 기준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베'는 그냥 악의적으로 남을 조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뿌려진 박근혜 풍자 포스터는 사회 비판을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 김용민 화백


 솔직히 이 문제는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을 향해 의견을 결정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형평성 논란부터 시작해서 걸고넘어질 수 있는 문제가 한두 가지에서 끝나지 않으니까. 아마 그래서 요즘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노컷뉴스 기사를 통해서 독일 베를린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한국 홍성담 작가의 풍자 그림이 국내 기업이 운송할 수 없다[각주:1]면서 작품을 운송하지 않은 일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기사를 읽어보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과 함께 현재 우리 한국이 껴안은 문제가 꽤 심각하게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을 운송하면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이라며 홍성담 작가의 그림 운송을 거부한 기업의 행동은 마치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모습 같아서 안타깝다. 그래서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라는 이름표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은 할 수 있어도 답을 찾을 수 있는 난제에 직면한 한국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다 바꾸겠다던 한국 정부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드러난 잘못은 바로잡기를 선택하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게 우리 현실이다.


조지프 앤턴, ⓒ노지


 갑자기 내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하게 된 건,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조지프 앤턴>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과거 '악마의 시'를 출판해 극단주의 무슬림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아 전 세계를 발칵 뒤엎은 작가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인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나는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으로 이 책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을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유명한 책이고, 책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얻고자 살펴본 서점 소개에서도 상당히 흡수력이 뛰어난 작품으로 소개되어 있어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을 펼친 나는 도무지 책의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책은 총 818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가 읽은 건 겨우 83페이지 정도였다. 약 1/10을 읽는 데에 3일이 걸리고 말았다. 책의 글자를 읽으려고 하면 졸음이 왔고, 서서 읽더라도 내용에 집중되지 않아 책을 읽는 것을 포기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구글에 '조지프 앤턴'과 '살만 루슈디' 두 키워드를 검색해서 책의 내용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아야 했다. 이 책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살해 위협과 여러 부조리한 구조와 오랫동안 다툼을 한 작가의 자서전이었고, 3인칭 시점에서 상당히 흡수력이 있다고 한다.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 <조지프 앤턴>은 단순히 자신의 과거를 과대 포장해서 홍보하는 전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과 달리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도 거침없이 솔직하게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뭐, 일부 어떤 행동에 대해서는 작은 변명도 붙이더라도 읽는 맛이 풍부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 참고했던 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여정 혹은 변명, <조지프 앤턴> : http://goo.gl/M3aLoY

한국일보 '악마의 시' 이후… 도망자 루슈지는 조용히 살지 않았다 : http://goo.gl/9KGWKN



 나는 이 책 <조지프 앤턴>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몇 번 더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해 본 이후에 도저히 나와 맞지 않아 내가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다면, 부산에서 독서 모임을 주최하는 아는 지인에게 책을 양도할 생각이다. 그게 이 책의 운명일지도 모르니까.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오늘 글에서 소개한 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에서 '살만 루슈디'이라는 이름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 인문, 문학에 관심이 깊은 사람 중에서 '살만 루슈디'이라는 이름과 '악마의 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하고….


 비록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알게 되어 구글 검색을 통해 그에 대한 지식을 알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슬람 광신도와 싸웠고, 문단 내부 인사와 싸웠고, 경찰 간부와 싸웠고, 배신자와 싸웠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사람을 끌어당겼다.


 오늘날, 우리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 시민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뭐, 사는 게 다 그렇지.'이라고 말하면서 가만히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 한국은 여전히 소수 권력층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모든 문제가 흐른다. 우리는 과연 보아야 할 것을 보고 있을까?


 다가오는 세월호 참사 1주기.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한국 경제와 정치 상황 속에서 우리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읽어보면 뉴스의 역할과 우리가 뉴스를 보는 방법을 읽을 수 있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경각심이 담긴 <조지프 앤턴>이 어렵다면 그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 노컷뉴스 '대통령 풍자그림은 운송 안 돼? 독일측 황당' : http://goo.gl/RLSrj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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