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경상도, 경상도는 정말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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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상도만 갖고 그러냐?" vs "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 당신의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매번 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이렇게 좌우가 완벽하게 갈리는 나라는 아주 드물다.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나라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때마다 서로에 대해 욕을 하고, 후보로 나오는 정치인은 상대 지역에 대해 욕을 하면서 자신에게 표를 줄 것을 부탁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지금 당장 시장 바닥만 가더라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사람들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두고 자주 대립을 시키는데, 이건 과거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같은 집단은 전라도를 '홍어' 같은 수식을 붙여서 비하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양이 되었던 그 사람을 조롱하기도 한다. 일베는 정말 극단적인 예이지만, 우리는 심심찮게 언론에서 경상도와 전라도가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정말 우리는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것만큼 전라도와 경상도가 이렇게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들고, 서로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나도 대구에서 태어났고, 이후 아래에 있는 김해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비록 내 고향이 대구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들과 같은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뭐,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주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내가 블로그에서 언제나 한쪽을 지지한다고 욕하는 사람은, 이런 것을 잘 모르지 않을까?


 보통,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건…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 '텃세가 강하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주의가 강하다.', '폭력적이다.', '유대 의식이 끈끈하고 의리를 중시한다.', '두 다리 건너 문화가 있다.' 등의 특징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경상도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전국적으로 나이를 먹은 기성세대는 다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자신의 부모님도 비슷하지 않을까?


 유독 경상도만 그렇다고 말하는 건 일종의 편견이 아닐까? 물론, 매번 선거 결과 때마다 빨간색으로 칠해지는 경상도 지역을 보면, '하아, 역시 이 지역은 안 되는구나.' 하면서도 직접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냥 어리숙해서 '무조건 1번을 찍는 거야.' 하면서 찍는 노인분들도 많고, 예전부터 권력과 언론의 꼭두각시로 살아오다 보니 세상을 똑바로 못 보는 사람이 많은 거다.


메이드 인 경상도, ⓒ노지


메이드 인 경상도, ⓒ노지


메이드 인 경상도,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얼마 전에 읽은 《메이드 인 경상도》이라는 만화책이다. 만화책이지만, 절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유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한다. 김수박 작가가 그린 이 만화 《메이드 인 경상도》는 그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살면서 겪은 이야기와 그가 보았던 1980년대의 모습, 그리고 지금 우리 세상의 단편적인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는 만화다.


 음, 이 만화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평범히 만화책인 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는 했지만, 단순히 재미있기보다 여러 가지 요소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재미'라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인물이 성장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그리는 이야기이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볼 수 있었던 현재 시점의 작가가 과거의 시점에 대해 작은 이야기를 덧붙이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상도 사람과 우리가 혹시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모습. 그런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만약 이 책이 만화가 아니라 오로지 글로만 적힌 책이었다면, 금세 읽는 것을 포기했었을지도 모른다. 만화책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에 첨부한 두 장의 사진은 중간과 끝 부분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과거 정부가 어떻게 시민들에게 공포를 집어넣고, 어떻게 사상 교육을 통해 지금의 세대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해야 할 질문과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볼 수 있다. 이런 형식의 이야기를 《메이드 인 경상도》를 통해 나름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



 지역주의는 우리 한국이 좀 더 나은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혈연, 학연, 지연…. 우리나라가 좀 더 창의적이고, 좀 더 획기적인 발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언제나 달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같은 곳만 빙빙 돌고 있기에 다음으로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거다. 실력 있는 자가 떨어지고, 연줄이 있는 자가 올라가고. 그게 바로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니까.


 얼마 전에 있었던 태권도 승부 조작 사건도 그런 예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 시스템은 어른들 사이에서 '차별'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고, 그 '차별'을 어린아이에게 가르치면서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도 편견과 차별 속에서 닫힌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뭐, 요즘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이미 볼 것은 다 보는 아이지만, '가치관의 형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조금 덜 해졌지만, 나의 부모 세대는 여전히 지역에 대한 차별이 꽤 남아있다. 이건 경상도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지역에 상관없이 보수적인 사람은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은 진보적이다. 진보 보수 이전에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한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그냥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니까.


 우리는 지금의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게 정말 최선이었습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까?", "왜 그래야만 하나요?", "왜?", "무엇 때문에?"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 세상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미쳐서 제멋대로 돌아가는 정부를 중심으로 해서 시민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다. 슬펐던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왜'이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만화책 《메이드 인 경상도》를 읽어보았으면 한다. 크게 울림이 없는 책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가진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좀 더 '왜'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테니까. 거미줄처럼 얽힌 사회 시스템 속에서 끓는 속을 내색하지 않으며 살아야 하는 건, 지금 우리 세대로 충분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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