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성추행 사건, 여전히 바뀌지 않는 갑의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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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관계가 만든 대학 교수의 학생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작년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우리는 갑의 횡포에 분노하면서 그들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비판했다. 특히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를 상대로 모욕을 주다 경비원 아저씨가 분신자살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갑의 횡포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커졌었다.


 그러나 그것도 겨우 몇 달 전의 일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건은 이미 많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겨우 한 달의 마법을 통해 사람들은 빠르게 잊어버리고 있다. 재벌 3세가 어떤 상가 건물에서 세입자를 상대로 갑질을 벌이면서 또 한 번 논란이 되는 듯 했지만, 이에 발맞춰 어떤 연예인의 일이 터지면서 또 한 번 쉽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교수가 오랫동안 여학생들을 상대로 갑질을 벌이면서 성추행(성폭행) 사건을 벌인 일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은 또 한 번 언제 잊힐지도 모를 '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를 다시 머릿속에서 꺼내고 있다. 우리의 자녀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교수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학생들을 회유하고 협박한 이번 사건은 과연 얼마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뉴스원[각주:1]


 보통 우리가 접하는 이런 갑의 횡포와 관련한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 괜히 그들이 갑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소속된 단체에서는 늘 '쉬쉬'하면서 문제를 덮어주려고 하고, 을(乙)의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과 달리 대응을 강하게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처벌도 잘 안 되고, 고쳐지지도 않는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때에도 갑(甲)에 있던 그들은 사건의 조사를 맡은 국토해양부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이미 이 건에 대해서도 처벌이 되었지만, 그 이후 행동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사람들의 눈이 오는 순간에 '아, 제기랄. 또 허리 숙여야 하겠군.' 하며 잠시 허리를 숙일 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갑각류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대학교에서 벌어진 교수의 성추행 사건도 이런 식으로 해결이 되면서 똑바로 처벌되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문제가 된 것도 그저 보도를 통해 한동안 뉴스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만약 보도되지 않았다면 피해 학생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저 성적에 좌우되는 학생은 숨죽인 채, 수치심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성(性)'과 관련한 문제는 유독 처벌이 약했고, 별것도 아닌 사람이 갑(甲) 행세를 하면서 을(乙)의 위치에 있는 여성을 괴롭히는 일이 빈번했다.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한 건 그들이 어느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이 여전히 잘못된 가치관 속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학교의 명예 운운하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더 매몰차게 대한다. 하물며 성폭행과 성추행 문제는 어떻겠는가? 오히려 폭력 문제보다 더 접근이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운운한다. 가해자가 그렇게 되도록 피해자가 만들었고, 성폭행(성추행) 상황에서 피해자가 똑바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인도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성폭행범은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는데, 우리 한국에서도 이런 남성을 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성폭행을 당한 여군을 상대로 '여군이 잘 대처했어야 했다.'이라고 말하거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상대로 '혹시 당신이 유혹한 거 아닌가요? 왜 대항하지 않았습니까?'이라고 말하며 책임을 은근슬쩍 떠넘기니까.


 갑의 위치에 서서 을의 치명적인 약점을 손에 쥔 갑을 상대로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 당장 우리도 갑이 시키는 일은 싫은 일이라도 해야만 그나마 조금 더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있기에 억지로 하는 척이라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갑의 횡포에 대한 화가 커졌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그저 하극상은 안 된다면서, 어쩔 수 없다는 체념만 남아있을 뿐이다.



  1. 뉴스원 : 여학생 성추행 혐의 서울대 교수, 추가 제보 잇따라 http://goo.gl/iULLC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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