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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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을 모은 대박 영화 <국제시장>을 책으로 읽어보다


 지난 우리 영화관에서 가장 뜨거웠던 영화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였다. 영화 <국제시장>은 그냥 평범한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을 언급하면서 애국 운운 발언을 하면서 여러 평론가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뭐, 결국,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영화 <국제시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얼마전에는 뉴스를 통해서 영화 <국제시장> 덕분에 부산 국제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었는데, 단순히 관광객이 늘어서 모두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국제시장> 영화의 배경이 된 '꽃분이네' 가게를 임대해서 장사를 하던 점주는 관광객이 늘었다면서 권리금을 비롯한 비용을 임대인이 올리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꽃분이네' 가게 주변의 상점도 피해를 함께 입어서 오히려 영화가 '해(害)'가 되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나서 부산 국제시장을 찾아가 본 사람이 더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며칠 전에 나는 어머니의 일을 도와 부산에 함께 갔다가 국제시장을 방문했었는데, 정말 사람이 장난 아니게 많았다. 이전에도 많았는데, 영화 이후 완전히 '카오스'였었다.


 아직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지는 않았다. 시간도 마땅히 맞춰지지 않았고,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책으로도 <국제시장>이 나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책으로 <국제시장>을 읽게 되었다.


국제시장, ⓒ노지


 글쎄, 책으로 읽는 <국제시장>과 영화로 보는 <국제시장>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책으로 읽더라도 <국제시장>이 가진 작품의 의미는 잘 전해져 왔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주인공 덕수의 시선을 따라서 읽을 수 있는 회상에 들어가는 장면과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저 6·25 전쟁 탓에 발생한 평범한 피난민이었던 덕수는 피난길에서 여동생 막순이를 잃어버린 당시에는 너무 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전쟁 종료 이후 산업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하는 한국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서독 광산에 일하러 가고, 월남전에 참여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에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을까 싶다. 책으로 <국제시장>을 읽으면서도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상상할 수 있었기에 '아, 이 장면에서 약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독 광산에 일하러 가기 위해서 면접을 보는 부분에서 애국가를 부르면서 '애국심 투철'이라는 특이사항을 체크하는 부분과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했던 애국가가 나올 때 부부싸움을 멈추는 부분이 그랬었다. 아마 이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부분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을 정치적 시선으로 보기보다 평범한 아버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본다면, 이건 절대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던 그 시절에, 가족을 위해서 서독에 가야만 했기에, 그리고 당시에 규율이었기에 지켜야만 했던 소시민이었으니까.


 지금에서야 우리는 등 따시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저런 부분을 꼬집으면서 '말도 안 되는 미화' 하고 비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을 힘들게 살았던 아버지의 시대에서는 저게 당연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갑과 을의 관계처럼 말이다.


ⓒ뉴스룸 JTBC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덕수가 국제시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외국인 노동자 커플을 조롱하는 한국 고등학생을 꾸짖는 부분과 현대를 창업한 정주영 회장, 씨름으로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이만기가 등장한 부분이었다. 영화는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지만, 책은 옅은 웃음을 짓게 해주었다.


 하지만 단순히 옅게 웃을 수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과거 우리 한국이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외국에 돈을 벌기 위해서 나갔던 것처럼,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으로 와서 힘든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개구리처럼, 그들에 대한 학대를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 덕수가 외국인 노동자를 조롱하는 한국 고등학생을 꾸짖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가슴이 아팠다. 뉴스에서도 현대판 노예제도 속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그들을 막 대하니 외국인 노동자도 한국에서 종종 범죄를 일으키는 게 아닐까?


 모든 일에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는 법이다. 우리는 언제나 한쪽만을 바라보면서 결과만을 평가하는 경향이 짙은데, 우리는 그 결과를 바라보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도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뭐, 이렇게 여러 생각을 하면서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책 <국제시장>이다. 책을 읽으면서 당시에 힘들었을 적을 떠올리면서 지금 우리 한국이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평범한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도 약간 조금 비판적인 시선으로 <국제시장>을 읽어보면, 솔직히 하나하나 '이건 조금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 순수하게 소시민 덕수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는 그 삶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에도 우리는 갑과 을의 사회에서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지금도 많은 아버지가, 아니, 어머니, 그리고 여러 형제와 자매도 모두 먹고살기 위해서 힘쓰고 있다. 갑(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허리를 굽혀가면서, 갖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 평범한 소시민 아버지의 이야기가 <국제시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지 않았다면, 도서관에서 책 <국제시장>을 만날 기회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대통령처럼 지지율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의도를 담아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작품의 내용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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