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기 좋은 책,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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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라는 건 어렵고, 있어 보이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다.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의 행동일까? 이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게 내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는 단순히 취미 생활일 수도 있고, 지식을 배우기 위한 활동일 수도 있고, 자기계발을 위한 행동일 수도 있고, 치유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고,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타인이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러나 나는 우리 한국 시민이 가진 책에 대한 편견만큼은 조금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한국에서는 책을 읽는 행위는 언제나 '고급스러운 취미'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런 사람에게 책을 읽는다는 건 두껍고, 겉표지와 이름이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책을 위주로 읽는 게 진짜 독서일까? 남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서 미소녀 일러스트가 그려진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같은 책을 읽지 않고, 사서 절반도 읽지 않을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구매해 진지한 척을 하는 게 정말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선택한 책이 과연 내가 즐길 수 있는 책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책 같은 책을 읽어야 진짜 독서'이라는 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다. 독서라는 건 그저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독자가 한순간이라도 책의 어떤 내용에 공감하면서 자신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한순간이라도 웃을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충분한 거다.


 책을 읽는 행위가 무조건 유명한 작가의 책, 두께가 두꺼워 있어 보이는 책, 제목이 사람들에게 고상하게 보일 수 있는 책, 표지 디자인이 유치하지 않은 책 등의 책을 읽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읽는 라이트 노벨 장르의 책이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며 한순간이라도 공감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노지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은 제목은 어려워 보이는 책이지만, 지나치게 두껍거나 읽기 어려운 책이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세상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열심히 읽어야 책의 이야기를 겨우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책이 아니다. 정말 좋은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는 것도 독서다. 이 책은 지난번 블로그에 소개했던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와 비슷한 책인데, 한 번에 다 읽는 것보다 매일 5분~10분을 투자해서 조금씩 읽기 좋은 책이다. 요즘처럼 나도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지는 가을에 이런 책을 통해 허전함을 채우는 데에 딱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요즘 우리나라는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애초에 토론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고, 언제나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너무 쉽게 입는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달리는 악플도 그냥 웃으며 넘길 때도 있지만, 지독하게 계속 따라붙어 인터넷에서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있어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매한가지인 거다.


 이렇게 상처를 주고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치유(힐링)'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세상의 고단함에 지지 않기 위해서,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을 웃으면서 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취미를 가진 사람은 아무런 취미도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치유에 유리하다. 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니까.


일에는 성실한 태도와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생활에서는 자유로움이 요구된다.

일은 순수한 결과를 원하지만 생활에는 종종 모순이 필요하다.

모순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일은 항상 최종 지점을 목표로 하며 확실한 결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생활은 도착점이 없으며 늘 모순을 안고 있다. 괴테는 무엇보다도 생활을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즐겁게 살고 싶다면 이미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고, 어지간한 일에는 화를 내지 말며, 항상 현재를 즐겨라. 특히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마라."

때로는 낭비로 보이는 소비도 필요하다. 인생은 비합리적이며 모순을 지닌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p69)


 위에서 읽을 수 있는 글은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에서 읽을 수 있는 한 부분이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인생은 이런 거다. 무엇보다 생활을 즐기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 필요가 있다. 비록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되어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차가운 사막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의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가?


 독서는 바로 그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읽는 책이 '있어 보이는, 진지해 보이는 책'이 아니더라도 내가 그 책을 읽으면서 치유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조금이나마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다. 도대체 취미 생활에서 무슨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가? 그저 내가 웃을 수 있고,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끝이다. 문제없다.



 나는 최근에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자 음악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같은 층에 고등학생이 다수라는 건 힘들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어릴 적에 배웠다가 그만둬야만 했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로 한 것이다. 혹시 고상한 척을 하기 위해 피아노를 배우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그저 나는 내가 듣는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최소한 10곡 정도는 피아노로 칠 수 있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기로 한 것이다. 언제나 '-하면 해봐야지' 같은 말만 하니 늘 진척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과감히 학원에 등록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거다. 이건 절대 고상한 척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행동이다.


 아마 지금 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거나 피아노 음을 듣는 사람은 '재능이 없군. 집어치워'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른다. 정말 부족하니까.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세운 목표 중 하나인 '10개의 곡은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게 되기'를 꼭 이루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전자 피아노를 사게 되면,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그 곡을 연주하고 싶다. 몇 시간이고.


 이런 게 진짜 취미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남의 시선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생각하면서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흥미가 생기고,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웃을 수 있는 그런 책을 말이다.


 인생을 사는 데에 허무를 느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를 때, 그저 세상이 답답하고 사는 게 지칠 때, 이 책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은》 작은 쉼터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신 나게 웃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조금씩 읽으면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마주하며 인생을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내면적인 충동과 관심 그리고 사랑만이 장애를 뛰어넘고 새로운 길을 열어

비참하고 불운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든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까. 이에 괴테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어떤 일이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저마다 각기 걸어가는 길에서만 진리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찾아낸 진리만이 그에게 평생 도움이 될 것이다."

괴테는 눈앞에 놓인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 그리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오는 충동, 세상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력하며 걸어가는 동안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길이 새롭게 열린다. (p185)


아무래도 방황은 감염되는 듯하다.


사람은 살아가는 한 방황한다. 그러나 괴테는 길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한다.

"등대의 불빛이 때때로 장소를 바꾸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그 빛을 똑바로 보고 있겠다. 그러면 최후에는 무사히 물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괴테는 성공하기 위해서 '뛰어난 의지'와 '성공을 이루기 위한 실력' 그리고 '인내심',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것은 이 세 가지에 달려 있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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