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고유명사로 내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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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를 책으로 읽어보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많이 역설한 것으로 알려져 스티브 잡스를 롤모델로 하는 많은 청년이 '인문학'에 관심을 두었었다. 언제나 타 회사의 기술과 디자인을 모방해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주도하는 그런 창의적인 리더, 혁신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은 모르면서도 알고 싶은 분야였다.


 그리고 한국 내에서는 마이클 샌델의 도서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인문학 열풍이 강하게 불었는데, 도무지 답이 없는 우리 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이라는 질문을 통해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일방적으로 어른이 제시해주는 답만 보면서 '그거 정말 정답 맞아요?'이라는 질문을 하지 못한 우리는 점점 질문하는 힘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을지도.


 그러나 한국의 인문학 열풍은 '때아닌 열풍'으로 조용히 끝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많은 대학교에서 '취업률이 낮다.' '예산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인문학 강의를 폐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달리 여전히 한 방향으로 흐르는 획일적인 과정을 고집하면서 인문학의 싹을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내에서 지식인과 젊은 기업가들이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언급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인문학'이 멀기만 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앞으로 교육 과정이 단순히 오지 선다형의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선술형 문제를 도입하고, 인성 평가를 통해 잠재적인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지만, 한국은 또 한 번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은 얼마 전에 읽게 된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이라는 책이다. 인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은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고교 시절에 사회 혹은 윤리 수업을 통해 한 번은 들어보았을 테니까. 이 책은 노자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중국 사상이 어떻게 출발했는지부터 시작해 공자와 노자의 오해와 편견을 설명한다.


 우리가 인문학에 접근하는 첫걸음은 바로 이렇게 '노자의 도덕경'이나 '공자의 논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의 책을 읽으면서 시작한다. 정말 당연한 순서로 여겨지지만, 이렇게 우리는 공교육에서 받지 못한 어려운 과정을 책으로 직접 읽으며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더 멀게 느끼고, 사실상 우리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 내에서 인문학 열풍은 언제까지 '열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인문학'이 가지는 힘에 대해 놀라면서도,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적용하거나 잘 만나지 못한다. 대체로 우리는 '아, 그런가 보구나. 근데 저런 게 꼭 필요해? 그냥 자격증을 하나 더 따거나 단어를 한 개 더 외우는 게 낫지 않을까?'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는 그렇게 반응을 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편견을 고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여기서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조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우리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학교의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일제식 암기(통칭,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에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단순히 노자의 어떤 사상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으로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예로 이 부분의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비평하는 힘'이라고 말하기보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이 과정은 책을 읽는 독자가 좀 더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작은 단계이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점점 약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려운 계산은 내 손 안의 스마트폰이 해주고, 길을 외울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어플을 이용하면 길을 찾을 수 있고,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지식인 질문에 질문을 남기면 답을 달아주는 사람이 있다. 더욱이 한국 교육은 자발적인 생각과 거리가 먼 수동적인 생각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서도 '인문학'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잘난 척하며 글을 쓰는 나도 인문 고전을 많이 읽어본 경험이 없고, 인문학 강의를 컴퓨터로 틀어놓으면 꾸벅꾸벅 졸거나 다른 모니터 화면에서 딴짓 하기 일쑤다. 언제나 일방적으로 받는 수업에 익숙했기에,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수업은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문학을 찾아야 한다. 내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작은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저 유행으로 뜨는 바람에 우연히 읽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후에 내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면서 좀 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게 해주었고, 그 이후에 점점 인문학 도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정말 바보 같다.'는 자각을 더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글을 쓰는 나는 아직도 배우는 학생이다. 남들이 소위 말하는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교에 가지도 못했고, 토익 점수도 700점을 넘지 못하는 학생이고,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일본어로 된 라이트 노벨도 읽는 주제에 JLPT 시험은 통과하지 못하는 바보이고, 여전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어버버' 하는 평범한 사람과 달리 조금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학생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읽으면서 부분적으로 '아, 여기는 조금 어려운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기서 덮지 않고,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서 특정 부분에서는 '역시 이 나라의 대통령은 문제야. 왜 정치인은 이런 생각하는 힘이 없을까? 아니,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건 우리 시민도 마찬가지지.' 등의 다양한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건 인문학이 가진 힘이기도 하고,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책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자기'가 있어야 무엇이든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지금 그냥 다른 사람이 가는 대로 흘러가기만 하는 우리에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만나게 된다면… 한 번 마음 먹고 손을 뻗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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